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 운명의 인과율까지 지배
살인마, 운명의 인과율까지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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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우4, 고어풍 스릴러의 정착

고어풍 비관주의 스릴러 <쏘우4>

▲ 책상 선반 위에 써 있는 단서, "내가 보는 것을 보라!"
냉혹함과 잔인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한 인물의 연쇄살인을 다룬 영화 <쏘우4>가 11월 21일 전국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직쏘(토빈 벨)’라는 별명을 가진 이 희대의 살인의 달인이 게임을 벌이는 특징은 덫과 힌트를 제시하며 희생자들이 자살하거나 아니면 살아남기 위해서 타인을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부여한다는 것. 직쏘는 게임의 중요한 터닝포인트마다 카세트 테이프나 TV, 벽에 휘갈겨 쓴 문구들을 통해서 게임 안으로 끼어들어 피해자가 처한 극단적인 상황을 조롱한다거나 음산한 목소리로 도덕적인 설교를 한다.

직쏘가 마련한 치밀한 덫들은 한 번 작동을 시작하면 스스로 멈추기 전에는 절대 멈추지 않는 기계를 연상케 한다. 게임에 이끌린 피해자들의 삶의 관성과 잘 맞물리는 덫들의 비정한 논리성은 운명의 불가역성을 강조한다.

▲ 직속상관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아내와 다툰 뒤에 연쇄살인게임에 연루된 릭이 살인자로부터 받는 테스트의 한 장면
직쏘가 만든 연쇄 죽음게임에 어쩔 수 없이 끌려들어가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문제가 있는 인물들로서 다른 사람의 마음에 견디기 힘든 상처를 주고도 버젓하게 잘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번 <쏘우4>에서 등장하는 릭 형사(리릭 벤트)는 투철한 경찰 정신을 가진 캐릭터로 오로지 곤경에 처한 인물을 살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굿가이’이다.

직쏘는 왜 릭 형사을 연쇄 살인 게임에 끌여들인 것일까? <쏘우4>를 보면 그 까닭을 알 수 있다. 직쏘는 <쏘우3>에서 죽었다. <쏘우4>는 19일 서울극장 언론시사회장을 찾은 기자들의 헛기침이 나오게 할 정도로 끔찍한 수술대 위에서 뇌를 절개당하고 해체당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추리적 스릴러 장르에 고어급 표현을 녹여낸 영화

▲ 암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살인기계 장치 제작에 몰두하는 희대의 살인마 직쏘.
직쏘의 전 아내가 운영하는 건강클리닉을 털려다가 전 아내가 유산하도록 만든 장본인 마약쟁이에 사기꾼 세실. 이즈음 돌연 암에 걸린 직쏘의 뇌화학적 구조가 변하기 시작한다.

세상과 담을 쌓고 덫 장치를 만드는 데 전념하는 직쏘의 첫 목표물은 세실이었다. 세실을 괴롭힌 기계장치는 칼날 문을 얼굴로 뚫고 나오며 난자질을 당해야만 손과 발이 풀리도록 고안돼 있다.

세실 류 캐릭터들의 심리적 특성은 자기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이기심이 광적일 정도라는 것, 따라서 죽는다는 염려만으로도 극도로 신경질적으로 돌변한다.

직쏘라는 인물의 천재적 기계장치 제작 능력과 세상살이의 불공정함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분노, 그리고 덫에 걸려든 먹잇감들의 맹렬한 생존욕이 없이는 이 연쇄살인 게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생사의 잔인한 논리를 형상화

▲ 연결된 덫, 연결된 죽음 - 죽음의 제로섬 게임
그렇다면 직쏘는 ‘굿가이’ 릭 형사를 왜 게임에 끌어들인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릭 형사가 타인의 생명을 구하겠다고 설치고 다니는 그 가상한 노력조차 덧없고 하찮은 게임 논리 안에 포함돼 있다는 것을 직접 깨닫도록 하기 위해서다. 직쏘는 말한다.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자신 뿐이다.”

직쏘가 만든 덫에서 그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고, 일단 덫에 걸려들면 자신의 생명을 파괴하지 않고서는 빠져나가기는 불가능하다. “시간은 환상”이라고 직쏘는 선언한다.

완벽한 덫에 걸려든 희생자들은 그저 자신의 생명을 구하려고 살인과 배신을 자행하며 죽음의 제로섬 게임을 벌여나갈 뿐이다. 그런데 승자는 언제나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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