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영을 옮기는 것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겠냐며 고개를 젓는 이들도 있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에서 보듯 ‘선영의 정치학’이 ‘빈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대선을 바라보는 이들 중 적지 않은 이가 유명한 풍수지리가와 지관을 통해 조상 묘를 보살폈다는 말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 전 총재처럼 이장을 통해 ‘선영의 정치학’을 몸소 실천하기도 하고 선영 주변을 정돈하는 과정에서 선영에 좋은 기가 모이도록 방비를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는 것. 일부 풍수지리가 사이에서는 “이미 하늘은 자연을 통해 대권이 누구에게 갈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풍수를 조금 안다 하는 이들부터 시작해 유명한 풍수지리 연구가들에 이르기까지 지금 여의도는 풍수로 보는 대권 예측에 휩싸여 있다.
부모 선영이 80% 좌우?
대선이 가까워지며 대선주자들은 정치적 공세와 수세로 맞붙으며 우위를 점하려 하지만 이들의 관심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현재의 정치공방보다는 선영, 즉 조상 묘를 통해 대선주자들의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선영의 정치학’은 이미 오래전부터 대권을 말해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권도전에 3번 실패하자 전남 신안군과 경기도 포천군 공원묘지에 위치해 있던 부친 등 선영 3기를 경기도 용인으로 옮겼다. 동교동에서 일산으로 이사도 감행했다. 마지막 방법으로 풍수적 도움을 기대했던 것이다. 이장과 이사 후 김 전 대통령은 드디어 대권의 꿈을 이뤘다.
이후 정치권에서 풍수지리가들의 말 한마디를 중요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풍수지리가들이 말하는 바는 제각각이다. 한 풍수지리가는 “우리나라의 풍수지리가는 2만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몇 개의 계파로 나뉜다. 하지만 계파가 같더라고 같은 산세를 보고도 다른 말을 한다”며 “아직 풍수학에 대한 체계적인 정립이 부족한 상태라 산세를 정확히 보는 이도, 명당을 정확히 짚어내고 풀이하는 이도 드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미 자연은 그 형상을 통해 답을 말하고 있으며 시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하나의 진리를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풍수지리학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렇다면 17대 대선에서 자웅을 겨루고 있는 대선주자들의 선영은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지난 7월 충남 예산군 산성리에 있던 직계 조상 묘를 예산군 녹문리로 옮겨 정치권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린 이회창 전 총재의 선영에 대해 알아봤다.
<시사신문>은 이 전 총재의 선영과 특별한 인연을 가진 이를 찾았다. 풍수지리연구가 박민찬씨다. 그는 지난 1996년과 2002년 대선에 앞서 이 후보의 생가와 선영을 둘러보고 “(대통령이) 안된다. 이장하라”고 권유한 바 있다. 이 후보는 박씨가 권유하는 이장을 하지 않고 대선에 나섰고 결국 노무현 후보와의 승부에서 지고 말았다.
선비독서형 “관운이 꽃 핀다”

이장을 총괄 지휘한 박씨는 “이 전 총재가 영향을 받는 것은 바로 직계의 선영”이라며 “자연은 여러 가지 형태를 띠는데 그 중심에 있는 것이 혈이다. 그리고 그 혈이 온혈일 경우에만 후손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후보 부친 선영의 경우 ‘선인독서형’(선비가 책을 읽는 지형)의 좋은 자리”라고 말했다.
그는 “2002년에는 선영, 이 후보의 운, 이 후보 부인의 운 등 3가지가 다 좋지 않았다. 과거 묘가 위치한 곳은 금오산의 정기를 받는 곳이었다. 하지만 도로가 들어서며 기운이 잘려 사혈이 되어 버렸다. 또한 이 후보 부인의 사주도 이 후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사주였다”며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장을 하고 난 후 선영이 온혈에 위치하게 돼 형태를 찾았으며 이 후보와 부인의 운도 좋아졌다. 올해는 이 후보에게 관운이 꽃피우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도 조상 묘를 이장한 후 “마음이 이렇게 편한 적이 없었다”며 만족해했다는 후문이다.
<시사신문>이 찾은 또 다른 풍수지리 전문가인 이종두 한국음양효혈풍수지리회 회장은 이 전 총재의 선영에 대해 “혈이 모인 곳, 즉 결혈지의 위치와 그 크기가 후손의 미래를 좌우한다. 이 전 총재의 경우 선친 묘뿐 아니라 직계 선영까지 이장하며 끊어졌던 맥이 살아나 넓게 혈이 맺혔다”고 말했다.
이명박-정동영 닮은 꼴

그는 “정동영 후보와 이명박 후보의 경우 선영과 운이 닮아있다. 정 후보의 조부묘는 군왕지이며 이 후보 조부모대의 묘는 좋은 곳이다. 하지만 부모 선영이 좋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씨는 “정 후보 부모 선영이나 이 후보 부모 선영이나 형태를 가지지 못했다. 사주도 별로 좋지 않다”며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종두 회장의 해석은 박씨와는 다르다. 이 회장은 정 후보 선영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지난 4월까지 다른 여타의 후보들에 비해 가장 좋은 선영터를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4월까지만 해도 정 후보 부모 선영은 ‘하늘이 내린 대통령’ 자리라고 할만큼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선영을 정비하며 지관이 물 내려오는 것을 막겠다고 도랑을 치며 혈맥이 끊겨 버렸다”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 부모 선영에 대해서는 “묘역 조성이나 외관상으로는 좋은 터다. 하지만 선영이 위치한 곳은 비혈터다. 이 후보가 재산을 모으고 서울시장 등 높은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혈 때문”이라고 말한다.
평범하거나 비밀스럽거나

노 대통령의 경우 선영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천고의 명당이라 부르기에는 부족한 자리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서는 좋은 자리여서 그 기운을 받은 것 같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던 만큼 대단한 곳으로 옮기려다가 오히려 화를 당하는 것보다는 보기에는 평범하나 좋은 기운을 품고 있는 곳이 나을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캠프를 찾는 풍수지리가들의 질문에도 선영의 위치를 알리는 것을 삼가고 있다. 캠프관계자는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라 말해주기 어렵다. 후보 외의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며 선영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좋지 않은듯해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생일은 음·양력을 모두 알려줬으나 전문가들은 고개를 저었다. “문 후보측이 알려온 생일은 공식적인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이들의 경우 실제 생일과 공식적인 생일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사주는 알 수 없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