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사면초가…李·文 새 둥지 튼다?
범여권 사면초가…李·文 새 둥지 튼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적전분열 자중지란 대권헌상론 책임 대두

▲ 범여권 통합 및 후보 단일화에 따른 정동영, 이인제, 문국현 후보의 팽팽한 힘겨루기는 내년 총선 지분권 분배에 따른 속셈에서 비롯되었다는 게 정치권 일반의 분석이다. 맹철영 기자
범여권이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졌다. 당 통합과 후보 단일화, 지분권 분배에 따른 셈법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정동영 후보는 이인제 후보와 문국현 후보에게 총선 공천 지분에 따른 ‘특단의 결심’을 내비치며 안타까운 손짓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는 ‘독자출마’라는 카드를 내밀며 이미 등을 돌린 상태이고, 문 후보는 자신으로의 후보 단일화를 꿈꾸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후보와 문 후보가 정 후보를 버리고 새로운 둥지를 틀 것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게다가 범여권 후보들의 지지율은 꽁꽁 얼어붙어 있다. 위기를 느낀 DJ와 재야 원로들은 범평화민주세력 총단결을 호소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권 재창출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BBK 의혹, 이회창 출마, 박근혜 행보, 범여권 후보 단일화 잡음 등 대선정국이 혼돈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부동층 또한 20%대로 늘어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시사신문>은 정 후보의 범여권 후보 단일화 드라마의 속내와 의결기구 5 대 5 합의에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이 후보의 속셈, 각계각층의 지지선언을 무기로 ‘정동영 후보직 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문 후보의 계산법을 심층 분석한다.

대선일이 다가오면서 부동층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동안 10%대 중반이던 부동층이 최근 20%대를 넘보고 있다. 이와 함께 부동층이 20∼50대로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는 것도 이번 대선의 특징이다.

鄭 후보단일화 속셈


정동영 후보가 ‘부동층 사냥’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정 후보의 ‘부동층 사냥=지지율 올리기’는 범여권 후보 단일화와 맞물려 있다. 따라서 정 후보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인제 후보와 문국현 후보를 끌어들이기 위해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정 후보가 이 후보와 문 후보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앉히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 지분권’이라는 카드를 어떤 방식으로 분배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범여권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지게 되면 부동층 ‘쏠림현상’이 일어나 정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오를 것”이라며 “이번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살 길’은 후보 단일화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하지만 이 후보는 5 대 5가 아니면 정 후보와 신당이 내미는 그 어떤 ‘사탕’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이와 함께 문 후보는 정 후보가 내미는 후보 단일화 카드에 “참여정부 실정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후보직을 사퇴하라”며 한 술 더 떴다.

정 후보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민주당과 이 후보에게 5대5 지분을 내주자니 당내 반발도 만만찮은 데다 창조한국당의 문 후보가 걸린다. 문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때에도 일정한 지분을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신당은 허울만 남게 된다. 신당 내 의원들이 이 후보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5대5 지분을 7대3으로 조정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갈 길 바쁜 정 후보로서는 후보 단일화에 이번 대선의 승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후보로서는 후보 단일화를 통해 부동층을 끌어안고 ‘鄭風’을 일으켜야 한다. 그래야 ‘BBK 의혹’이란 호재를 마음껏 활용,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

지분 배분을 놓고 고민에 빠진 정 후보. 정 후보의 범여권 후보 단일화에 따른 대역전 드라마의 속셈은 무엇일까. 첫째, 당내 지분을 최소 50%라도 지키겠다는 전략일 수도 있다. 애당초 5대5로 정했던 민주당 이 후보와의 지분을 최소 7대3으로 낮추면서 나머지 2는 창조한국당 문 후보에게 내주는 것이다. 그래야 당내 반발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당권과 지분의 분리라는 초강수를 둘 수도 있다. 신당은 당권만 쥐고, 지분은 민주당과 창조한국당에게 내주는 것이다. 당내 의원들은 지분 대신 장, 차관 등 정부 주요 요직에 앉힌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대통령 당선을 전제로 해야 하며 당내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

셋째, DJ와 蘆心을 얻기 위해서라고 예측해 볼 수 있다. 정 후보로서는 모든 것을 다 내놓더라도 후보 단일화를 이뤄야만이 ‘호남필패론’을 잠재우며 ‘정권 재창출’이라는 카드로 민노당 권영길 후보까지 압박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는 “범평화민주세력들은 범여권의 분열로 차기 정권을 범보수우파에게 내주는 것을 몹시 경계하고 있다”며 “정동영 후보가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깃털’ 단 문국현의 노림수


文風이 불고 있다. 김영춘 의원의 신당 탈당을 시작으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 지지선언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문 후보 지지선언은 최근 여성계 인사 1천6백3명에 이어 광주지역 각계인사 5백18명, 전북지역 각계인사 1천여 명, 대통합민주신당 원혜영, 이계안, 뉴패러다임포럼 등 교수 1백50명, 경남도민 2백77명, 대전지역 각계인사 2백10명, 대구지역 교수, 사회단체, 기업인 등 2백28명,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ㆍ중소기업, 숲운동가 1백인, 충북지역 대학교수 51명, 전북지역인사 1백여 명 등 줄을 잇고 있다.

문제는 지지율이다. 이회창 출마와 함께 문 후보의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면 정동영 후보를 따라잡기가 힘들다. 문 후보 측은 “신당이 말하는 단일화는 의미가 없다. 정 후보가 몸으로 사과하고 실정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며 ‘정동영 후보직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문 후보 선대위원장 김영춘 의원이 “12월에 정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상황인데 우리가 걸림돌이 된다면 희생할 각오가 되어있다”고 말한 것도 ‘못박힌 지지율’이 문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문 후보의 지지율 정체에 대해 “그분들(이명박 이회창 후보)보다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고 정권교체를 실현할 수 있는 분인데 의미 있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이회창 후보 등장 후 정보전달이나 언론공간 기회가 많이 상실돼 버렸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 후보는 지지율 정체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로의 후보 단일화를 강조하고 있다. 왜? 이는 크게 세 가지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첫째, 전국 각계각층의 잇따른 지지선언을 무기로 후보 단일화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 정 후보의 ‘호남필패론’을 방패막이로 내세워 자신으로의 단일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둘째, 대선 막판까지 정 후보와 힘겨루기를 하며 몸값을 한껏 부풀린 뒤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정 후보의 손을 들어준다는 전략이다. 이는 총선 지분권을 민주당보다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초강수라 볼 수 있다.

셋째,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의 확실한 차별성을 시도, 당내 위상정립을 확고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는 차후 당권 장악과 함께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견고하게 다지겠다는 숨은 뜻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번 대선에서 문국현 후보가 정 후보의 지지율을 앞서게 되면 정 후보가 문 후보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이는 문 후보도 마찬가지”라며 “그래야 범평화민주진보세력의 ‘대선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鄭 ‘짝사랑’, 등 돌린 이인제


이인제 민주당 대선후보가 ‘독자출마’라는 초강수를 두며 정동영 후보와 신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통합과 후보 단일화를 위해 약속했던 5대5 지분이 6대4로 낮춰졌기 때문이다.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유일한 희망으로 내걸고 있는 정동영 후보로서는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 됐다. 이와 함께 러브콜을 계속 보내며 ‘짝사랑’하고 있는 문국현 후보마저 “실정에 대해 석고대죄부터 하라”며 정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범여권은 자중지란에 빠져 ‘정권 재창출 실패’라는 오명을 덮어쓸 수도 있다.

이 후보가 ‘독자출마’라는 초강수를 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지분 50%를 쥐고 있어야 신당과 동동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지분을 최소 7대3으로 낮추려는 신당과 끝없는 줄다리기를 하면서 막판에 6대4라는 지분이라도 얻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문 후보가 신당에 들어오면 신당은 최소 지분 3은 내줘야 하기 때문에 당권은 자동적으로 이 후보에게 넘어온다는 계산에서다.

셋째, 당내 확고한 위상정립이다. 상대적으로 ‘깨끗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문 후보가 당에 들어오게 되면 자칫 이 후보의 위상이 깎일 수도 있다.

민주당이 의결기구 ‘7 대 3’ 구성안을 “민주당과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전당대회 시기를 당초 합의한 6월보다 앞당겨 실시하되, 의결기구 구성비율은 5대5 합의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이 “지난 12일 양당 후보와 대표가 연대 서명해 국민 앞에 발표한 합의문을 휴지통에 넣어버린 신당의 대표와 후보는 어떠한 제안을 할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 신당은 합의를 파기한 데 대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신당과 정 후보를 강력 비판한 것도 결국 내년 총선 지분을 둘러싼 팽팽한 기싸움에 불과하다.

따라서 독자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이 후보는 당분간 정 후보와 신당의 움직임을 눈여겨 지켜보면서 끊임없이 정 후보와 신당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 후보와 문 후보와의 연대설이 은근슬쩍 흘러나오는 것도 이 ‘압박용 카드’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 후보 한 측근은 “정 후보가 상황을 주시하면서 결단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 같다”며, 민주당과 이 후보의 주장을 조건 없이 받아들일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민주개혁세력 총단결 호소


DJ와 재야 원로들이 범평화민주세력에 대해 총동원령을 내렸다. 범보수우파의 정권 창출을 막기 위해서는 반 한나라세력 모두가 범진보좌파 운동장에 모여야 한다는 것이다.

DJ와 재야 원로들이 내린 총동원령에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민주당 이인제 후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도 포함된다. 민주노동당의 권영길과 노무현 대통령의 친노파도 예외가 아니다.

DJ 총동원령에 이어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박형규 목사, 함세웅 신부 등 재야 원로 16명도 최근 “지금은 민주개혁세력 내부의 가치 논쟁에 몰두하기보다 공통의 가치를 중심으로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재야 원로들은 “지역 기반을 지닌 정당은 지역 기반을, 원내 의석을 가진 정당은 의원들의 힘을, 참신한 정책 구상과 인력을 자랑하는 집단은 정책과 인력의 참신성을, 독자적인 민중조직을 지닌 집단은 이를 대선 승리에 보태야 한다”며 범평화민주세력이 똘똘 뭉칠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번 범평화민주세력 총동원령을 내린 재야 원로들은 한승헌 전 감사원장, 시인 고은, 소설가 황석영,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 김성훈 상지대 총장,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등이다.

백낙청 교수는 “민주개혁세력이 지금 여론조사도 안 좋고, 단일화도 안 되고 하니까 어차피 이 판은 물 건너 간 거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며 “우리 국민은 굉장히 역동적인 국민이고, 그렇게 어리석은 국민이 아니다. 우리 국민을 믿고 정치인들이 단합을 이룩해내면 응분한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못박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