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을 뒤흔든 '리어', 서울로 드디어 입성!
봉평을 뒤흔든 '리어', 서울로 드디어 입성!
  • 이문원
  • 승인 2004.10.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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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어'
생각해보면, 셰익스피어극은 많은 예술가들로 하여금 '각색'의 가능성을 심어주어 이들의 끝없는 영감을 자극하는 대표적 케이스처럼 여겨지게 된다. 영화, 연극, 만화, 심지어 애니메이션으로까지 등장하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주옥같은 희곡들. 이를 현대화시키려는 시도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질 만큼 변치 않는 유행 중 하나이고, 근 몇 년 간만 하더라도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등의 작품이 헐리우드에서 '현대화'되어 큰 관심과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런 '지속되는 유행' 속에서, 극단 유가 지난 9월 10일부터 19일까지 강원도 봉평의 야외무대 '달빛극장'에서 공연한 '또다른' 셰익스피어 번안극 '리어'는 여전히 여러 셰익스피어 번안극과 차별화되고, 또 뇌리에 확실히 자리잡아 잊혀지지 않는 공연으로 기억되고 있다. 먼저 봉평의 '리어'는 '야외극'이었다. 국내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연극 형태이기에 어색해하는 일반 관객도 다수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셰익스피어 원작 자체가 어떤 공간에서도 공연이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는 작품인데다, 잦은 무대 전환과 자연환경을 상징적 무대장치로 삼은 원작 형식 탓에 오히려 실내에서의 공연이 더 까다롭고 힘들다는 점이 바로 이 자유롭기 그지없는 '야외극' '리어'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이렇듯, ''리어왕'은 연극보다 영화에 더 적합한 희곡이다'라는 푸념이 마침내 '야외극'의 형태에서 가장 폭발적으로 드러나게 되어, 아마도 여러 관객들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일 듯. 그러나 극단 유는 '리어'의 재공연을 맞이하며 전혀 생각지 못했던 시도를 감행하게 됐다. 봉평의 무대를 서울로 옮긴다는 점 정도는 전혀 주목할 만한게 못되며, 정작 여러 관객들로 하여금 '충격'을 불러일으킨 부분은, '야외극'으로 주목받은 '리어'를 '실내'로 끌어들인다는 희한한 변환이었다. '실내에서도 그 감동과 재미는 변함 없을 것이다'는 김관 연출가의 멘트만으로는 어딘지 미심쩍은 구석이 있는데, 생각해보면, '리어'의 야외극을 성공시켰던 것도 마찬가지로 '어떤 공간에서건 공연이 가능한' '리어왕'의 성격 탓이 아니었던가. 이번 공연에서 극단 유는 봉평에서의 공연처럼 한국 고유의 무속적인 이미지와 설정을 '리어왕'에 부여하며, 셰익스피어 원작에 등장하는 '광대'를 우리 전통극의 산받이(악사)로 변환한 뒤, 그를 극 진행 내내 관객과 배우의 경계에 위치시킴으로써 색다른 거리감을 부여할 예정이다. 그리고 '리어'는 무엇보다, 우리 전통극 특유의 '쌍방향 공연'의 재미를 추가시킬 예정이어서, 서구 연극 전통의 개념을 확실히 파괴하며 우리 민족이 소화하는 셰익스피어란 과연 어떤 것인가를 다시 한번 열심히 탐색하게 할 것이다. (장소: 유 시어터, 일시: 2004.10.29∼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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