'창' 쓰나미에 범여권은 쓸려나갔나?
'창' 쓰나미에 범여권은 쓸려나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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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내홍인가 보수개편의 시발탄인가?
▲ 10월 24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UN창설 62주년 대한민국 사수 10.24 국민대회에서 이 전 총재가 참석했을 때의 모습


이회창 전 총재가 대선 3수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정계와 언론계를 강타하고 있다. 공식적인 출마도 선언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은 가히 20%대를 웃돌고 있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낙마설에 따른 불안심리와 그동안 이명박-이재오 체제에서 소외된 박근혜 지지세력의 급격한 등돌리기라고 보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출마설이 보도되면서 정동영, 문국현 후보의 지지율은 주춤하거나 소폭 하강했고 대세론을 이어오던 이명박 후보의 고공행진의 날개도 꺽였다.

지난 26~27일 충남 천안 상록리조트에서 열린 <2007국민승리연합> 중앙위원 워크숍에서 ‘뉴라이트 신당 창당’ 발언이 보도되자 이재오 의원은 부랴부랴 진화(鎭火)에 나섰다. 박근혜 전 총재는 이 의원의 2선 후퇴를 요구하며 공격을 늦추고 있지 않다. 이 후보 스스로 자신의 오른팔을 자를 수 있을런지 고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대표적인 보수주의 논객 김동길 후보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에 대해서 ‘노망(老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보수세력의 분열은 10년 간 좌파정권의 연장이라는 맥락에서 파악한 뒤에 나온 우려 섞인 극언(極言)으로 보인다.

이 전 총재의 출마 여부에 상관없이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정권획득이 무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결정론도 제기되었다. 다소 작위적인 논리이긴 하지만, 대선 막바지에 가서 이 전 총재의 지지세력이 유력한 보수진영의 후보를 밀게 되면 정권교체는 완수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박 전 총재가 이 전 총재를 밀게 되면 이명박 후보는 ‘낙동강 오리알’이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의 적극적인 이회창 지지로의 선회는 스스로 참여하고 그 결과에 승복한 경선 자체에 대한 존재가치를 무시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이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박 전 총재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함부로 단언할 수 없는 부분이다.

현재 박 전 총재는 이재오 의원의 2선 후퇴 카드를 내놓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이 기회에 이명박 세력의 기세를 꺽으면서 이명박과 이회창 사이에서 어부지리성 우위를 점하자는 속셈이다.

11월 6일, 범여권 정동영 후보의 ‘반부패연대’의 제안에 대해서 문국현 후보가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정동영-문국현-권영길이 반부패의 목적으로 엉성하나마 합집합을 이룬 뒤에 이명박-이회창 후보들을 부패고리로 묶은 다음 차별화를 꾀하자는 전략이다. 요즈음에 터진 삼성 비자금 문제도 연대의 명분과 결속력에 힘은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반부패연대가 성공적인 단일화로 이어질지는 비관적이다.

강성 보수주의 스펙트럼이 중도실용노선까지 흡수하면서 현재 한국은 한나라당과 우익정객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보수화’의 강풍이 불고 있다. 범여권 내지 진보진영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판세다. 이대로 가다간 범여권은 남의 집안 잔치만 문 밖에서 흘낏거리다 깊은 밤 산산히 흩어질 수도 있다는 탄식이 기정사실화할 수 있다. 아무려나 반전의 기회에서 변죽만 올리고 있다는 인상이다.

결국 ‘창’의 출마설 파장은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반사이익을 누려왔던 이명박 후보의 낙마 위기설이 퍼지면서 다시 주도권을 잡으려는 박근혜 전 총재와 한껏 우향우를 취한 이 전 총재를 지지하는 영남 보수표의 재집결 현상으로 보인다.

BBK 카드 등으로 이명박 후보를 한방에 보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해온 범여권 내지 진보진영은 사분오열된 양상과 총체적 비전 제시의 무능력을 보이고 있다. 결국 범여권 진영은 이미 초 읽기에 들어갔다는 이 후보의 낙마설이 나돌고 있는 와중에서 대선 판도를 역전할 수 있는 결정적인 주도권을 빼앗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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