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주제와 교훈, 삶의 철학을 담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미
작가는 여덟 편의 이야기를 통해 살아가면서 사람에게 중요한 것들은 사물의 숨어 있는 비밀을 깨닫는 것. 그리고 그 비밀을 깨닫기 위해서는 절대로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 인간의 꿈이며, 꿈이 사람과 사물의 비밀을 하나하나 열어갈 수 있다는 인생의 이치를 조심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세월의 더께가 두터워져도, 사람의 진실과 만나는 것, 생의 참다운 가치와 만나는 것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이처럼 이야기들은 한편한편 묵직한 주제와 교훈, 삶의 철학을 담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미있게 읽힌다는 점이다.
섬세한 문체로 인간의 보편성을 다루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세계를 마련한 박완서의 동화 여덟 편은 각박한 현실에도 어릴 적 옛 추억처럼 순수함과 천진난만함으로 되살아나 읽는 이로 하여금 일상을 새롭게 재발견할 수 있게 한다.
짧지만 오랫동안 길게 생각할 수 있는 진한 여운과 해학, 질펀함으로 풀어낸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저절로 유쾌해지고 재미있는, 즉 살아있는 감동을 만날 수 있다.
얼굴 가득 미소를 번지게 하는 행복한 이야기 8편
「찌랍디다」는 여자를 박대한 시대 속에서 어린 신랑을 맞이한 신부의 현명하고도 재치 있는 혼인날의 대처를 통해 우리 선조들의 익살과 지혜를 유쾌하게 담아내고 있다.
「보시니 참 좋았다」는 할아버지가 어릴 적에 그렸던 성당벽화가 하나의 훌륭한 작품으로 인정되기까지 그 능력을 알아봐주고 키워준 시선이 있었고, 그 그림의 가치는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변함없는 사랑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소중한 이치를 알게 해준다.
「쟁이들만 사는 동네」는 환쟁이인 남편의 대작을 위해 목숨을 다한 아내와 대작을 위해 생명을 모조리 바친 남편이 그 아내의 죽음을 보고 숨을 거둔 이야기를 통해 천생연분이란 어떤 것인지를 들려준 아름다운 부부이야기다.「굴비 한 번 쳐다보고」는 모두들 알고 있는 자린고비 이야기를 단순히 절약정신을 강조한 이야기가 아닌, 부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경험을 쌓고 느끼고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느끼게 해준다.
「다이아몬드」는 한 소녀를 사랑한 한 금속공이 다이아몬드를 다듬는 과정을 통해 인생은 열심히 고생해야 기껏 아주 작은 이치를 얻어내는 데 불과하며, 고통스런 삶일지라도 사랑보다 보석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유하고 대화해야 하는지 수채화처럼 보여준 「산과 나무를 위한 사랑법」,어려웠던 시절 제자들을 사랑한 선생님의 따뜻한 이야기「아빠의 선생님이 오시는 날」, 곧 태어날 아기를 맞으며 엄마, 아빠, 할머니까지 새생명의 탄생을 위해 준비하는 마음을 애잔하게 담아낸「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일」 등은 그야말로 빛나는 보석처럼 인생의 아름다운 편린들을 보여준다.
단순한 선과 선명한 색채, 독특한 화가 김점선의 그림으로 더욱 빛나
이번 8편의 동화들은 박완서 선생과 환상의 콤비로 불리는 화가 김점선 선생의 그림들과 더불어서 선보였는데, 그 이야기들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더욱더 아름답게 꺼내고 발산하고 있다.
특히, 단순한 선과 선명한 색채, 동화적인 그림으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들어온 화가 김점선 선생의 그림은 시금석 같은 동화와 함께 품격을 높이는데 일조했으며, 박완서 선생이 김 화백에게 그림을 그려줄 것을 직접 의뢰해 돈독한 우의를 다졌다.
박완서 선생의 표현을 빌면 ‘인디언 추장’ 같기도 하다는 김 화백의 그림들은 대부분의 동화집에서 보여주는 구체성을 전혀 띠고 있지 않지만, 다 전해 주지 못한 부분을 충분히 두루 보살펴 보여준다.
그림과 글의 보살핌에서 볼 수 있듯이, 이 동화를 읽는 많은 이들은 서로를 보살피고, 아끼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서로가 공유하는 우리 사회, 환경을 아끼는 마음들이 커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