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안에도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온다
민통선 안에도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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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에 접어든 민통선 풍경

가슴 찌르는 철조망 안에도 사람이 산다
강물은 남북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그저 흐른다
저만치 갓 뽑은 강화 순무를 껍질째 우기적우기적 씹는 사람
뾰쪽한 철조망 가시에 가슴이 찔리는가 싶더니
한 마리 솔개가 되어 북녘 하늘로 사라진다
민통선 안에도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온다
한반도 안에도 미군이 가고 새벽이 온다

-이소리 ‘민통선’ 모두



지금 민통선 안에는 온통 진갈색으로 물든 풀과 나무들이 스치는 바람에 제 몸을 누이며 저마다 무어라 소곤거리고 있습니다. 저만치 노루 몇 마리 배춧잎을 맛나게 뜯어먹다가 지나는 군인들의 차량에 화들짝 놀라 숲속으로 도망치고 있습니다.

민통선 안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민통선 사람들은 그야말로 남북을 하나로 잇는 통일띠라고 여겨집니다. 민통선 사람들은 바로 코 앞에 보이는 북녘땅을 바라보면서도 저 땅이 남의 땅이라 생각지 않습니다.

북녘 땅에서 논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이쪽 남녘을 남의 땅이라 여기고 있지 않는 것만 같습니다. 민통선 사람들은 일을 하다가도 북녘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빙그시 웃곤 합니다.

풀이나 꽃, 나무들도 불어오는 가을바람 혹은 강물에 씨앗을 실어 북녘에서 남녘으로 남녘에서 북녘으로 보냅니다. 새들은 북녘과 남녘의 구름을 서로 물어 나르고, 햇살은 남녘과 북녘 모두 쨍하게 내리쬡니다.

지금 남과 북을 오가지 못하는 것은 낡은 이데올로기와 미국의 교묘한 술수뿐입니다. 참 슬픈 일입니다.

올 가을에는 저 강물 위에 조각배를 띄워 남과 북을 바람처럼 자유로이 오가고 싶습니다. 북녘의 작은 주막에서 막걸리 한 잔 거나하게 마시며 놀다가 저녁놀이 발갛게 질 무렵 북녘의 동무들과 어깨에 어깨를 걸고 콧노래를 부르며 출렁출렁 집으로 돌아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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