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급성장의 비밀, 상도덕 무시하며 기업 키웠다?
STX 급성장의 비밀, 상도덕 무시하며 기업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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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에 대한 의혹보다는 두산과의 공방으로만 봐줬으면 좋겠다”

최근 STX그룹에 대한 업계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STX중공업의 현직 임직원들이 두산중공업의 담수 플랜트 관련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 조사를 받고 있다. STX그룹은 기술유출은 물론 영업비밀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강력하게 반박했으나 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STX그룹의 단기간 급성장에 따른 성장통이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 6년간에 걸쳐 외형 확장으로 덩치만 키웠을 뿐 그에 걸맞은 내실은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게다가 신규사업에 외부 인력을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STX그룹의 허실이 이번 사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STX그룹의 급성장이 업계의 상도를 어기고 이룩한 성과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재계 “급성장한 STX의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인 셈”
STX그룹 올해 모토 ‘꿈을 해외에서 이룬다’ 실패(?)

▲ stx그룹은 빠른 급성장에 비해 인력관리나 자체적인 기술확보가 미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STX그룹은 강덕수 회장이 지난 2001년 출범 이후 불과 6여년 만에 재계 20위권으로 진입하며 일약 재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그 동안 STX조선(옛 대동조선), STX에너지(옛 산단에너지), STX팬오션(옛 범양상선) 등을 잇따라 인수하고 STX엔파코 중공업 건설 등을 신규 설립하는 등 현재 8개의 주요 자회사를 거느린 대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출범할 당시만 해도 매출 2천6백억 원의 중견기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수출 규모 78배, 매출 34배, 자산 규모 16배 성장을 바라보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고액 연봉으로 유혹(?)

강 회장은 STX의 성장 노하우를 “무모해 보이지만 오랜 기간 치밀하게 준비해온 도전”으로 설명했다. 원동력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성공적인 기업 인수. 강 회장의 손이 닿으면 법정관리에 있던 기업들도 회생하는 성과를 보여 그룹안팎에선 ‘미다스의 손’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최근 승승장구하던 STX그룹이 출범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1월9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는 STX중공업 산업플랜트부 사장 구모(61)씨와 발전본부장 김모(54)씨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두산중공업의 해수담수화 설비 기술을 유출한 혐의(부정경쟁방지법 위반)를 받고 있다. 특히 구씨는 두산중공업 부사장까지 역임하면서 해수담수화 설비 기술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담수관련 핵심 영업비밀인 다단증발법(MSF)과 다중효용증발법(MED) 등의 설계프로그램 및 절차서 등 1백84건의 자료를 가지고 올해 6월 STX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산중공업은 구씨가 반납한 노트북을 정리하다 핵심 자료가 유출된 흔적을 발견하고 지난 8월 검찰에 진정서를 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소문이 무성하다. STX그룹에서 고액의 연봉을 내세워 업계 유능한 임직원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것. STX그룹의 급성장은 바로 이 같은 업계의 상도까지 어기며 거둬들인 성과라는 것이 소문의 핵심이다.

최근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두산중공업의 담수화 기술이 30여년에 걸쳐 만들어진 것만큼 짧은 역사를 가진 STX그룹에서는 애초부터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고 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두산중공업의 임직원을 영입했다는 설명이다.

▲ 강덕수 stx그룹 회장.
재계 한 관계자는 “급성장한 STX의 실상은 결과적으로 빛 좋은 개살구인 셈”이라며 “단기성과를 위해 핵심인력을 외부에서 충원하는 등 무리수를 둔 것이 이번 사태를 만든 원인”으로 꼽았다.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는 등 외형 확장에만 비중을 두다보니 정작 중요한 인력관리나 자체적인 기술 확보에는 미비했다는 것이다.

“확대해석, 가치도 없는 소문”

급속한 발전에 대한 성장통을 대비해 STX그룹은 올해 모토를 ‘꿈을 해외에서 이룬다’로 정하고 구체적인 징후가 드러나기 전에 내실을 다질 것을 공표해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재계에서는 시선이 곱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STX그룹의 모토는 실패한 셈이며, 이번 두산중공업 사태에서처럼 국내에서는 동종업계 기밀유출 사실이 탄로될 것을 우려해 국내가 아닌 국외에서 활동하려는 계획이 아니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STX그룹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확대해석”이라는 말로 일축했다. STX그룹 한 관계자는 “최근 벌어진 두산중공업과의 사건 때문에 구설수가 나왔던 것 같은데 그런 일은 전혀 없다”며 “가치도 없는 소문에 반박한다면 인정하는 것과 같아 더 이상 얘기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STX의 급성장에 대한 의혹보다는 두산과의 공방으로만 봐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STX “두산중공업 사태 법정에서 차후 밝혀질 것”

STX그룹은 두산중공업과 담수화기술 유출 논란으로 곤혹을 치루고 있다. STX그룹 관계자는 “해외기업도 아니고 국내기업인데, 바보가 아닌 이상 뻔히 보이는 식의 스카웃을 했겠냐”며 “구속된 2명은 STX에 올만한 사정이 있으니까 왔던 사람”이라고 해명했다. 두산중공업의 퇴직자로서 정당한 절차를 통해 자발적으로 재취업했을 뿐 2~3배에 달하는 고액의 연봉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STX그룹의 해명에 두산중공업은 이례적으로 반박자료까지 내놓으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가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STX는 더 이상 해명이나 반박자료는 내놓지 않을 계획이다.

STX그룹 관계자는 “두산에서 어떻게 볼지는 몰라도 두산측에서 발표한 반박자료에 대해서도 답변 하지 않겠다”며 “지금 반박해봤자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달라 이면부분에 대해서는 오해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만 영업비밀이 아니라는 것에 어필하고 싶다”며 “이는 법정에서 차후 밝혀질 것”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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