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 이후,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의 정치적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지사 시절 ‘행정CEO’라는 닉네임을 얻으며 행정개혁가로 이름이 높았던 김 전 지사는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한 후, 현재까지 무소속 상태에서 지지자들과의 유대를 강화해왔다.
여야가 인정하는 김 전 지사의 정치적 강점은 대선정국에 영향을 미치는 상당한 영남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후보라는 점이다. 이런 김 전 지사의 정치적 상품성은 '창' 풍 이후 혼미 양상의 정국과 김 전 지사에 대한 영남 민심의 지지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이회창 후보와의 빅딜 가능성은 향후 대선정국에 심각한 파장을 불러오리라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김 전 지사와 정동영 후보와의 결합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열린우리당 해체에 주도적으로 반대하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직까지 사퇴한 김 전 지사가 다시 정 후보와 정치적 동반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 점에 관해서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정 후보의 최대 실수로 김혁규 전 지사를 따르는 상당한 영남 민심을 포용하지 못한 점을 들고 있다. 무더기 표밭 호남에서조차 대선주자 지지율이 역대 후보에 비해 현저하게 뒤떨어진 정 후보가 김 전 지사의 세력을 외면한 채 세몰이에 나섰다는 것 자체에 이미 일정 정도 한계가 노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BBK 폭탄이 터지면서 이탈하는 이명박의 지지표가 자기 쪽으로 쏠릴 것이라고 내다본 정후보측의 예측은 빗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민심이 빠른 속도로 정 후보가 아닌 이회창 후보 쪽으로 흡수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11월 10일 이명박 후보의 ‘자녀 유령직원 등재 의혹’ 기사에 달린 누리꾼들의 엄청난 수의 댓글을 보면, 정 후보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는 대신, 국민과의 약속을 깨고 나온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를 당연시하는 글들이 상당수 눈에 띈 점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이날 김 전 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해인사 주지 현은 스님은 현 정국을 ‘오리무중 지경'이라고 평가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가야산을 떠나는 자리에서 김 전 지사는 측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동지들을 실망시키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김 전 지사의 정치적 입장이 조만간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김 전 지사의 이회창 캠프 참여는 이미 시간의 문제일 뿐 다 결정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충청의 맹주 이회창 후보와 유력한 영남 민심의 지지세를 이어나가고 있는 김 전 지사의 세 결합은 타 후보들에게 파괴적인 영향력을 끼쳐 대선정국의 초강수로 등장할 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오는 17일 경 BBK 크레모아가 폭발함과 동시에 박근혜 전 총재, 정근모 참주인연합 대표, 이수성 전 총리, 심대평 국민중심당 후보 등과 연대한 김 전 지사가 이회창 정권 창출에서 우위를 점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다면 제17대 대선 게임의 승패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매일반이라는 것이다.
안개정국을 방불케 하는 현 대선정국에서 킹메이커로 변신할 수 있는 김혁규 전 지사의 행보에 정치권이 촉각을 세우고 주시하고 있다. 따라서 김 전 지사가 자신의 결단을 공식선언한 후 그를 둘러싼 여야 각 정파 계파들의 대응 방식 또한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