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이명박 “여기서 꺾이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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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BBK 김경준 3단 방어

한나라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경준 전 BBK 대표의 귀국으로 ‘BBK 주가조작 사건’에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탓이다. 김경준은 “BBK는 이명박 후보의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 후보를 의혹의 늪으로 끌어들이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그의 주장 중 일부라도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 후보는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받아야 한다. 한발만 헛딛어도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여기에 이회창 전 총재와 범여권의 공세도 강화되고 있어 이 후보와 한나라당의 갈 길이 험난해졌다.

한나라당은 과거 ‘김대업 사건’이 반복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김대업 파장’이 한달여 동안 계속됐다는 점에 주목, ‘김경준 효과’를 원천 방어한다는 전략을 펴기 시작한 것. 한나라당은 ‘김경준=김대업’이라는 공식을 공식화해 김씨를 ‘사기꾼’으로 지목하고 BBK와 관련 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별상황실도 운영해 검찰조사에 따른 상황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신당이나 이회창 전 총재의 공격도 이에 뒤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있어 대선정국은 한바탕 요동칠 전망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BBK 주가조작 사건의 열쇠를 쥔 김경준 전 BBK 대표의 송환으로 대선정국이 숨 막히는 접전에 들어갔다.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


김경준은 송환 전 가족과 마지막 면회를 한 자리에서 “모든 것을 밝히러 한국에 가겠다. 한국에 가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측과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는 굳은 의지를 밝혔다.

김씨는 로스앤젤레스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지난 8월 “다스가 BBK에 투자했다는 1백90억원은 MB 리(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돈이며, BBK·LKe뱅크·e뱅크증권중개 등 세 회사의 자본금으로 사용됐다”며 “BBK와 LKe뱅크, e뱅크증권 3개 사가 모두 100% 이 후보의 회사다. 이를 입증할 이면계약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면계약서’라는 비장의 실탄으로 이 후보를 낙마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전한 것이다.

김씨는 이면계약서에 대해 “30쪽 분량의 영문계약서”라며 “2001년 2월21일 이 후보와 맺은 주식거래 계약서에 BBK·LKe뱅크·e뱅크증권중개의 지분을 100% 이 후보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명기돼 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친필 서명이 담긴 계약서 맨 뒷장과 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김씨의 주장에 이 후보 측 법률지원단 고승덕 변호사는 “김씨가 지금까지 제시한 계약서는 모두 위조로 밝혀졌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면계약서’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김씨도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있다. 때문에 계약서의 일부를 공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을 때도 ‘칼날’을 다 빼지는 않았다. 그의 변호사가 “김씨와 이 후보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LKe뱅크와 BBK의 관계와 주식 지분에 관한 내용만이라도 보자”고 요구했지만 “검찰에 제출하겠다”며 단호히 거부한 것이다.

한 정치분석가는 “‘이면계약서’는 김씨가 가진 최후의 패”라며 “자신의 말을 입증할 수 있을 정도의, 이 후보에 대한 위협이 가능한 수준만을 보일뿐 전체를 다 드러내지 않는 것이 이면계약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씨가 원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자신의 발언에 파괴력을 더하기 위해 사용하거나 상황 변화에 따라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고 보고 값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쉽사리 모든 것을 내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권은 BBK 사건의 쟁점인 이 후보 △ BBK 실소유주 여부 △주가조작 사건에 관여 여부 △ BBK에 1백90억원을 투자한 다스의 실소유주 여부가 김씨가 검찰에 제출하는 자료들을 통해 규명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씨의 자료 제출시 문서감정을 통해 진위여부를 판단키로 했다. 김씨는 공문서를 19차례 위조한 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 만약 문서 진위여부에서 김씨가 제출한 자료가 위조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날 경우 김씨의 주장은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반면 위조로 드러난다면 상황은 이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씨가 제출할 자료에 이면계약서 외에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 씨와 맏형 이상은 씨가 대주주인 다스가 BBK에 1백90억원을 투자하는 과정을 담은 문건과 이 후보 측과의 대화를 담은 녹취록 등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경준=김대업’ 공식화

한나라당은 김경준 전 BBK 대표의 귀국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와 BBK는 아무 관련이 없다. 검찰이 수사를 해봐야 이미 끝난 사안인데 나올 게 뭐가 있겠냐”며 검증이 끝난 사안이라고 강조하지만 BBK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미지수라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법률적인 측면은 완벽하게 준비돼 있다. (BBK를) 대처하기 위해 상황실을 만들었다. 모든 것을 보고 받고 처리하는 비상체제에 돌입했다”며 당이 긴장감속에 움직이고 있음을 알렸다.

한나라당은 대책특위를 구성하고 검찰조사 과정 등 김경준과 관련한 사항에 시시각각 대처할 수 있는 특별상황실을 운영, 돌발 변수를 미연에 막는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김경준을 ‘제2의 김대업’으로 각인시키는 작업에 들어갔다. ‘사기꾼’이라는 이미지를 가장 잘 나타내줄 인물로 ‘김대업’을 내세우고 김경준과 김대업의 공통점 부각에 공을 들이기 시작한 것.

한나라당은 “김대업은 각종 전과 6범의 파렴치한 사기꾼이고, 김경준은 위조여권 6개를 가지고 전세계에 19개 유령회사를 세운 문서위조전문 국제사기꾼”이라며 김경준이 내세운 ‘이면계약서’를 5년 전 김대업의 ‘조작 녹음테이프’ 사건의 벤치마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한달여 동안 대선에 파장을 미쳤던 김대업의 ‘조작 녹음테이프’ 사건처럼 김경준의 ‘이면계약서’가 단계별로 전개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4단계 시나리오는 첫째, 김경준 자신이 ‘위조한’ 이면계약서를 당국에 제출하면서 국민의혹을 고조시키고, 둘째 검찰이 그 진위여부를 감정한다고 시간을 끄는 동안 김경준 배후세력이 ’정치공작‘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것.

셋째, 검찰이 감정에 신중을 기한다며 재감정을 의뢰하면서 시간을 끄는 동안 김경준에게 다른 문서가 있다고 발표, 넷째, 검찰이 ’진위여부 판독불능‘이라는 사실을 발표하면 그 책임에서 빠져나오면서 대선 후 김경준만 처벌된다는 내용이다.

한나라당은 “대선을 불과 1달을 앞두고 김경준이 돌아오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다. 적어도 10년 이상의 형을 받을 수 있는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받기 위해서 돌아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혹시라도 어떤 무슨 밀약이 있지 않나 하는 의혹을 가지게 된다”며 범여권의 ‘김경준 배후설’을 제기했다.

한나라당은 이어 “세간에는 김경준의 이면계약설이 5년 전 김대업의 ‘조작된 녹음테이프’의 판박이가 될 것이라는 말이 파다하다. 처벌을 모면하려는 김경준과 이를 대선에 악용하려는 그 집권배후세력은 ‘잃어버린 10년’을 가슴에 둔 국민들의 ‘김대업 학습효과’를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당 내 ‘정보통’인 정형근 최고위원은 “여권 중진이 김경준을 구하기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TF를 꾸려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며 ‘여권 공작설’을 들먹였다.

‘뻥끗’하면 ‘민란대응’

한나라당은 검찰에 대한 압박도 늦추지 않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검찰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한 명의 국제금융 사기범의 거짓 진술에 의해 대한민국의 참정권, 그리고 대한민국 대선의 운명이 좌우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수사의 비밀은 완전히 유지되어서 그것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될 것이고 또 그 결론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원내대표는 “검찰이 불공정한 수사로 인해 국민의 주권을 왜곡시키는 일이 있다면 국민적 저항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만에 하나 김경준 국제사기꾼이 선거판에 영향을 준다면 10만이든 20만이든, 아니면 대규모 인원을 동원하든, 국민적 저항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수사한다고 했을 때 호남에서 대규모 분란으로 수사가 중단됐던 일을 예로 들었다.

한나라당은 임채진 검찰총장 후보자의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도 수사기밀 유출에 따른 이명박 후보 명예훼손 가능성을 제기 “국민의 알 권리와 당사자 (명예훼손) 문제, 수사기밀 유출 문제가 교차하는데 브리핑을 함에 있어서도 조화를 이루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끌어낸 바 있다.

너도 나도 ‘BBK 효과’

▲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김경준 귀국에 따른 파장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어책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범여권은 김경준을 반전의 히든카드로 보고 검찰에 빠른 수사를 촉구했다.
범여권은 김씨의 귀국과 함께 이 후보를 수세에 몰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도곡동 땅 투기자금 1백90억원의 흐름 △옵셔널뱅크스 횡령자금 384억원의 행방 △BBK 자금 인수자금 출처 △MAF 투자자금, LKe뱅크 자금의 출처 등 이 후보의 5대 핵심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이 같은 의혹을 25일 후보등록 전까지 밝혀 줄 것을 주문했다.

김종률 의원은 “이명박 후보가 다스의 실소유자라는 의혹은 하늘이 두쪽이 나도 기소를 막지 못하는 사안이다. 대선 후보 등록일 전에 기소할 수 있을 만큼 (검찰내부에서도) 사실 관계가 확보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김경준 귀국과 무관하게 신당에서 제출한 근거 자료만으로도 이 후보의 연루 의혹을 밝힐 증빙자료가 여러 개 있다. 이 후보가 죄가 없다면 떳떳이 조사받고 밝힐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회창 전 총재도 “진실이 아닌 것 때문에 피해를 입으면 안된다”며 지난 대선에서 당한 네거티브를 강조했다. 그러나 “(BBK 관련해) 진실한 내용이 있다면 이 후보는 당연히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고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치권은 이 전 총재측에 한나라당 경선에서 검증위원으로 활동했던 이 헌, 정주교 변호사와 박근혜 캠프 법률특보로 ‘이명박 검증’에 앞장섰던 정인봉 전 의원이 속해 있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BBK에 대해 소상히 파악하고 있는 인물들이 이 전 총재측에 포진돼 있는 만큼 앞으로 이 후보와의 결전에서 ‘저격수’로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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