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BBK 불발탄 만들고 대권 움켜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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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선대위 상황중계

▲ 이명박 대선후보를 주축으로 하는 한나라당 선대위는 최근 BBK 공세로 제2의 캠프를 운영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 사람의 대통령 후보 뒤에는 수많은 이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대선후보를 보좌하는 일에서부터 선거 전략을 짜고 정책을 만들고 유세를 지휘하는 일까지. 뿐만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크고 작은 일을 하며 힘이 들면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불철주야 쉼 없이 일한다. 후보의 정책과 전략전술에 따라 선거대책위원회의 형태와 운영방식도 제각각이다.

<시사신문>은 대선주자들의 선대위를 찾아 선대위가 어떤 이들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아봤다. 그 첫 번째로 11월21일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 선대위를 찾았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보여준 선대위는 거대한 전함이었던 반면 이 후보의 선대위는 분야별 전문가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의원들에게 지방을 맡기면서 ‘기업’의 형태를 지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최근 BBK 사건과 관련한 공세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한나라당 선대위 ‘대한민국 국민성공캠프’ 안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따라가보자.


지난 11월21일 찾은 한나라당 당사는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4-31 한양빌딩에 위치하고 있었다. 한나라당은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천막당사에서 생활하다 서울시 강서구 염창동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대선에서 기동성 확보를 위해 기자실과 선대위 등 일부 조직을 여의도로 옮긴 것이다.


8인 체제 ‘이명박 주식회사’


한나라당의 선대위 ‘대한민국 국민성공캠프’는 기존의 선대위와는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 8명의 선대위원장 중 6명이 외부 인사라는 점과 모든 체제가 이 후보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원들은 지방으로 배치시키고 본체는 능률적으로 짠 이명박표 선대위를 둬 일각에서는 ‘이명박 주식회사’라 부르기도 한다.

8명의 공동선대위원장단은 강재섭 당 대표를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분야별 선대위원장단이 꾸려졌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국회 담당 선대위원장으로 뛰고 있으며 유종하 전 외무장관(외교안보), 박찬모 전 포항공대 총장(교육과학기술), 배은희 전 리젠바이오텍 대표(미래신산업), 김성이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 김주훈 전 조선대 총장(체육·청소년 부문), 윤석원 중앙대 교수(농어업 부문)가 외부 선대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들 선대위원장들에게 힘을 보태고 있는 이들은 정형근, 이한구, 이강두 이상배, 이해봉, 김무성, 김학원, 전여옥·원희룡, 한영, 이윤성, 이규택, 전재희, 강창희 등 부위원장들이다.

한나라당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는 이 후보가 직접 챙기고 있다. 또한 ‘국민통합특별위원회’는 이윤구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상임고문에 박근혜·이기택·최병렬·박희태·서청원 전 대표, 김수한·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이 있으며 고문에는 김덕룡 의원이 ‘국민통합’을, 최시중 한국 갤럽회장이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가 위치한 빌딩의 2층부터 6층까지는 한나라당의 대외 업무를 관할하는 부서들이 포진돼 있다. 이들의 구성은 간단 명료하다. 2층에는 ‘권력형비리 국민신고센터’가 당 클린정치위원회와 함께 위치해 효율성을 살리고 있으며 공보, 수행, 유세 지원 등 관련성 있는 부서들이 나란히 자리했다.


3층은 모든 선대위의 핵심부, 종합상황실이다. 4층과 5층에는 기자실과 공보실 등 홍보조직이 갖춰졌고 6층에는 대선후보실이 마련돼 있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선대위는 실무중심 팀제로 운영되고 있다.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다른 팀에서 하는 일에 대해서는 신경 쓸 틈이 없다. 각자 맡은 부분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선대위의 분위기도 짜임새 있게 운영되는 기업의 분위기를 닮아 있다.

선대위가 단순화를 통한 집중을 추구한다면 지방은 의원들의 손에 맡겨져 있다. 각 지역마다 당 중진 의원들이 포진, 선대위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10년’ 조촐한 생일잔치


<시사신문>이 한나라당 선대위를 찾은 날은 당의 10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오전 10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10주년 기념식을 갖고 자축연을 벌였다. 한국 정당사에서 같은 당명을 가지고 10년 이상 존립했던 정당은 민주공화당, 신민당, 자유민주연합 등 3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창당 10주년’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이 자리에는 이명박 대선후보를 비롯해 강재섭 대표, 이한동, 이기택, 최병렬, 박희태, 김영선 등 전직 당 대표와 당원들이 참석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 분위기는 밝지 않았다. 한나라당 창업주인 이회창 전 총재가 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했으며 박근혜 전 대표도 “예전부터 잡힌 행사가 있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아 맥이 빠졌기 때문이다.

BBK도 분위기를 침울하게 했다. 이 후보는 인사말을 통해 “요즘 국민들이 심려를 많이 하고 있을 줄로 안다.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진실과 정의가 살아 숨쉬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어느 누구도, 검찰도, 역사를 거스르는 일은 할 수 없을 것”이라며 BBK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다.

강 대표도 “범여권은 사기꾼 입만 바라보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또 다른 사기꾼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사설 폭탄물을 한나라당을 향해 던지고 있는데 그 폭탄은 방향을 잘못 잡았다”면서 “자기 진영으로 가서 터질 것이다. BBK는 오발탄 아니면 불발탄으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BBK 등 외부 공세에 대한 우려감을 씻어내지 못한 듯 행사 중간 당 클린위원회의 ‘공작정치’ 영상물을 상영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나경원 대변인의 선창으로 ‘국정실패세력의 정권연장 공작정치를 분쇄한다’, ‘이명박 후보를 중심으로 화합하고 단합해 국민열망인 정권교체를 이룩한다’는 결의문을 제창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끝으로 참석자들은 10주년 기념 보드에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적었으며 이 후보는 ‘정권교체’라는 단어와 사인으로 다시 한 번 대권 의지를 다졌다.


BBK? 일주일이면 끝날 것


오후 2시. 한나라당 당사에서는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과 고승덕 변호사의 BBK 관련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이날 아침 김경준 전 BBK 대표의 부인 이보라씨가 미국에서 ‘이명박 후보의 BBK 소유의혹’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가지는 등 상황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었다.

고 변호사를 포함한 당 클린정치위원회 소속 변호사단과 대변인단, 공보특보단 등은 이씨의 기자회견 전부터 미국 현지 상황을 면밀히 체크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전 7시 개최하던 전략기획조정회의도 한 시간 앞당겨 열고 생중계된 기자회견 이후에는 이 후보에게 즉각 보고됐다.

고 변호사는 김씨의 친필 메모와 이메일 등 증거자료를 제시하며 BBK는 김씨의 회사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김씨의 메모와 편지를 보면 김씨와 이 후보가 자주 만나는 사이가 아니었다. BBK는 1999년 설립되는데 이 후보와 김씨는 2000년 처음 사업에 대한 말을 나눴다는 것은 BBK와 이 후보가 관련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리카 김에 대해서도 “에리카 김은 김경준이 공금을 횡령하고 빼 돌린 유령회사에 공동명의가 돼 있는 한배를 탄 운명으로 이들 말 자체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된 ‘이면계약서’에 대해서도 “‘정면계약서’ 밖에 없다. 우리가 갖고 있는 실제 계약서(영문) 진본에는 김씨의 가족들이 말하는 BBK는 등장하지 않는다. 만약 들어갔다면 약간 변조가 되지 않았나 본다”고 역설했다.

홍준표 의원은 “BBK는 이번 주가 지나면 시들해 질 것”이라며 “이 후보측이 적극적으로 조사에 응하고 있고 자료도 다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더 해명할 것이 없을 정도다. 이회창 후보가 BBK가 아니라 자녀문제로 이 후보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은 BBK에서 더 나올 것이 없음을 감지했기 때문 아니겠냐”고 말했다.

기자회견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은 끝없이 이어졌다. 특히 고 변호사와 홍 의원, 나 대변인에게 질문이 쏟아졌고 이는 한시간여 동안 계속돼 BBK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고 변호사는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의도와는 다른 기사가 나가게 되더라”라며 입조심을 했다. 홍 의원은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니고”라며 자리를 피했다. BBK가 자칫 더 큰 불씨로 번질까 우려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김씨의 귀국과 관련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별도의 사무실을 얻어 상황실로 운영하고 있다. 이 곳은 김씨와 관련한 사항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며 BBK 공세를 대응하는 전략들이 만들어지고 있어 일부에서는 ‘제2 캠프’라 부를 정도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상황실’에는 홍준표 위원장이 전두 지휘하고 있으며 김정훈·김기현 의원, 김상희 전 법무차관, 김명곤·오세경 변호사, 고승덕 변호사 등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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