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이 문제가 아니다, 화염병이다(2)
최루탄이 문제가 아니다, 화염병이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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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젊음의 광장 1

그녀는 유리창 너머로 시선을 던졌다. 교정의 잔디는 파릇파릇 돋아나기 시작했고, 겨우내 앙상하게 서 있던 수목들에도 새순이 돋아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봄을 알리는 나뭇가지들의 어린 새순 주위로는 안개가 스며들어 있었고, 안개는 둔덕의 등성이를 따라 저편 남쪽의 강안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강의 수면은 결코 맑다고 할 수 없었으나, 강의 남쪽 연안에 자리잡고 있는 나지막한 산의 모습이 드리워져, 그것은 멀리서 보기에 그렇게 운치가 있을 수가 없었다.

홍 교수는 아카시아 우거진 둔덕길을 내려가 강의 제방을 걸어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아직까지 바람이 조금 차가운 기운을 싣고 있었고, 혼자 그렇게 걷기가 다소는 쑥스럽게도 생각되어서였다. 강의가 좀더 진행되고, 날씨가 풀리면 그럴 기회가 오리라고 막연히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연구실 도어에 노크가 있었다. 잠시의 뜸을 들여 문이 열렸다. 조교가 커피를 끓여 왔다. 홍 교수는 웃음으로 조교를 맞이했다.



"선생님, 커피 드시죠"
"네, 고마워요. 거기 놓고 가세요. 그리고 선생님들 아직 오시지 않았어요?"
"네, 아직은요. 개학 첫날이니까 다들 조금씩 늦으시나봐요."

오 조교는 여기 강변도시 출신도 아니고, 이 학교 출신도 아니다. 서울에 있는 홍 교수의 모교 출신이다. 홍 교수의 후배인 셈이다. 홍교수가 학과장 보직을 맡고 있을 때 데리고 온 조교였다. 오미진 조교는 희고 가지런한 이빨을 드러내면서 살풋 웃었다.

"선생님, 오늘 사진반 학생들이 혹시 들를지도 모르겠어요"
"사진반은 왜?"
"사진반 서클 지도교수로 선생님을 모시고 싶다고 학생 하나가 찾아왔던데요."
"그래? 사진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는데."

홍 교수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절대 그럴 리가 없겠지만 캠퍼스가 이번 봄은 조용히 지나갈 수 있었으면 하고 기원해 본다. 언제부터인가, 그녀가 철들고 나서 봄철은 언제나 소란스럽고 최루탄 가스에 울어야 했던 계절로 기억되고 있다.

올 봄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이제는 최루탄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화염병이다. 최루탄이야 현장을 벗어나 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화염병은 큰 상처를 내고 잘못하다가는 생명까지도 위험해지는 것이다.

경찰들은 최루탄을 던지고, 학생들은 화염병을 던진다. 던져지는 물건은 다르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의지의 차이는 사뭇 크다. 최루탄보다 화염병이 담고 있는 의지가 훨씬 더 적극적이고 강고하다 할 만하다. 화염병에는 젊은이들의 열정이 담겨 있었고, 어쩌면 기성세대에 대한 증오의 감정이 서려 있는 지도 알 수 없었다. 그것은 분명히 젊은이다운 일이다. 나이가 든 사람이 그런 짓을 하면 남의 조소를 받기 알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젊은이들의 행동이기 때문에 그런 대로 큰 탈없이 지나갈 수 있으리라. 그것은 어쩌면 젊은 생명 속에 내재하는 그다운 에너지의 연속적인 폭발일런지도 모른다. 젊은 생명은 끊임없이 폭발해야 하는 것이다. 젊은 생명이 정지한 채로 침묵하고 있으면, 그것은 병들었거나 죽었음에 틀림이 없다.

홍 교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하게 마련인 4월이 오면 그저 짜증스러울 뿐이었다. 학내가 좀더 조용해지고, 강의하고 독서하는 데 좀더 적합한 분위기로 가라앉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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