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관련, 한나라당 히스테리?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22일 범여권의 BBK 공세가 "오발탄, 불발탄이라는 여러 가지 정황“을 언급하며 목청을 높였다.
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대표최고위원실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런 정황들로 ‘영장실질심사 포기’, ‘(김경준씨의) 변호사 사임’, ‘에리카 김 등 김씨 가족 기자회견의 혼선’, ‘이면계약서를 공개하지 못한 점’을 들었다.
한나라당은 22일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이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거듭 이명박 후보 연루의혹을 제기하자 "가족사기단의 국민우롱극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논평에서 "에리카 김이 라디오에 나와 30분 동안 일방적으로 얘기했는데 역시 변죽 울리기이고 가짜 약 팔기였다"며 "거짓말이 거짓말을 계속 낳고 있다"며 검찰 수사를 남기고 있는 시점에서 강하게 힐난했다.
당 클린정치위원장은 홍준표 의원도 "김경준씨가 구속되고 나면 에리카 김에 대한 범죄인인도청구가 바로 들어갈 것으로 안다"고 은근히 엄포를 놓았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과 클린정치위 소속 고승덕 변호사 역시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경준이 구속되면 에리카 김은 한국 법정에 서야 할 인물로 그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말해 홍 의원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격수들의 반응이 자못 신경질적인 인상마저 주고 있는 가운데 21일 대표적 우파논객 조갑제씨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누리꾼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나라당 고위직 “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조갑제씨는 <李明博(이명박)의 아슬아슬한 외통수 게임>이란 제하의 글에 위의 공격수들과는 전혀 다른 한나라당 고위직의 한 목소리를 실었다.
“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검찰이 절대로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 유리한 수사 발표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가조작 혐의는 없다고 봅니다만, BBK의 실소유주라는 사실만 확인되어도 거의 치명적입니다. 李 후보가 퇴로 없이 너무 단정적으로 부인해왔습니다. 어디까지 따라가야 할지 저도 고민입니다.”
조 씨는 이 글에 현재 한나라당은 이명박 후보의 결백 주장’에 대해서 ‘진상을 알고 확신을 가진 채 따라가는 사람보다는 무작정 따라가는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며 ‘폭로의 내용과 한나라당측의 반박을 비교하면 폭로 내용에 더 수긍이 가는 대목들이 더러 있다.’고 느낌을 털어놨다.
이어 조 씨는 이명박 후보가 BBK의 실질적 소유주였다는 사실이 확인했다는 검찰 결과가 나온 이후의 정국변화를 8가지 관점에서 내다봤다.
검찰 수사 발표 직후, 예상시나리오 8가지
첫째로, 이명박 후보와 캠프의 입장에선 수사결과를 ‘정치공작’으로 몰아부칠 것이라고 보았다. 다만 이때 과연 정치공작 주장이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상당수 언론은 이명박 편인 것이 사실이지만 언론의 생리상 사실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KBS 등 친여 언론은 일대 폭격을 할 것이다.’
둘째로, 조 씨는 검찰 발표의 진실성을 의심할 수 없고 경선기간에 제기한 이명박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날 때 박근혜 측도 이명박 후보를 감싸기는 힘들 것으로 보았다.
셋째로, 조 씨는 이명박 최악의 시나리오도 예상했다. 박 의원이 검찰 발표 직후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 자동 이 후보의 지지율은 급락할 것이고 사퇴 압력까지 받을 수 있다고 봤다.
넷째로, 조 씨는 현재 이명박 당선 목표 아래 뭉친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 불리해지면 이명박 지지를 지속하다가 자칫 부패 은폐세력으로 몰려 내년 총선 때 낙선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공개적으로 이 후보를 비판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조 씨는 이렇게 가정된 반이명박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이회창 지지로 전환될지 여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여섯째로 조 씨는 후보 등록 이후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면 ‘치명적인 결점’을 가진 이 후보를 밀든지, 포기하고 이회창 후보 지지로 돌든지, 아니면 분열 상태에 빠진다고 보았다.
일곱째로 조 씨는 ‘이명박 후보의 승패는 지지층과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계속 자신을 밀어주도록 확신과 자신을 심어줄 수 있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면서도 ‘지지율 폭락이나 한나라당 내분이 생기면 아무리 투표일이 임박했다고 하더라도 어려움이 생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 씨는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검찰 수사 결과를 정치공작으로 몰아부친다면 도리어 이 후보를 지지를 선언했던 애국단체들의 선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씨는 사실을 따르기도, 이명박 후보를 따르기도 힘든 '좌파정권 종식'을 바라는 유권자 전체의 고민일 것이라고 말한 뒤 ‘이명박 후보는 참으로 아슬아슬한 외통수 게임을 하고 있다.’는 일침으로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