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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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물건을 탐하지 말라”

1983년 서울의 한 아파트 앞에서 다이아몬드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당시 시가 1억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6백개를 신고한 아파트 관리인 신고자(가명)씨는 그 일로 인해 정직한 시민상과 격려금도 받았다. 그런데 얼마 후, 다이아몬드를 맨 처음 발견한 사람이 신씨가 아니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 나원주 군으로 밝혀지고 관리인 신씨가 다이아몬드 7백개를 추가로 경찰에 신고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과연 1천3백개의 다이아몬드를 사이에 두고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사건을 재구성했다.

버려진 다이아몬드 진짜 주인은 누구?
밀수품 판명, 다이아몬드 국고로 환수

1983년 서울 남대문 경찰서에 아파트 경비 한 사람이 찾아와 비닐봉지 하나를 내밀었다.

버려진 다이아몬드

“저… 길에서 이걸 주웠는데요.”
“이게 뭡니까?”
아파트 경비 신씨는 하얀 비닐봉지를 유실물로 신고했고 봉지를 열어본 경찰들은 놀라 뒤로 자빠질 지경이었다. 하얀 비닐봉지를 연 순간 눈부시게 빛나는 그것은 바로 다이아몬드였기 때문이다.

이날 신씨가 습득한 후 신고한 다이아몬드는 모두 6백여 개, 지금 가치로 1억원이 넘는 고가의 물건이었다.
황금을 돌같이 본 청렴한 신씨에게 서울시경은 정직한 시민상과 격려금을 수여했고 여러 방송국에서는 이 영화 같은 일은 앞 다퉈 보도했다.

“한치의 욕심 없이 신고해준 정직한 시민에게 이 상장을 수여합니다.”
“다이아몬드 주인은 누구입니까?”
“찾고 있는 중입니다. 2주 안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습득자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만약에 다이아몬드를 받게 되면 어디에 쓰실 겁니까?”
“글쎄요~”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던 신씨는 단꿈에 빠졌다.
‘일단 다이아몬드가 신씨의 손으로 들어오면 평생소원인 내 집 마련부터 하고 그 다음, 차 한대 뽑고, 그래도 돈이 남으면 비행기 타고 해외에도 나가야지.’

다이아몬드를 주워 신고 한 정직한 주민 신씨는 과연 행복한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그날 신씨가 일하는 아파트에 사는 신원주(당시 10세) 군도 이 방송을 보게 된다. 근데 신씨가 주웠다며 경찰에 신고한 비닐봉지가 어디서 많이 본 것만 같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다이아몬드 주인은 나

전날 아침 등교하던 원주군은 아파트 입구에서 하얀 비닐봉지를 발견했다.
“새로 나온 과잔가?”
호기김에 비닐봉지를 열어봤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도통 뭔지 알 길이 없었다. 정확히 무슨 물건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머릿속에는 이미 천사와 악마의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원주야 그건 네 물건이 아니잖아. 주인을 찾아줘야지.”
“아무도 못 봤으니까 괜찮아. 네가 가지면 되는 거야."

한참 동안 천사와 악마가 실랑이를 벌이고 원주군은 주인을 찾아주기로 결심한다. 그때 마침 아파트 경비인 신씨가 나타났고 원주군은 신씨에게 신신당부 하며 비닐봉지를 넘겨준다. “아저씨 이거 저 앞에서 주웠거든요. 꼭 주인 찾아주세요.”

며칠 후, 원주군의 교실에서는 이달의 선행어린이 뽑기가 한창이었고 친구들의 추천으로 원주군의 선행사실을 알게 된 선생님은 원주군에게 직접 주운 것이 맞느냐고 재차 물어본다.
“그 다이아몬드를 정말 네가 발견한 거야?”
“네, 제가 주워서 경비 아저씨 갖다 준거에요.”

그렇다면 다이아몬드 습득자가 바뀌었다는 말인가. 어린이의 공을 어른이 슬쩍 가로채다니 안될 말이었다.
원주 군의 담임선생님은 신씨와 원주군을 대동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갔다.
신씨를 본 경찰은 2주가 지나 다이아몬드를 찾으러 온줄 만 알고 “아직 시간이 좀 더 남았는데 무슨 일이십니까?” 라고 물었고 신씨는 머뭇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빨리 말씀하세요.”
원주군의 담임선생님이 재촉하자 신씨는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다이아몬드를 주운 사람은 제가 아니라 이 꼬마입니다.”
“정말이냐?”
“네~”

실제 습득자가 원주군이라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한 신씨는 앞서 받은 격려금도 돌려줬다.
이렇게 해서 밝혀진 정직한 어린이 나원주는 날마다 이어지는 상장 수여식에 몸살이 날 정도였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어린 꼬마가 돈벼락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에 집중되고 있었다. 그런데 세관에서 문제의 다이아몬드를 조사한 결과 밀수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남의 물건 탐하지 말라

다이아몬드의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다이아몬드는 최초 발견자인 원주군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밀수품으로 밝혀지면서 모두 국고로 환수되고 말았다.
뉴스에서도 이 말도 안돼는 상황을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길에서 주운 다이아몬드는 전문 밀수범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뉴스를 보고 있던 신씨의 표정이 어쩐지 영 좋지 않다.
‘다이아몬드의 주인이 전문 밀수범이라면 그들의 다이아몬드에 손을 댄 사람에게는 끔찍한 복수가 기다리고 있겠지.’

신씨의 머릿속은 온통 이런 생각뿐이었다.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다 진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난 신고자씨.
무슨 일인지 날이 밝기가 무섭게 경찰서를 찾아갔다. 이미 습득자 정정신고도 마치고 다이아몬드 소동은 일단락 됐는데 대관절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번엔 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무서워 죽겠어요.”
“예?”

무섭다는 말과 함께 신씨가 경찰에게 꺼내 놓은 것은 다이아몬드 한 뭉치였다. 놀란 경찰은 신씨에게 다이아몬드를 또 주운 것이냐고 되묻고 경찰의 반응에 신씨는 그 동안 있었던 일을 고스란히 털어놓는다.

문제의 그날 아침. 아파트 주변을 돌아보던 신씨에게 원주군이 건네준 봉지를 열어본 순간 신씨는 귀한 물건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욕심이 나기 시작했고 나중에 원주군이 신고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되면 문제가 커질 것을 염려해 7백개는 자신이 보관하고 나머지 6백개만 신고한 것이다.

신씨가 보관하고 있던 7백개를 신고하면서 다이아몬드 소동은 막을 내렸고 비록 1억원의 꿈은 깨졌지만 원주군은 정직한 어린이라는 값진 명예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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