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대 위 고추잠자리 맴도는 그곳
옥수수대 위 고추잠자리 맴도는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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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미산 기슭에서1



처서도 지나니 하늘에 구름이 한결 엷어졌다. 햇빛은 따갑지만 이미 온누리에 가을빛이 완연하다.

산업도로 너머 가사미산 허리에 옥수숫대가 바람에 흩날린다. 산업도로 밑을 지나 검문소를 지나면 가사미산 초입이 나온다.

산허리를 지나 등성이로 가는 길은 호젓하다. 그 길 양편으로 농사를 짓는 밭들이 펼쳐진다. 모두들 빈 땅에 새로 일군 밭들이다.

밭둑에는 어느새 메뚜기가 뛰고 강아지풀도 여뀌풀도 한해살이 이삭을 맺었다.

들깨는 바야흐로 하얗게 꽃을 피워 남은 가을볕에 까맣게 익는다. 맏물고추를 따낸 고추밭에 지난 여름 장마비를 견딘 고춧대가 서있다.

고춧대 위로 먹잠자리가 꼼짝 않고 앉아있다. 옥수숫대 위엔 고추잠자리가 맴돈다. 잠자리도 종류에 따라 노는 모습이 다르다.

내가 이곳으로 이사온 지 벌써 3년. 시간이 나면 틈을 내어 이 길을 찾는데, 그동안 이 길에 정이 들었다.

봄이면 쑥과 냉이가 돋고 여름이면 토끼풀 엉겅퀴가 핀다. 가을이면 찔레열매가 또 빨갛게 익는다.

산길로 접어들면 애매미가 울고, 나무들 사이로 새소리가 들린다. 눈여겨 바라보면 관목 사이로 노루발, 무릇, 삽주싹이 보인다.

삽주싹은 이곳에서 처음 안 식물이다. 가을에 채취하면 약초가 된다 한다. 창출(蒼朮), 백출(白朮)이 그것이라 한다.

지난 봄에 여기서 새로 많은 풀이름을 알았다. 둥글레, 마타리, 참마, 맥문동. 맥문동은 일종의 야생난이다. 겨울에도 파랗게 잎이 안 진다. 6월에 가느다란 꽃대가 오르더니 7월에 섬약한 담자색 꽃이 핀다. 약수터 가까운 작은 골짜기에 혼자 보기 아까운 애릿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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