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341호>에 보도됐던 톱스타 A씨의 ‘강간미수 증거 조작 의혹’ 사건 첫 재판이 열렸다. 지난 11월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재판장 김윤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번 재판은 사건 발생 당시 A씨의 소속사에서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관리했던 B씨와 A씨의 담당 매니저였던 C씨가 증인으로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재판을 통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생각됐던 이번 사건은 재판이 끝난 지금도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B씨와 C씨는 재판장에서 ‘증거조작’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그 진술 내용에 있어서 차이를 보였다.
이날 법정에서 B씨는 “A씨가 가짜 상처를 만들고 원피스를 찢는 등 직접 강간 미수 증거를 조작했다”고 증언했다.
A씨 전 소속사 관계자 증언

A씨는 1998년 모 방송사 해외 체험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외주제작사 PD D씨와 해외 촬영에 나섰고, 귀국 후 D씨를 강간치상 혐의로 고소했다. 구속 기소된 D씨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을 때까지 8개월간 복역했으며 최근 “당시 증거와 증인 진술이 조작돼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주장, 지난 4월 A씨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날 재판에서는 A씨의 증거조작 여부를 가리기 위해 구체적이고도 철저한 증인심문이 이뤄졌다.
먼저 B씨는 “당시 A와 해외촬영을 마치고 온 D씨가 ‘A씨의 연기부족으로 방송을 내보낼 수 없게 됐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전화를 받고 실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들어 올까봐 강간미수 사건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촬영 과정에서 D씨가 추파를 던졌다는 A씨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하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막아보자는 목적으로 강간미수로 몰아붙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B씨는 고소장 작성과 증거 조작 과정에 대해서도 생생하게 증언했다.
B씨에 따르면 A씨가 회사 고문변호사 등에게 자문을 구한 뒤 D씨를 상대로 한 고소장을 직접 작성했으며, 증거조작을 먼저 제안했다.
B씨는 “당시 A씨가 소속사 대표이사의 집에서 립스틱으로 양팔에 멍을 그리고 원피스를 가위로 흠집을 내 찢는 것을 목격”했으며 “A씨가 사 온 1회용 카메라를 이용해 내가 사진을 찍어줬다”고 폭로했다.
A씨의 변호인이 10여 년이 지난 뒤 이 같은 진술을 하는 것에 대해 “현재 A씨와 전 소속사 간에 법적 분쟁이 있기 때문에 허위 진술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으나 B씨는 “회사와 A씨와의 분쟁은 하등의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B씨와 함께 증인으로 나선 C씨도 “9년 전 법정에서 했던 진술을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B씨의 진술과 약간 다른 점은 B씨는 A씨가 모든 증거 조작의 주체적인 역할을 했다고 진술했지만 C씨는 “B씨 등 소속사 측의 부탁을 받고 회사에서의 불이익이나 업계 평판이 두려워 당시 허위 증언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 PD가 회사 측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지 않았는데도 A씨가 고소를 유지한 이유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D씨 측의 소송을 막기 위해 고소를 준비했으나 나중에는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한 취지로 바뀌었다고 B씨에게 들었다”고 진술했다. 모든 지시는 B씨와 소속사 측을 통해 받았다는 설명이다.
A씨 변호인 A씨 음해론 주장
양심의 가책을 느껴 마음의 짐을 덜어보고자 당시 증거 조작을 고백한다는 B씨와 당시 A씨 소속사와 B씨가 시키는 대로 했다는 C씨. 하지만 A씨의 변호인은 이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D씨는 실제 A씨와 전 소속사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적이 없고, A씨가 제기한 강간치상 혐의 고소는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서 소를 취하할 수 없다는 것이다. A씨의 전 소속사 측은 처음부터 소를 취하할 마음이 없이 고소장을 작성했다는 주장이다.
이어 9년 전 사건에 대해 이제와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전 소속사와 A씨와의 법적 분쟁 탓이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이미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이기 때문에 위증죄도 성립하지 않을뿐더러 D씨가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A씨 역시 법적인 처벌은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의 특성을 악용해 톱스타가 된 A씨를 음해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A씨의 전 소속사는 지난해 소속사를 옮긴 A씨가 자신에게 수익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며 제기한 수 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했으며 A씨는 이후 배상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자 전 소속사 대표를 횡령 혐의로 추가 고소한 상태다.
A씨의 변호인은 “당시 매니저였다는 C씨는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시키는 대로 허위 진술 했다’고 설명했으나 사건 당시 회사를 퇴사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씨는 “당시 A씨의 소속사와 다른 회사를 동시에 다니고 있었다”면서 “다시 A씨의 소속사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다음 재판에 갈피 잡힐 듯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한 D씨는 이번 재판에 대해 “증인들의 진술로 이루어졌다. 다음 재판 때까지 누가 증거를 많이 제시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 B씨와 C씨가 진실을 말했다고 믿는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사건 당사자인 나에게 아무 질문도 없었다는 점이다. 하다못해 기자들도 나에게는 질문 하나가 없더라. 사건의 본질이 A씨의 전 소속사와 현 소속사 쪽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씨의 전 소속사 임원 B씨는 “재판장에서 진실만을 얘기했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나니 홀가분하다. 아직 별 다른 연락이 없어서 다음 재판에 또 참석해야 하는지의 여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 담당 매니저는 “매번 말하지만 10년 넘은 사건을 이제 와서 들춘다는 것은 연예인으로써 억울하다는 생각뿐이다. 1년 반 동안 이번 사건에 시달렸다. 제 3자라는 사람이 5억원을 요구하며 이번 사건을 무마시켜주겠다는 전화도 받았다. 뭔가 구린 냄새가 나는 부분 아닌가. 다음 재판에는 결과가 나올 듯 하다. 빨리 해결 되서 A씨가 마음 편하게 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