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의 내가 만난 하나님
김승옥의 내가 만난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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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고백 산문집

단편소설의 정수 「무진기행」으로 잘 알려진 작가 김승옥씨가 지난 1980년 「먼지의 방」이후 절필선언 이후 24년 만에 펴낸 산문집. 무신론자였던 저자가 하나님을 믿게 된 이야기, 하나님의 큰 은혜를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모아 엮었다. 저자의 성장과정 및 문학에 투신하게 된 계기 등을 담아 감동의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산문집에는 80년대 초반 갑작스레 하나님을 만나게 된 고백을 비롯해 어린 시절의 성장 과정과 문학에 투신하게 된 계기, 동인지 ‘산문시대’ 이야기 등 17편의 자전적 산문이 실려있다.

작가 김승옥은 「내가 만난 하나님」본문에서 하나님 체험에 대해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나는 더듬거리며 회개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십계명에 비춰보면서 죄라고 생각되는 모든 기억들을 하나하나 입 밖에 내어 말하면서, "하나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이런 죄를 지었습니다."고 고백했다.

생각나면 한 마디 하고 또 생각하면 한 마디 하는 식으로 두 시간 정도 기도를 하고 있는데 문득 어떤 기운이 온몸을 감싸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말할 수 없이 황홀한 기쁨이 온몸을 가득 채우는 것이었다. 마치 기쁨이라는 기체가 온몸을 가득 해우고 있는 듯했다.

그 기쁨은 그 어떠한 생리적 기쁨보다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욱 황홀한 기쁨이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인간이 그토록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이 기쁨, 이 인간에 대한 사랑의 느낌, 이 황홀감, 이것이 바로 성령이구나. 세상과 인간은 생명으로 가득 차게 느껴지고 함으로 힘차게 살아가고 싶은 의욕감으로 충만해지는 것이었다.

그 이후 뜻밖의 현상이 생겼다. 가령 방문객을 만나면 그 사람 마음이 다 읽혀지는 것이었다. 무슨 목적으로 나를 찾아왔고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그냥 미리 알게 되는 것이었다. 마치 내가 점쟁이가 된 것 같았다.

사람의 마음속을 알 수 있는 이 능력, 이것이 바로 성령의 능력이고, 이것이 바로 최초의 인간이 죄를 짓고 에덴에서 쫓겨나기 이전의 상태 즉 하나님과 대화할 수 있었던 무죄 상태의 영혼이구나. 이것이 바로 예수 믿으면 우리가 받게 되는 '죄 사람 받은 영혼' 상태로구나.

오직 예수를 믿음으로써만 얻을 수 있는 죄사함, 마치 때가 낀 거울을 닦듯이 죄로 덥힌 우리 영혼을 닦아 영혼 세계를 투명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죄 사함' 모든 인간을 에덴의 행복으로 회복시키기 위한 예수님의 가르침이 얼마나 중요한 가르침인지 알 수 있었다.(pp.46-47) "

그는 1981년 4월27일 새벽, 잠자리에서 하나님의 손을 느꼈고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내 왼쪽 허리 위 공간에 하얀 손이 팔목까지만 나를 향하여 보라는 듯 떠 있는 것이었다. 백옥처럼 하얀 빛깔로 약간 크고 손가락이 쭈욱 쭉 뻗은 남자 손이었다.…어리둥절해 앉아 있는데 내 오른손을 뻗치면 닿을 만한 방안 허공에서 약간 울림이 있는 아주 굵은 음성으로, 뚜렷한 한국어로 ‘하느님이다’는 말씀이 들려왔다.”

하지만 문단 동료들은 그의 깊은 신앙 생활이 문학인으로서 종지부를 찍는 일이라고 아쉬워했으나 그는 개의치 않고 신앙 간증에 열심이었다. 하지만 그의 일편단심이야말로 이날의 자리가 가능케한 진실의 언어였다.

"소설을 못 쓰면 어떠리오. 예수 믿으며 살면 되지. 그러나 부디 건강하라. 부디부디 오래 살아서 또 만나자꾸나!” 이날 한 자리에 모인 동료 후배들의 눈시울은 붉었다. 이제 그에게 문학과 신앙은 둘이 아니라 하나의 몸이 되었는가. 김씨는 산문집 출간을 계기로 그동안 미뤄놨던 ‘먼지의 방’을 먼저 완성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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