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국감, 말꼬리 물고 늘어지기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돌격이 행자위에 이어 건교위 국정감사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6~7일 행자위 국감에서 행정수도 이전반대 관제데모와 관련한 증거자료를 제시한데 이어, 건교위 국감에서는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과정에서 발생한 경기도의 불편을 부각시키며 물밀 듯 손학규 경기도지사를 밀어부쳤다. 국감은 ‘정쟁의 장’이라는 그간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여야의 정쟁이 벌어진 것이다.
“손 지사는 서울시 부시장”
여야의원들은 모두 "서울시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대해 경기도는 무책임하고 안일하게 대응, 경기도민의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김기석 의원은 "교통체계 개편 이후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민들의 요금부담이 25~100% 증가했다"며 "사전에 철저한 준비 없이 졸속으로 밀어 붙인 서울시의 책임도 없지 않지만, 준비 부족과 무대책으로 도민들에게 혼란과 피해를 끼친 책임을 경기도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장경수 의원도 "교통체계와 관련 10차례 열린 관련기관회의에도 경기도 는 6차례나 불참, 중요 정책결정에 경기도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며 "결국 교통체계 개편이 확정된 이후에야 뒤늦게 서울시와 협의를 시작하는 등 '호들갑'을 떨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도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이 버스를 중심으로 이뤄졌고, 서울~수도권 이용 대중교통도 버스 27%, 승용차 25%, 지하철이 19%로 버스의 비중이 높다"며 "그런데도 서울시에서 제작한 교통카드(T-Money)가 경기도에서는 충전조차 되지 않는다"며 준비소홀을 지적했다.
같은 당 김병호 의원은 지하철 요금체계와 관련, "경기도를 비롯, 서울시ㆍ철도청ㆍ인천시지하철공사 등 4개 기관이 지난달부터 4개월간 <수도권 지하철정기권 도 입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 중"이라며 "왜 진작 정기권 및 환승 할인시 행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지 않았냐"고 질책했다.
또 열린우리당 윤호중 의원은 교통체계 개편 과정에서 서울시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닌 경기도의 교통정책 사례를 제시하며 “손학규 지사는 경기도 지사인가, 서울시 부시장인가”라고 쏘아 붙였다.
윤 의원은 “경기도는 서울시 버스체계 개편 때 손 지사가 직접 나서 이 시장과 면담을 하는 등 여러 차례 협의했지만 정작 서울시는 경기도의 의견을 무시했다”면서 “그럼에도 손 지사는 행정수도 이전문제에서 이 시장의 들러리만 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호웅 의원은 “서울시가 교통체계를 개편한 시기는 지난 7월 1일인데,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서울시와 경기도의 연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경기도민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아직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서울시의 일방적인 요구나 강행 때문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손 지사, 수도이전 반대에 소극적
지난 7일 행자위 국감에서 “국가정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정책을 반대하는 것이며 국민의 70%가 반대하기에 국가정책이 될 수 없다”고 한 손 지사의 주장도 문제 삼았다.
열린우리당 이강래 의원은 “국회에서 여ㆍ야 의원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행정수도특별법’을 제정하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이 국가정책이 아니냐”면서 “손 지사가 생각하는 국가정책과 정부정책의 차이는 무엇이냐”고 따졌다.
이 의원은 “손 지사는 그 동안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6월 25일 도내 기관장 모임에서 ‘수도이전은 기필코 막아야 한다’고 밝혔는데, 입장이 급선회한 배경은 무엇이냐”며 정치적 배경을 추궁했다.
차기 ‘대권후보’라는 점을 직접 거론하며 손 지사의 자질을 비판하기도 했다. 같은 당 조경태의원은 “향후 대권에 대한 다름의 계획을 갖고 있는 분이라 지방자치의 핵심인 분권 등에 대한 관점을 갖고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며 “하지만 최근 손 지사는 균형발전 입법 반대 도민결의대회와 신행정수도 반대집회에 불법으로 주민을 동원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경기도가 서울시에 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고 있다고 질타하고 행정수도 이전이 지역 균형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를 나열하는 등 행정수도 반대가 타당한 이유를 선전하는데 주력했다.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서울시처럼 경기도 역시 수도이전 반대를 위한 예산지원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한 의원은 “서울시는 수도이전 반대 범국민운동본부 출범식 행사에 예산지원 의혹을 받고 있고, 서울시장은 향후 수도이전반대 활동에 예산지원 의사를 밝힌바 있지만 경기도 지사는 상대적으로 수동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며 “경기도는 수도이전 반대와 관련, 그동안 집행한 예산과 향후 지원계획은 없느냐”고 물었다.
같은 당 이윤성 의원은 “제2외곽 순환도로 건설 등 현재 수도권 지역에서 진행되는 국책 사업을 추진하는데 수도이전이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며 행정수도 이전이 불가한 이유를 댔다.
같은 당 김병호 의원도 “정부와 여당은 수도 이전이 수도권 과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라고 하지만 국토연구원이 지난 2003년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가 이전한다 해도 수도권 인구비중은 2003년말 기준 47.2%에서 수도이전 이후에는 46.6%로 0.6%포인트 줄어드는데 그쳐 수도권의 과밀 해소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이에 대한 경기도지사의 의견을 물었다.
행정수도 문제 외에도 죽전-분당간 도로 갈등 문제, 경기도와 서울시 교통체계가 제대로 협조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많았다.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은 “서울시 대중교통체계 개편 때 경기도와 인천시 등 인접 자치단체의 대중교통체계와 연계 추진하지 않아, 경기도민을 비롯한 수도권 주민이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왜 서울시와 제대로 협의가 안 됐는지 소상히 밝히라”고 물었다. 김병호(한나라당) 의원은 “경기도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가 전국 지자체 중 1위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정치인의 말싸움의 달인들
'손가락 절단' 발언을 놓고도 여야 의원들은 신경전을 벌였다.
열린우리당 김기석 의원은 이날 행정수도 이전문제와 관련 질의를 하는 과정에서 "행정수도 이전관련 특별법 국회통과 때 찬성해 놓고 이제 와서 반대하려면 손가락이라도 자르던지 그런 의지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은 "손가락을 자르라는 발언이 동료의원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냐"며 "천방지축하면 안된다"고 받아쳤다.
이후 잠시 정회됐다가 국감이 속개되자 한나라당 의원은 이 발언에 대한 유감표명을 요구했으며 이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맞받아치면서 설전이 벌어졌다.
김기석 의원은 "손가락을 자르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그런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 이호웅 의원은 "김 의원의 발언은 단지(斷指)라도 할 정도의 진지한 자세로 (수도이전 문제에) 임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모든 발언에 대해 엄격하게 해명해야 한다면 국회의 결의를 '정략적 결의'라고 말한 손 지사의 발언부터 시정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같은 당 이강래 의원도 "동료의원들이 하는 발언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으며 윤호중 의원은 "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손 지사의 답변이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문제는 의원 발언에 관한 문제이므로 피감기관장인 손 지사에까지 문제를 확대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결국 이 문제는 여야의원 간 설전을 주고받다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다른 의원들의 질의ㆍ답변으로 넘어갔다.
이에 앞서 여야 의원들은 열린우리당을 열린당으로 호칭한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 손 지사를 히틀러 등 독재자와 무법자에 빗대어 한 열린우리당 의원의 발언, 열린우리당 의원과 관련된 한나라당 의원의 '작태'발언 등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경기도내 차량 하루100만대 불법주차 난무
한편 열린우리당 장경수 의원은 “경기도에서는 경기도내 등록차량 가운데 30%에 달하는 100만여대가 주차공간 부족으로 매일 이면도로 등에 불법주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등록차량이 330만여대인 경기도내에 현재 확보된 주차면수는 69.6%인 230만여대 분에 불과하며, 나머지 100만여대의 차량들이 주차공간이 없어 이면도로 등에 불법주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ㆍ군별 주차장 확보율을 보면 과천시가 160.1% 가장 높은 가운데 시흥시 92.8%, 화성시 88.7%, 성남시 79.6%, 양주시 78.2% 등을 기록했다.
반면 연천군의 주차장 확보율은 불과 13.2%에 불과했고 양평군은 23.2%, 포천시는 25.1%, 광명시는 46.9% 등으로 비교적 낮았다.
도 평균보다 주차장 확보율이 높은 시ㆍ군은 도내 31개 시ㆍ군 가운데 14곳에 불과했다.
장 의원은 이런 가운데 일선 시ㆍ군들이 국비 및 도비 지원을 받은 공영차고지 조성사업을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는 2002년 이월사업비를 포함, 지난해 모두 72억8천여만원의 공영차고지 조성 사업비를 일선 시ㆍ군에 지원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성남시만 지원금을 제대로 집행했을 뿐 나머지 시ㆍ군들은 지원금의 90% 이상을 이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 의원은 "일선 시ㆍ군들이 국민의 혈세인 공영차고지 예산을 '일단 신청하고 보자'는 식으로 확보한 뒤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도는 예산만 지원하지 말 고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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