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타이어 업계1등 간판 뒤 숨겨진 실체
한국타이어 타이어 업계1등 간판 뒤 숨겨진 실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료가 죽어도 슬퍼할 수 없는 곳이다”

직원들의 잇따른 돌연사로 도마 위에 오른 한국타이어 직원들에 대해 건강진단 명령이 내려졌다. 본지는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한국타이어 직원 돌연사 의혹에 대해 연속 보도했다. 계속되는 의혹과 유가족들의 주장, 한국타이어 측의 입장을 연속 보도한 이후, 당초 시큰둥하게 반응했던 언론, 국민, 감독기관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11월4일 <시사매거진 2580>을 통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실태가 보도됐고 이어 감독기관인 대전지방노동청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직원 7백88명을 대상으로 ‘임시 건강진단 명령’을 내렸다.

본지의 보도 이후 한국타이어 직원 돌연사 관련 보도가 쏟아지면서 “시장 점유율 45%로 국내 1위, 세계시장 7위, 연 매출 2조원을 기록하는 한국타이어의 기업운영 수준이 그 정도 밖에 안돼느냐”는 국민들의 실망 섞인 목소리와 함께 한국타이어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이제서야 임시건강진단 명령

▲ 지난 11월6일 서울 한국타이어 본사를 찾은 유가족대책위원회와 한국타이어 관계자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국타이어 사망자들과 같은 부서에 근무했던 직원들의 유해환경 노출 여부와 잠재적 발병 가능성을 막기 위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생산관리팀과 설비보전팀을 대상으로 ‘임시 건강검진’이 실시된다.

유가족들은 “이번 건강진단을 통해 지난 11월4일 방송을 통해 일정부분 확인된 작업장의 유해환경과 유기용제의 중독성 등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건강검진을 통해 놓쳐서 안되는 부분은 솔벤트 사용과 관련해 생길 수 있는 질병”이라고 강조하며 특별근로감독 및 역학조사를 통한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대전지방노동청은 “한국타이어 돌연사 문제에 대해 지난 10월1일부터 한국산업안전공단에서 역학조사를 실시했고, 그 역학조사의 일환으로 ‘임시 건강진단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별근로감독은 것은 역학조사를 통해 돌연사에 대한 원인규명이 이루어진 후에 재발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이루어져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 측은 유족들이 주장하는 솔벤트의 유해성과 관련해 “전에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아무 문제없다. 약 10년 전부터 무벤젠 솔벤트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11월4일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현재 한국타이어 사용 솔벤트 실험을 실시한 결과, 솔벤트를 투약한 쥐 그룹에서 뇌나 심장근육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수치가 높아진다는 CPK 수치가 최고 7배 높게 나타났다. 또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길 때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는 TG중성지질 역시 1.8배 높게 나타났다. 이번 건강검진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1위 타이어가 이럴수가

민주노동당 대전시당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한국타이어는 무재해 인센티브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팀별로 1백일 2백일씩 일정 기간을 정해놓고 그 기간 동안 재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해당 팀원들에게 상금을 주거나 호봉을 올려주는 제도다. 얼핏 직원을 위해주는 제도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조회시간에 관리자가 ‘누구누구 때문에 우리 조가 무재해 목표달성 못했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웬만큼 아픈 것은 참아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직원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에는 직원들을 괴롭히는 또 하나의 원인이 있다. 바로 직원들을 통제하는 감시의 눈이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탈의실에는 1미터 간격으로 CCTV가 설치돼 있다. 한 곳의 탈의실에 설치된 CCTV만 14개에 이른다.

회사 측은 “도난방지 방범용일 뿐 인권침해의 문제 때문에 실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같은 날 이 회사 탈의실의 CCTV를 촬영해 제보한 직원에게 회사 측이 보낸 경고장이 날아왔다. 해당 직원은 “탈의실의 CCTV는 작동하지 않는다더니 시간까지 정확히 적힌 경고장을 보냈다는 것은 실시간으로 누군가가 탈의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 되지 않는다”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불매운동까지 불사할 태세다. 한 네티즌은 “직원에 대한 마인드가 이처럼 형편없는 기업이 1위의 브랜드를 얻는다는 것에 가슴이 답답해진다”며 “앞으로 절대 한국타이어를 쓰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고인이 된 직원들의 가계도까지 만들어 협상하는데 이용한다는 것에 대해 울분을 토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많은 분들이 동참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이와 관련해 한국타이어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카페와 토론방이 하나 둘 생기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는 지난 11월9일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한국타이어는 “당사는 관련 법규에서 정한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대부분의 타이어 업체에서 솔벤트를 사용하고 있고 당사가 사용하는 솔벤트는 발암물질이 전혀 검출되지 않는 개량 솔벤트”라고 말했다.

이어 “협소한 공간에서 쥐를 상대로 고농도의 솔벤트 기체를 단시간에 흡입시켜 실험한 것은 왜곡”이라며 “일부 언론들이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보도해 당사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 유명을 달리한 고인과 유족들에 대해 다시 한번 애도의 뜻을 표하며 따뜻하고 보람 있는 일터를 만들고자 더욱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

미니인터뷰 한국타이어 공장 직원의 충격 고백
“죽기 살기로 바꾸고 싶었다"

▲ 한국타이어 직원 A씨.
-유가족대표위원회를 돕는 이유는.
▲1년 반 사이에 14명의 동료가 사망했다. 한국타이어의 직원으로서 현장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업무스트레스와 유해한 작업환경에 의해 사망했다면 내가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고 나아가 동료들의 문제다. 누군가는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현장의 어려움이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가.
▲유해환경과 작업스트레스 등을 말한다. 일례로 2004년 일하던 중 동료가 기계에 끼어 압사로 사망했다. 공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라인을 스톱시키고 원인을 찾는 것이 먼저다. 하지만 한국타이어는 직원이 현장에서 사망했는데도 기계를 계속 돌리더라. 사망한 동료를 애도하기 위해 몇몇 뜻이 맞는 동료들과 근조리본을 달고 일을 했다. 그랬더니 회사 측에서 오히려 “뭐하는 짓이냐”며 문책했다.

-회사 측의 직원 감시가 심하다는게 사실인가.
▲사실이다. 사망한 동료에 대해서도 쉬쉬하는 분위기고 사망한 동료들의 산재승인과 관련해서 노무사가 회사로 찾아오면 증언을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동료임에도 불구하고 회사 내에서만 인터뷰가 가능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인터뷰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