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참석 예정인 후보 네 명 중 토론 방식에 이의를 제기한 이명박 후보가 불참했고, 이회창 후보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는 사회자의 말과 함께 본격적으로 토론이 시작됐다.
한국정치아카데미 정치연구실장 박상병 박사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는 패널이 질문하면 대선후보들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두 시간 동안 계속됐다.
중앙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5% 이상을 통과한 후보들 가운데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만 토론회에 참석했다.
조계종 총무원의 김영국 종책특보, 서강대 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 박광서 교수, 강원도 원주 성불원 주지 현각스님 세 명은 패널로 나와 종교정책, 불교환경, 교육 등에 관한 질의을 던졌다.
(다음은 패널과 후보측 사이에서 오간 질의응답이다)
우선 두 후보의 대선 각오를 밝힌다면
정 후보
옷깃만 스쳐도 500번의 연이 있다 한다. 지금 여기는 억만 겁의 인연으로 나온 자리다. '번뇌 속에 푸른 눈을 여는 자는 붓다를 볼 것이요, 사랑으로 구원을 얻는 이는 예수를 만날 것'이란 말을 들었다. 종교는 서로 화해해야 한다.
지난 달 친견한 해인사 종정으로부터 ‘화합과 민생경제 살리기 그리고 안보의 중요성’을 경청했다. 그 말씀을 높이 받들어 실천하겠다.
문 후보
큰 영광이다. 유한양행 유일한 박사의 뜻을 살려 국가를 위해서 봉사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믿어 대선에 출마했다.
현재는 심각한 실업난 속에서 대학생의 절반 이상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자신의 영혼을 팔아서라도 직장을 갖고 싶다고 한다. 이런 문제는 국가가 해결해야 한다. 썩은 정치 경제 지도자로는 할 수 없다.
우리도 다시 5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남북협력과 대미관계 개선,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등 북미수교의 조기실현을 통하여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와 희망을 가져오겠다.
이번 대선정국이 사건과 인물 중심으로 된 까닭이 있다면?
정 후보
정책이 중심이다. 야당 검증에 문제가 있다. 야당에서 깨끗한 후보를 내놓았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명박 후보는 안 된다고 한 박근혜 전 대표의 마음을 이해한다. 지금 국민의 관심은 온통 검찰청에 쏠려 있다.
이번 선거는 IMF(국제통화기금) 그늘인 양극화, 일자리, 사교육비, 주거 이 문제를 누가 해결할 수 있느냐. 이제 평화냐 전쟁이냐, 부패냐 반부패냐, 미래로 나가느냐 과거로 다시 돌아가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
문 후보
야당 책임이 더 크지만 여당 책임도 크다. 97년 외환 위기를 초래한 분들, 부패의 상징적인 인물들이 나온 것은 잘못됐다. (그러나) 여당이 제대로만 했다면 이 두 분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삼성 비자금 떡값 주고 받은 것 방치해서 위기로 몰고간 것에 대해 양쪽이 다 책임이 있다. 기존 정치인은 물러가고 ‘새로운 전문가’가 나와야 한다. 노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
이번 대선의 시대적 의미는 무엇인가
문 후보
경제를 살리되 이명박식, 재벌식으로 해서 일자리를 줄이거나 비정규직으로 하는 게 아니다. 사람과 일자리, 교육을 중시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처럼 국민의 대다수가 고용되는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
정 후보
(문 후보의 답변에) 200% 동의한다. 현재 국내 1000개의 기업의 놀고 있는 돈이 360조다. 부자가 공정한 경쟁을 통하여 더 큰 부자가 되도록 지원하겠다.
대통령이 되면 경제지도자, 투자자, 노조지도자 등으로 구성된 ‘팀 코리아’를 구성하여 보잉기를 타고 다니며 투자유치에 앞장서고 한국을 중국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
두 후보는 단일화 의향이 있나?
정 후보
해야지요, 부처님의 가피로 될 것 같아요(좌중의 폭소). 문국현 후보를 간절히 만나고 싶었다. 이제 ‘협상’을 시작해 달라.
문 후보
부패를 크게 번지게 한 일, ‘시대청산’부터 해야 하니 국민에게 먼저 용서를 구해야 한다.
정 후보
국민이 받은 고통에 대해 ‘사과’하며 ‘송구스럽다.’
두 후보는 전통문화유산 보존에 근본적인 방안이 있는가?
정 후보
문화유산 보존은 적극 찬성한다. 그러나 장관급의 문화유산부 설치는 보류한다.
문 후보
우리나라는 70%이상이 불교문화 유산이다. 현 전통문화 보존 예산의 0.5%를 1.5%로 올리겠다. National Trust(국민신탁법 : 영국에서 시작한 자연보호와 사적 보존을 위한 민간단체)를 통해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화재 위험이 높은 사찰과 그 주변을 통합관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해서 전통문화유산과 자연을 동시에 보호해야 한다.
문 후보
통합적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불교계 인사의 참여를 늘리겠다.
정 후보
불교계 인사를 대폭 참여케 하고 (문제점은) 확실히 바로 잡겠다.
문 후보는 문화유산 보존 예산을 1.5%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는데, 그런 예산이 어떻게 가능한가
문 후보
우리나라 예산 285조 중 25조가 건설부패다. 이것만 잘 활용해도 충분하다. 초등교육, 지역대학의 세계화도 가능하다.
참여 정부의 대북관계는 어떻게 보나
문 후보
정상-총리-장관 회담 잘 했다. 개성 공단도 잘된 일이다. 앞으론 미국과 더 좋은 관계를 가져서 북핵 없애고 군사 대치 완화해서 경제 협력을 해나가야 한다. 한미 간 의사소통을 강화, 북미수교를 하도록 해야 한다. 거기에 한반도의 미래가 달려 있다.
정 후보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3년 전쟁에 정전체제가 54년이다. 이 체제를 끝내고 위대한 평화협정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러면 군대 갈 필요없다. 바로 모병제다. 사상의 화해가 가능하다.
문화대국을 위한 정책이 있다면?
문 후보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국민신탁법(National Trust)'이 특별법으로 통과됐다.
정 후보
문화 정부, 문화 대통령이 돼야 한다. 그게 돈이요, 경쟁력이다. 지금은 지난 잃어버린 50년에서 겨우 되찾은 10년이다. 현재 많은 문화콘텐츠의 뿌리는 불교 문화에 있다. 그 종사자는 45만 명이다. 5년 안에 100만 명 일터를 만들겠다.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판본'을 제자리에 갖다둘 수 있나?
정 후보
원래 있던 곳에 두고 불교계가 관리해야 한다.
문 후보
원소유자에게 돌려주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훼손된 문화재 보존도 중요하다. 황룡사 절터를 상징적으로 복원해야 한다.
불교 환경 개선 방안이 있다면?
문 후보
현 문화재보호법은 공간중심적이다. 이를 주변 경관과 함께 관리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전통 문화도 이해하고 산천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 후보
수행도량이나 화엄사, 통도사 등 명산대찰 주변의 골프장이나 보신탕 집 등 환경 개선은 문화적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
21일 미국 로스앤젤리스에서 김경준 씨의 부인 이보라 씨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BBK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은 어떻게 생각하나?
문 후보
이명박 후보가 사기를 당했든 사기 공범이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상습적인 위장취업, 전입이 더 큰 문제다. 이명박 후보가 살던 곳만 고도 제한한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BBK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국민의 결단을 촉구한다.
정 후보
분명한 것은 두 사람이 동업자라는 것이다(이때 객석에선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주가 조작, 탈세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부인, 부정하는 행위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해외에 나가는 국민의 자존심이 얼마나 상하겠나.
공무원의 종교적 독립을 법제화하거나 교육하는 정책 등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 방안은 있나
정 후보
정교 분리는 당연한 원칙이다. 국민의 종교는 제가 믿는 종교처럼 받들겠다. 지도자의 특정 종교 편향은 위험하다.
문 후보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좋은 법이나 제도를 지도층이 지키지 못한다. 품성이 바로 된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 정교분리뿐만 아니라 언교분리(言敎分離)의 원칙도 지켜져야 한다.
행정행위의 종교유착이나 종교교육은 어떠한가
정 후보
특정 학교에서 종교 교육을 학생들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 종교의 자유, 자율의 헌법 정신으로 충분하다. 관계당국에 근거조항이 없다면 교육청 등에서 후속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 개인의 종교자유는 종교 교육에 우선한다는 판례를 존중해야 한다. 대통령은 헌법의 수호자다.
문 후보
동의한다. 초중고 교육 관계법을 개정해야 한다. 학생인권 차원에서 반드시 고쳐야 한다.
마무리 발언을 하신다면
문 후보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다. 전체 93%의 국민이 좌절하고 있다. 이제 나라를 바로 잡을 때다. 국민은 ‘부패에 대해 불복’해야 한다.
일자리 500만 개 창출, 연 8%의 경제 성장을 이뤄 ‘사람’ 중심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부패, 환경파괴의 상징인 이명박 후보 대신 우리 국가의 미래세력에게 힘을 주길 바란다.
정 후보
10년 전 오늘은 IMF가 터진 날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현재 10위 진입이 눈앞이다. 그런데 국가청렴도는 43등이다. 여기 문국현 후보는 43등을 10등 안으로 만들 수 있는 분이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다. 원효 대사의 화쟁 사상에 따라 내부통합과 남북경제통일과 동북아를 이끄는 외교 대통령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