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학교가 만난 민통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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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적이 살고 있는 민통선 마을에 대한 단상



토요일 아침... 비척거리는 삶처럼 우중충한 날씨... 태양을 언제 봤는지 기억이 가물할 정도다. 웬지.. 마음도 심란하다. 새벽부터 걸려온 화천 파로호로 떠나자는 카약동호회의 전화음을 뒤로한 탓일까?

인천의 이옥금 시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방금 떡과 음식을 행사차량에 실어 보냈노라고.그리고 김포시내 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다. 대충 삼실일을 정리하고 안국동으로 차를 몬다.긴 연휴가 끝나고 다시 시작된 주말... 길이 막힌다. 시인학교로 전화를 했다.. 벌써 다들 와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화 후 도착하니 약속시간보다 한 15분 가량 늦었다. 그런데 기다리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한사람은 뒷간에서 참선에 들고, 또 한사람은 카메라 배터리 관계로 집으로 다시 갔단다.담배 한 개비씩을 물고 진상 같은 얼굴들 서로를 보며 그냥 미소만 짓는다. 참선을 끝낸 자가 시원한 모습으로 나온다.

갑작스레 일이 생겨 참석키 어렵겠다는 인천에서의 전화. 맥이 좀 빠졌다. 어쩌랴~~~ 사직공원 앞에서 김 시인을 싣고 성산대교 방향으로 달린다. 바람이 상쾌하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12시가 조금 넘어서 목사이자 시인인 이적 형과 통화가 됐다. 바로 우리 뒤에 오는 모양이다. 차에서 내려 담배를 물고 불을 당길 즈음 빵빵거리는 소리... 이적 시인이다.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가까운 식당으로 가 소머리국밥을 시킨다. 반주로 소주 한 병과 함께.

미리 점심을 챙겼다는 이적 시인이 준비를 위해 먼저 떠나고 뿌우연 소머리국이 나온다. 감칠 맛이 없다. 입맛이 없어서였을까? 대충 뱃속에 구겨 넣고 마트를 찾는다.

저녁 삼겹살파티를 위해 삼겹살을 샀다. 중간에 행사준비를 위해 먼저 떠난 장 시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나보다. 정교장이 약속장소를 일러준다.

민통선으로 들어가는 길. 어느새 여기도 땅바람이 불었는지 별장들이 똥폼을 낸다. 그새 땅값이 이삼백이 넘는다는 소리에 그만 급브레이크를 밟을 뻔했다. 지랄 같은 놈들. 지뢰나 밟고 되져뻐리라고 속으로 던진다.

눈빛들이 나처럼 다들 개운치 못하다. 젠장할~~~ 쓰러져가는 폐가에 이르러 좌회전을 해서 언덕배기를 넘으니 바로 약소장소가 나왔다. 서울에서 약 한 시간 거리... 다 짐을 풀고 있으려니 장 시인도 곧 도착했다.

장 시인 차에서 행사 짐들을 내린다. 이것 저것 많다. 이곳의 아이들과 학생들을 위해 밤새 직접 마련한 떡과 손수 만든 샌드위치... 닭강정...이 눈에 들어온다. 잔뜩 찌푸린 하늘이 갑자기 환해지는 듯하다.

어디 시 몇 편에 녹아내릴 철조망이랴만, 민통선... 용강리마을 술 담구는 어느 노파의 한결 같은 정성처럼 한결같이 흐르는 저 임진강물 같은 시인의 시심에 언젠가는 녹아내리리라는 생각.

아주 가까이에 있는 남녘땅 북녘땅. 녹슨 철조망을 무한히 바라보며 그 할머니의 지게미술과 그 시인의 떡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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