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오징어를 팔려고 쌓아둔 길옆, 자그마한 횟집 옆에 이발소가 있었다. 낡은 의자가 두어 개 놓인 바닷가 마을 이발소였다. 코에 높은 도수의 안경을 걸친 이발사가 뿌옇게 색이 바랜 거울 앞에서 늙은 어부의 머리를 자른다.
2월인데 벽에는 아직도 지난여름 선풍기가 그대로 걸려 있고, 유행 지난 머리형을 한 배우들의 그림이 붙어 있다. 저녁이면 인적이 드문 마을. 해안을 따라 찻길은 이어져 있지만 휴가철이 아니면 오가는 차들도 드문 곳이다.
“안지소!” 이발사는 과묵하다. 의자에 앉으라는 한 마디를 끝내고 목덜미에 보자기를 씌운다. 머리를 깎이는 사람도, 깎는 사람도 스스럼없고 편하다.
이발소엔 접는 면도칼과 가죽피대가 있고, 숫돌에 갈아 쓰는 날이 긴 이발가위가 있고, 고르게 머리가 잘렸는지 흰 분가루 칠을 해서 살펴보는 분통과 분솔이 있고, 달아오른 연탄난로가 있다. 난로 위엔 뜨거운 물통이 얹어져 있어 김이 서린다.
미닫이 창밖으로 빼놓은 함석 연통에 비누통을 달아놓아 그 속에 비누를 넣고, 비누솔로 거품을 내고 나서 연통에 비누거품을 문질러 데우는 모습은 한 세대 전의 풍경이다.
가죽피대를 잡아당겨 면도칼을 아래위로 썩썩 문질러 면도칼의 날을 세우는 모습은 언제 보았던가?
창밖으로 백사장에 파도가 밀려온다. 백사장에 파도가 허옇게 밀려오면 허연 포말이 백사장을 덮는다. 백사장을 덮는 허연 물거품이 늙은 어부의 무성한 턱수염에 칠하는 비누거품처럼 보인다. 이발사는 창밖을 내다보지 않는다. 그에게는 파도도 바다도 새로울 게 없나보다. 그는 창밖너머 바다도 파도도 보지 않는다.
세 평도 채 안 되는 바닷가 마을 이발소는 바닷가 마을 이발사의 삶의 터전이겠지... 세월은 누구에게나 고르게 흐른다. 바닷가 마을 이발사는 바닷가 마을 이발사대로, 마을 어부들은 마을 어부대로 제 삶의 터전에서 스스로 늙어가고, 바닷가 마을 이발사는 한 마을 어부들의 머리가 허옇게 변하는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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