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무엇을 향하여 달리고 있는 것일까 4
그는 무엇을 향하여 달리고 있는 것일까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1장 젊음의 광장 2



홍 교수는 잠시 주연식 교수를 생각해 본다. 오늘 아침 자신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조그만 상자는 그가 방학 중에 보내준 것이었다. 방학 동안에 있었던 그녀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그가 보내준 것이었다.

생일 지난지가 한 달이 넘었으나, 아마도 그는 그 방법 외에 그녀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시할 수 있는 길이 없었던 듯했다. 조그만 나무상자 속의 물체는 그녀도 알 수 없는 무슨 보석으로 된 목걸이었다. 현란한 색채가 이름 모를 보석에서 솟구치고 있었다.

주연식 교수는 과연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그렇게도 동분서주하는 그가 언제 틈을 내어 이런 물건을 골라 사서 자기에게 등기소포로 부쳐 줄 수 있었단 말인가.

그는 무엇보다도 끝없이 달리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물론 그는 달리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의 모습을 가만히 머릿속에 그려보면 그는 영락없이 달리고 있는 듯이 느껴지는 것이다. 즉, 그는 러너인 것이다.

주연식 교수가 러너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면, 과연 그는 무엇을 위하여, 무엇을 향하여 달리고 있는 것일까. 무엇인지 금방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대답은 조금은 부정적이다. 그래서일까. 홍 교수는 주연식 교수에게로 마음이 흐르지 않는 것이다.

사람이 뛰고 있다는 말은 성취욕이 강하다는 뜻이 된다. 한 사람이 강한 성취욕을 가지고 뛰고 있으면 목적한 바를 이룩할 수는 있다고 할지라고 결코 깊은 사념에 젖은 모습을 보여줄 수 없는 것이다.

한 사람의 여러 가지 모습 중에서 역시 깊은 사려에 빠진 것이 가장 인상적이고 매력적이다. 인간이 깊은 사려에 젖어 있다는 얘기는, 어떠한 한 인간과 사건을 본질에서부터 통찰하여 그것의 원리를 깨닫고, 나아가 그것의 미래를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할 때를 일컫는다.

사람이 한 사람에 대해 생각할 때 사려 깊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역시 그 사람의 출생과 죽음을 한눈으로 통찰하는 혜안과, 그런 맥락 속에서 그의 현재를 이해하고자 하는 심성과 자세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인간은 외롭지만, 이 사려 깊은 사람의 눈에 띄어 사려의 대상이 되면 그 외로움을 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가 그 사람의 출생과 죽음을 깊은 혜안으로 통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편은 무엇을 위하여 뛰고 있는 것일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도 분명히 뛰고 있는 영상으로 비쳐지는 것이다. 무엇을 위하여, 무엇을 향하여 뛰고 있는 것일까. 무언가 영원하고 값진 것을 향하여 뛰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도어에 노크가 있었다.

"네, 들어와요."

조용히 문이 열리고, 낯선 학생 하나가 몸을 디밀었다. 얼핏 보기에 가냘픈 몸매의 남학생이었다. 학생은 홍 교수를 향하여 천천히 걸음을 옮겨 놓았다.

가냘픈 인상과는 달리 학생은 완강한 몸집을 하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다만 군살이 붙지 않아 날씬하게 보인다는 말이다. 착 들러붙게 입은 청바지의 허벅다리께에는 완강한 근육살이 움찔거렸다. 게다가 날씬한 허리 위에는 역삼각형의 상체가 앉혀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