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가장 먼저 만든 꽃
내가 사는 곳은 남도 없고 북도 없고, 이데올로기도 없는 참 자유의 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민통선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그런 것 같습니다.
이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싸움을 모르고, 내 것 네 것 가릴 줄도 모르고 그저 자연이 주는 만큼 그렇게 받아 먹으며 살아가는 참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이곳 민통선 안에도 가을꽃이 무리지어 피어나고 있습니다. 보랏빛 쑥부쟁이, 젖빛 구절초, 노오란 감국, 빨강 분홍, 하양 코스모스가 저마다 자기에게 주어진 만큼의 땅에서 저마다 주어진 만큼의 빛깔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중 신이 가장 먼저 만든 꽃이라는 코스모스는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갸날프고 아름답기만 합니다. 민통선을 지키는 얼룩무늬 군복을 입은 군인들의 총대 저만치에서도 코스모스가 ‘총 치워’ 하면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신이 우주만물을 만들고 난 뒤 꽃이 있어야겠기에 습작으로 만든 꽃. 바로 민통선 안에 핀 이 코스모스가 남북의 철책을 걷어내는 신의 눈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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