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요사안을 놓고 대선후보 ‘따로’ 당 ‘따로 노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후보 재신임’을 요구하는 괴문자 메시지도 당 안팎에 우후죽순처럼 떠돌고 있다. BBK 김경준씨의 검찰조사와 함께 이 후보의 호감도와 국정 운영능력, 지지율 또한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昌의 남자’ 조갑제를 등에 업은 이회창 후보는 이 후보의 도덕성을 최대의 호재로 삼아 이 후보 흠집내기에 나서는가 하면 ‘점퍼’ ‘국밥’ ‘흑채’ 등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대선 후보 등록 이후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못박은 박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이명박 후보 사퇴’를 주장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는 이 후보 쪽으로 기울 것 같았던 ‘朴心’이 다시 이 전 총재 쪽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朴心’이 만약 이 전 총재에게 기울게 된다면 이 후보로서는 ‘사상 최대의 악재’를 만나게 되는 셈이다.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당 내에서는 중요사안을 놓고 대선후보와 당이 이른 바 ‘따로국밥’을 먹고 있고, 당 밖에서는 ‘이 후보가 재신임을 얻어야 한다’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끝없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당 ‘따로’ 후보 ‘따로’
한나라당은 최근 검찰이 BBK 수사와 관련 이 후보의 친필 서명을 요구한다면 불응할 수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후보는 불과 4시간 뒤 “개인적으로 안 해 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한나라당의 방침을 뒤엎어버렸다.
이 후보는 또 “중앙선대위 산하 경제살리기특위 고문으로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과 손성원 전 LA한미은행장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곧바로 두 사람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혀 한나라당에 망신살을 뻗치게 만들었다.
한나라당과 이 후보가 엇갈리는 것은 이뿐이 아니다. 이 후보는 독자적으로 인터넷동호회 ‘경제살리기 747 서포터스’ 회원 3백여 명과 간담회를 열려 했다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선관위의 지적에 따라 불과 행사 30분을 앞두고 취소하는 ‘우스꽝스런’ 소동을 빚기도 했다.
때문에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는 “BBK 문제를 두고도 이 사람 저 사람이 해명하면서 오히려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어 창구를 홍준표 당 클린정치위원장으로 단일화하기로 했다”고 못으며 이 후보에게 당과 어긋나는 발언을 하지 말 것을 넌지시 주문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이를 따를지는 미지수다. 이 후보로서는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나선 자신의 뜻을 존중해 줄 것을 바라는 눈치다. 한 마디로 당이 나서서 대선후보에게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말고 무조건 ‘따라오라’는 투다.
강재섭 대표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이 후보를 따르자니 ‘BBK 뇌관’과 이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불거질까 두렵고, 그렇다고 이 후보에게 무조건 당의 뜻에 따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외환’까지 일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지지들이 ‘이명박 후보 사퇴’를 주장하며 단식농성을 계속하고 있는가 하면 자중지란을 일으킬 수 있는 휴대폰 괴문자 메시지까지 계속 떠돈다.
강 대표는 “최근 당 분열을 획책하는 괴문자 메시지가 계속 들어온다. 내용은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이 후보의) 재신임을 얻어야 한다’ 등의 투다. 선거법에 위배되는 이 문자 메시지를 누가 보내는지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며 서둘러 진화작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내우외환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후보의 BBK 이면계약서, 자녀 운전기사 위장취업, 각종 차명재산 의혹에, 박 전 대표의 행보까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문제 있다”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던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급기야 30%대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BBK 김경준씨의 검찰조사에 이어 김씨 가족의 기자회견, BBK 이면계약서 제출 등 잇따른 의혹이 이 후보의 도덕성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인스풍향계’가 최근 전국(제주 제외)의 만19세 이상 성인 남녀 8백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를 벌인 결과 이 후보의 지지율은 35.9%대로 곤두박질쳤다. 김씨의 송환 전에 비해 8.5%포인트나 급추락한 것이다. 이에 비해 이회창 전 총재는 5.1%포인트 상승한 19.7%로 20%대를 넘보며 이 후보를 바짝 뒤쫓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도 3.3%포인트 오른 14.2%를 기록했다.
이 후보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 또한 크게 나빠지고 있다. <한겨레>가 밝힌 한나라당 선거대책위 내부자료에 따르면 선거대책위가 3천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월19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39.8%, 이회창 18.4%, 정동영 13.1%, 문국현 7.9%, 무응답 16.4%로 조사됐다. 이는 이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무응답층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성품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서도 ‘비호감’이라는 응답이 51.1%로, ‘호감’이라는 응답(33.3%)을 훨씬 웃돌아 한나라당을 불안케하고 있다. 게다가 이 후보 지지층에서도 12.7%가 ‘비호감’이라는 충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와 함께 ‘대통령이 되기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느냐’는 물음엔 ‘있다’(41.7%)와 ‘없다’(42.6%)가 팽팽히 맞섰다. 특히 이 항목에서는 이 후보 지지층에서 19%,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30%나 나왔으며, 다른 후보 지지층에서는 70%가 나와 이 후보의 여러 가지 의혹에 따른 도덕성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줬다.

‘BBK 곡사포’를 맞은 이 후보의 지지율은 계속 하락세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20일 53.6%에서 11월4일 43.6%, 11월11일 41.6%, 11월19일에는 39.8%로 떨어졌다. 특히 이 후보의 지지율은 자녀들의 위장취업 문제가 불거지면서 젊은층과 주부 등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나라당 선대위는 자체 보고서에서 “20∼30대 저연령층에서의 지지도가 평균 지지율(39.8%)보다 낮다. 처음으로 20대(34.3%) 지지율이 30대(36.7%)보다 낮아졌고, 특히 20대 여성 지지율(28.9%)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昌의 남자’ 창 들었다
‘昌의 남자’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을 날개로 단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이른 바 ‘점퍼투어 ‘국밥투어’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 후보는 매일 점퍼 차림으로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며 ‘전국 팔도 국밥’을 맛보고 있다. 이는 ‘서민’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기 위해서다.
고희를 넘긴 이 후보는 백발에 가까웠던 머리칼을 진한 갈색으로 염색하고 있다. 이는 유권자들에게 ‘젊음’과 ‘건강’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머리칼이 많지 않은 이 후보가 평소 쓰지 않던 흑채를 써서 머리숱을 커버하는 것도 ‘젊음’ ‘건강’ 이미지 때문이다.
이 후보의 이 같은 변신에 대해 팬카페 게시판에는 “현재의 점퍼 패션이 제왕적 이미지보다 옆집 할아버지 같은 이미지를 풍긴다” “백발보다는 염색한 머리가 더 부드러워 보인다” 등 공감의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선거컨설팅 업체의 한 임원은 “이 후보의 추종 세력은 50대 이상으로 외모와 이미지를 보고 뽑을 유권자가 아니다. 억지로 짜 맞춰진 서민 이미지는 반창(反昌) 층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며 “이명박-정동영 후보의 상승 기세를 꺾기 위해선 이번 대선에서 실종된 정책을 되찾아 승부를 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귀띔했다.
‘정통 보수'를 자임하는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이 잇따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공격하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www.chogabje.com)에 올리는 것도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는 이 후보에게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조씨는 최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지난 2001년 5월 ‘BBK 명함’을 사용했다는 이장춘 전 외무부 대사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이씨가 받았다는 명함의 사진을 공개했다. 특히 이 전 외무대사가 명함을 받았다는 2001년 5월은 BBK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등록 취소 시점(2001년 4월 28일)이자 이명박 후보가 김경준씨와 결별했다고 주장해온 시점이다.
조씨는 또 “한나라당 바깥의 사정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여론조사에선 국민들의 상당수가 이 후보의 관련설을 믿는 것으로 나오고 언론보도를 종합해 봐도 BBK와 이명박 후보가 무관한 것 같지는 않다”며 이 후보의 BBK 의혹을 정면으로 들추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조갑제씨의 요즈음 행보는 보수권 내부의 세력다툼의 일환으로 보인다. ‘수구 냉전세력’을 대표하는 조씨가 상대적으로 온건한 대북정책을 밝히고 있는 이명박 후보 측을 공격하고 나섰다”고 밝혔다.
조씨는 지난 7월에도 “올해 11월까지 이회창씨는 초연한 입장을 견지하다가 한나라당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할 때 출마해야 한다”며 ‘昌의 남자’가 되길 주저하지 않았다.
朴 지지자 ‘이명박 사퇴’ 단식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행보가 수상쩍다. 박 전 대표는 최근 대선후보 등록을 하고 나면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이회창 후보보다 이명박 후보의 손을 들어줄 듯한 느낌을 진하게 풍겼다. 하지만 최근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박 전 대표가 쉬이 이명박 후보에게 기울 것 같지는 않다. 이는 BBK 이면계약서, 자녀 운전기사 위장취업 등으로 도덕성과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이 후보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명박 후보의 BBK 실체가 사실로 밝혀지면 박근혜 전 대표는 이회창 후보의 손을 들어줄 공산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는 한나라당 경선 직후부터 95일 동안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이명박 후보 사퇴를 주장하며 농성을 벌여온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들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것에서도 가늠할 수 있다.
‘한나라당을 사랑하는 평당원 모임’(한사평)은 최근 성명을 통해 “우리는 그(이명박)에게 사적 감정이 있어서 그를 한나라당 후보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 후보는 국민보다는 자식이 우선이었고, 측근이 먼저였다”고 거세게 꼬집었다.
한사평은 이어 “경제라는 대의명분으로 법과 원칙을 무시하였으며, 돈만 벌 수 있다면 도덕규범은 무시해도 된다는 물질만능주의를 더 귀한 가치로 삼음으로서 땀 흘려 일하고도 가진 자와 힘 있는 자의 오만과 독선에 좌절하고 절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이명박 후보 사퇴 이유를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한사평은 또 “때로는 이명박 후보를 한나라당의 후보로서 인정하려고 노력도 해 보았다. 그러나 줄줄이 터져 나오는 그의 불법행위를 접하면서 마지막 남은 동정심의 끈마저 놓을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그가 죄가 있던, 없던 정치공작에 의해 한나라당은 후보마저 내놓을 수 없는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범보수우파 진영의 틈새에서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를 저울질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두 후보의 운명은 박 전 대표의 선택에 달려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