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이명박, 이회창, 박근혜는 한통속이며, 이 후보와 이 전 총재의 대권을 움켜쥐기 위한 치열한 기싸움은 집안싸움에 불과하다는 것. 하지만 두 후보의 팽팽한 기싸움은 지분권 분배를 노린 안방싸움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거칠고 크다. 두 후보의 설전은 박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는 정도(正道)가 아니다”라고 내뱉으면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범보수우파 진영의 싸움은 ‘이명박+박근혜VS이회창’의 맞대결로 굳어지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여전히 이 후보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고, 이 전 총재가 박 전 대표를 감싸는 듯한 발언을 계속함으로써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따라 두 후보의 지지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범보수우파 진영의 ‘新 삼각구도’도 지지율 추이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박근혜 전 대표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물밑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이 후보는 당권 대권 분리로 朴心을 확실하게 잡으려 하고 있고, 이 전 총재는 이 후보의 BBK 의혹과 자녀 위장취업에 날카롭게 벼린 창을 겨누고 있다.
당권 대권 분리’ 이명박 노림수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전 대표를 끌어안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이른 바 당권 대권 분리 선언이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표를 집권 후 주요한 국정 현안을 협의하는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은 물론 선거 기간 중 강재섭 대표와 함께 정례회동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저부터 계산하거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소통의 정치’와 ‘마음의 정치’를 펼치겠다. 박 전 대표와 함께 정권을 창출하겠다”며 박 전 대표에게 공식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박 전 대표도 기다렸다는 듯 오랜 침묵을 깨고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는 정도(正道)가 아니다”라며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와 함께 승승장구하던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뚝 떨어지고 이 후보의 지지율은 다시 40%대로 올라섰다.
이 후보의 ‘朴心 잡기’가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이 후보가 당내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권 대권 분리를 선언하면서까지 박 전 대표의 마음을 얻으려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 후보의 속셈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에게 기울지 못하게 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다. BBK, 자녀 위장 취업문제로 궁지로 몰린 이 후보로서는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의 손을 들어주게 되면 ‘도덕성=지지율 하락=낙마’라는 벼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둘째, 이 전 총재의 출마와 함께 범보수우파 진영에 떠도는 ‘이명박 낙마=이회창 대안후보’설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사실 이 후보로서는 박 전 대표의 마음만 얻으면 범보수우파 결집은 그리 어렵지 않게 된다.
셋째, 이 전 총재의 출마를 ‘역전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 전 총재와 10%대 이상 지지율 격차를 대선 막판까지 계속 끌고 가면 이 전 총재가 ‘범보수우파 분열=정권 창출 실패’라는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후보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
이 후보가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 시절 만든 권력 분산과 민주주의 정신에 충실한 당헌과 당규가 있다. 대선 전이든 이후든 이 당헌 당규는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이 후보의 손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고 있다. 이 후보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는 이 후보의 BBK, 자녀 위장취업 문제가 어느 선까지 갈 것인가를 보고 난 뒤 마음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주가 올리기 속셈?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는 박 전 대표 끌어안기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두 후보의 ‘박근혜 모시기’는 일단 1라운드에서는 이 후보가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BBK, 자녀 위장취업문제가 걸린 2라운드가 시작되면 이 후보가 이 전 총재에게 KO패 당할 수도 있다.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비판하면서 이 후보의 손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지금 이 후보와 깊은 관련이 있는 BBK 의혹과 자녀 위장취업문제를 예의 주시하면서 두 후보를 저울질하고 있는 듯하다.
‘묵언의 정치’를 계속하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속셈은 무엇일까. 정치권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당권과 내년 총선공천권, 차차기 대선후보를 꿈꾸고 있다. 따라서 박 전 대표로서는 이번 대선에서 누가 대권을 움켜쥐느냐에 자신의 정치적 생명줄이 달려 있다.
한나라당에서 이 후보 한 명만 있었을 때 박 전 대표는 당권과 총선지분권을 거머쥐기 위해 몸값 올리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이 후보의 손을 들어주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대선 정국은 이 전 총재의 출마로 ‘한나라당VS범여권’이 아니라 ‘범보수우파VS범진보좌파’의 대결로 굳어지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입장으로선 정치적 피의 색깔이 같은 이 전 총재의 손을 들어줘야 하지만 ‘경선불복’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걱정이다. 그렇다고 당권 대권 분리까지 선언한 이 후보를 드러내놓고 지지하자니 BBK 의혹과 자녀 위장취업 문제가 걸린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두 후보의 지지율 추이에 따라 막판에 어느 한 후보의 손을 들어줄 공산이 크다. 박 전 대표의 ‘묵언의 정치’의 비밀이 여기에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지지표명을 확실히 하지 않고 있는 것은 BBK와 자녀 취업문제란 덫에 걸린 이 후보 때문”이라며 “박 전 대표는 이 후보의 지지율이 추락하면 이 전 총재의 손을,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이 후보와 10% 이상 벌어지면 이 후보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회창 ‘갈 데까지 간다’?
대선 3수에 나선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마빡에 창을 겨누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비난하면서 범보수우파 진영의 무게중심이 이 후보에게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 총재는 자신의 출마를 비판한 박 전 대표에 대해서는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이러한 전략의 중심에는 ‘박근혜 달래기’가 들어있다. ‘도덕성’이란 문제를 안고 있는 이 후보에게 BBK 의혹과 자녀 위장취업이란 시한폭탄까지 터지게 되면 ‘朴心’과 범보수우파 진영의 표심이 이 전 총재에게로 쏠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전 총재는 “최종 목표는 정권교체”라며 “이 길(단일화) 밖에 없는 상황이 올 때는 제 자신이 살신성인의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대선 출마의 변에서 밝혔다.
이 전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대선 막판까지 이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10%이상 벌어졌을 때의 비상상황을 말한다. 하지만 이 전 총재는 이 후보의 ‘도덕성 실추’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 전 총재의 ‘살신성인의 결단’이란 ‘제 자신’이 아니라 ‘이 후보 자신’을 겨냥한 것일 수도 있다.
이 전 총재는 박 전 대표의 비난성 발언과 관련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박 전 대표가 그렇게 (‘정도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 발언이 이명박 후보를 적극 지지하느냐는 해석하기 나름”이라며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의 마빡을 겨눈 창끝은 매섭기만 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대선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두 후보의 관계는 지금은 ‘최대의 적’이 되어 있지만 한순간 ‘최대의 우군’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 후보 측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은 “‘땅투기·돈투기’의혹, 탈세 등으로 얼룩진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아도 되는 것인지 국민은 심각한 인식의 혼란을 겪고 있다. 이 후보는 더 이상 국민을 호도, 협박하지 말고 대선후보직 사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이 후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강 팀장은 “우리가 (이명박 후보를)공격한다고 보지 말아 달라. 상황의 추이를 봐서 검찰과 한나라당이 정도가 아니라면 앞으로 (우리 입장을) 설명하겠다”며 ‘BBK 폭탄’으로 ‘이명박 후보 사퇴론’까지 공론화시킨다는 전략이다.
범보수우파, 대연합 초읽기
범여권 후보 단일화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이명박, 이회창 후보로 나뉘어져 있는 범보수우파 진영이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이 이번 대선정국에서 두 후보 중 누구를 선택할지, 어떤 역할을 맡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좌파정권 종식’을 내세운 뉴라이트전국연합(상임의장 김진홍) 제성호 공동대표 겸 대변인은 최근 “우파의 목소리를 하나로 집결하는 ‘범우파 연대기구’가 출범할 예정”이라며 “보수우파 단체들이 힘을 합쳐 적극적으로 (이번 대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11월 끝자락 닻을 올릴 이 연대기구의 명칭은 (가칭)‘국가정체성 수호 및 정치공작 분쇄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1백80여 개 단체가 참여하는 범국민운동본부의 특징은 대선 승리를 위해 대규모 집회를 열다가 대선이 끝나면 사라지는 일시적 기구가 아니라 상설 형태를 취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있었던 보수우파 단체 중 가장 큰 규모인 범국민운동본부에는 국가비상대책협의회 김상철 의장과 전국포럼연합 이영해 상임대표 등 원로급 우파 인사들과 ‘젊은 피’ 뉴라이트, 중도보수 성향의 대표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한나라당의 입장을 전하는 단체가 아니다. 필요에 따라 ‘참정치운동본부’식의 전략적 제휴는 있을 수 있지만 한나라당에 들어가거나 관변단체로 전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 본부가 정치세력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범여권 한 관계자는 “범우파연대체는 범보수진영 결집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선정국에서 그 파급력이 엄청날 것”이라며, 범평화민주좌파 진영의 단결을 호소하는 듯한 입장을 내비쳤다.
※ 오프라인 시사신문에 ‘이명박 낙마’는 ‘이명박 낙마설’로 바로 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