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풍 비관주의 스릴러 <쏘우4>
‘직쏘(토빈 벨)’라는 별명을 가진 이 희대의 살인의 달인이 게임을 벌이는 특징은 덫과 힌트를 제시하며 희생자들이 자살하거나 아니면 살아남기 위해서 타인을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부여한다는 것. 직쏘는 게임의 중요한 터닝포인트마다 카세트 테이프나 TV, 벽에 휘갈겨 쓴 문구들을 통해서 게임 안으로 끼어들어 피해자가 처한 극단적인 상황을 조롱한다거나 음산한 목소리로 도덕적인 설교를 한다.
직쏘가 마련한 치밀한 덫들은 한 번 작동을 시작하면 스스로 멈추기 전에는 절대 멈추지 않는 기계를 연상케 한다. 게임에 이끌린 피해자들의 삶의 관성과 잘 맞물리는 덫들의 비정한 논리성은 운명의 불가역성을 강조한다.
직쏘는 왜 릭 형사을 연쇄 살인 게임에 끌여들인 것일까? <쏘우4>를 보면 그 까닭을 알 수 있다. 직쏘는 <쏘우3>에서 죽었다. <쏘우4>는 19일 서울극장 언론시사회장을 찾은 기자들의 헛기침이 나오게 할 정도로 끔찍한 수술대 위에서 뇌를 절개당하고 해체당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추리적 스릴러 장르에 고어급 표현을 녹여낸 영화
세상과 담을 쌓고 덫 장치를 만드는 데 전념하는 직쏘의 첫 목표물은 세실이었다. 세실을 괴롭힌 기계장치는 칼날 문을 얼굴로 뚫고 나오며 난자질을 당해야만 손과 발이 풀리도록 고안돼 있다.
세실 류 캐릭터들의 심리적 특성은 자기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이기심이 광적일 정도라는 것, 따라서 죽는다는 염려만으로도 극도로 신경질적으로 돌변한다.
직쏘라는 인물의 천재적 기계장치 제작 능력과 세상살이의 불공정함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분노, 그리고 덫에 걸려든 먹잇감들의 맹렬한 생존욕이 없이는 이 연쇄살인 게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생사의 잔인한 논리를 형상화
직쏘가 만든 덫에서 그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고, 일단 덫에 걸려들면 자신의 생명을 파괴하지 않고서는 빠져나가기는 불가능하다. “시간은 환상”이라고 직쏘는 선언한다.
완벽한 덫에 걸려든 희생자들은 그저 자신의 생명을 구하려고 살인과 배신을 자행하며 죽음의 제로섬 게임을 벌여나갈 뿐이다. 그런데 승자는 언제나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