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문단은 서정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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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행적 놓고 티격태격

미당 서정주(1915~2000)의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한 2007년 미당문학제가 2일 개막했다. 전북 고창 미당시문학관 일대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시인학교와 대학원 교류 세미나를 시작으로 4일까지 진행됐다.

미당 서정주는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벽’으로 등단해 같은 해 김광균·김달진·김동인 등과 동인지 ‘시인부락’을 창간하고 주간을 지냈다. 1941년 ‘화사’, ‘자화상’, ‘문둥이’ 등 24편의 시를 묶어 첫시집 ‘화사집’을 출간했다. 이중 ‘화사’, ‘자화상’은 불교사상과 자기성찰 등을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1942년을 7월 ‘매일신보’에 다츠시로 시즈오(達城靜雄)라는 이름으로 평론 ‘시의 이야기-주로 국민 시가에 대하여’를 발표하면서 친일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1944년까지 친일 문학지인 ‘국민문학’과 ‘국민시가’의 편집에 관여하면서 수필 ‘징병 적령기의 아들을 둔 조선의 어머니에게’, ‘인보(隣保)의 정신’, ‘스무 살 된 벗에게’와 일본어로 쓴 시 ‘항공일에’, 단편소설 ‘최제부의 군속 지망’, 시 ‘헌시(獻詩)’, ‘오장 마쓰이 송가’ 등의 친일 작품들을 발표했다.

1948년 이후로는 ‘귀촉도’, ‘동천’ 등 자기 성찰과 달관의 세계를 동양적이고 민족적인 정조로 노래하거나 불교 사상에 입각해 인간 구원을 시도했다.

2002년 2월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이 자체 조사해 발표한 ‘일제하 친일 반민족행위자 1차 명단(708명)’에 포함되며 친일작가로 낙인찍혔다.

미당학술대회가 열린 3일 국문학자 8명은 ‘미당과 친일문학-식민지 문인의 내면과 친일의 정신구조’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이며 미당의 친일문학을 논했다. 미당의 모교인 동국대 김춘식 국문과 교수는 “미당의 친일문학에 대한 제대로 된 문학적 평가는 없었다. 민족주의적 관점에 의한 단순한 비판만 있었을 뿐”이라며 미당의 친일을 시대적인 조건과 문학적 세계관 등 다양한 측면에서 폭넓게 고찰키로 했다고 밝혔다.

토론에서 허윤회 성균관대 강사는 “해방 이후 미당의 활동은 친일이라는 자의식에 크게 구애 받지 않았다”고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이에 대해 박수연 카이스트 강의교수는 “미당의 순응주의는 미당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의 불행”라며 일제 말기라는 시대적 상황을 언급했다.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가 “일각에서 서정주에 대해 시인과 텍스트를 이원적으로 나눠 ‘시는 훌륭하나 친일은 잘못됐다’는 식으로 봉합해 온 게 사실이다. 미당의 시적 성과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기 위한 의도가 보인다”며 미당 연구를 꼬집었다.

김춘식 교수는 미당의 작품이 일선 교과서에서 배제된 과정을 말하며 “이러한 배제 방식은 과거 ‘금서’를 통한 문학적 통제와 하등 다르지 않다”고 반박했다.

학술대회를 주관한 동국대 한국문학연구소 한만수 국문과 교수는 “미당 기념사업은 미당의 허울마저 포함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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