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목숨 앗아간 동탄 붕괴 〈현장취재〉
2명 목숨 앗아간 동탄 붕괴 〈현장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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맴도는서늘한기운… 주민들 ‘분노’

희망의 신도시 동탄에서 주상복합건물 붕괴사고가 일어나 충격을 줬다. 지난 11월17일 발생한 붕괴사고는 붕괴방지용 H빔이 하중을 이기지 못해 일어났다. 사고 발생 2시간 전인 오후 5시30분경 대부분의 공사장 인부들이 일을 마치고 철수해 대규모의 인명피해는 피했지만 이번 사고로 굴착기 기사 정모(48)씨와 경비원 유모(68)씨가 사망하고 용접공 이모(55)씨는 부상을 입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탄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특히 붕괴사고 일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예고된 인재였다”며 개탄했다. <시사신문>은 사고발생 이틀 후 현장취재를 위해 동탄을 찾았다. 붕괴현장의 참담한 모습과 스산한 기운만이 동탄을 감돌고 있었다.

<시사신문>은 매립된 경비원 유씨의 사체가 발견되기 하루 전인 지난 11월19일 동탄 신도시 공사장 붕괴현장을 찾았다. 사고발생 3일째 동탄은 이미 할말을 잃은 듯 했다. 공사장 주변 거주 주민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사고 현장을 응시했고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은 말 없이 현장 정리에 몰두했다. 신도시 개발의 희망찬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썰렁한 동탄 참담한 현장

수원을 지나 지하철 병점역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타고 동탄 사고현장으로 향했다. 20분 정도를 달리니 멀리 높은 건물들이 보였다. 동탄 신도시다. 깔끔하고 세련된 건물들은 이내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근처 어디에도 그 끔찍한 사고 현장은 없을것만 같았다.

버스 기사가 일러준 곳에서 하차해 사고현장을 향해 걸었다. 사고 발생 3일째라고 하지만 현장을 알리는 어떤 분위기도 감지되지 않았다. 동탄은 너무 조용했다.

드디어 사고 현장을 찾았다. 상태는 암담했다. 아스팔트가 찢겨나갈 정도의 큰 붕괴사고였다. 무너져내린 철제구조물과 음푹 패인 땅에 고인 물은 당시 현장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사고현장 주변에는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출입금지 표시를 해뒀고 외부 차량과 방송, 신문 취재도 통제되는 듯 보였다. 현장에서 보다 가까운 곳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싶어서 출입금지 표시선을 지나 경찰에게 사진촬영을 요청했다. 안전에 문제가 있어 거부할 줄 알았던 경찰 관계자는 사고현장이 더 잘보이는 방향을 알려주며 그 쪽에서 사진촬영을 권했다. 언론의 취재가 얼마나 많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자가 찾아갔던 19일은 매립된 경비원 유씨가 발견되기 전이었지만 구조작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장에는 4~5명의 구조원이 내려가 있었지만 유씨의 구조작업이라기 보다는 주변을 정리하는 정도였다.

예민한 관계자 말없는 주민

사고현장 수습을 지휘, 통제하는 경찰, 소방관계자들은 다소 예민한 심리상태를 보였다. 안전에 위험이 있을수 있으니 안전선 밖으로 나가달라는 말을 재차 강조했고 기자의 접근을 반가워하지 않았다.

사고현장과 멀지 않은 곳에서 현장을 응시하고 있는 한 여성을 발견했다. 사고현장 건너편에 거주한다는 김모(47)씨는 “사건 당일 안방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평소 밤에도 공사를 많이 했기 때문에 소음이 많았다. 붕괴 하는 소리인줄도 모르고 TV만 봤다. 하지만 이내 사고를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왔고 놀라서 나와보니 저렇게 흉한 꼴이 되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돈 좀 아끼겠다고 부실공사를 했다가 이게 무슨 꼴이냐”며 “사람 목숨까지 앗아가고 매립된 경비원 아저씨 가족들의 속은 얼마나 타겠냐”고 시공사를 책망했다.

사고 현장 바로 옆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기자에게 관심을 보이며 “당시 정황을 알고 싶으면 주변 상가 주민들을 만나봐라. 저녁시간때 벌어진 일이라서 식당이나 상점을 찾았던 손님들이 모두 그냥 돌아가 손해 본 상점이 많다”고 말했다.

사고현장과 인접한 상가 남성복 매장을 찾아갔다. 김모(38)사장은 “한창 영업중인 시간에 사고가 터졌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변압기가 터졌고 당일 비가 내렸기 때문에 천둥, 번개가 치는 줄만 알았다. 놀란 손님들이 그냥 빠져나가 손해가 있었지만 아직 상가를 대표하는 단체가 없어 손해배상 청구는 무리인 듯 싶다”고 말했다. 이어 “매립된 경비원 구조가 시급한 문제 아니냐”고 반문했다.

현장 경찰에게 현재 사고 수습상황에 대해 묻자 “2차 붕괴 징후가 있어 구조작업과 수습이 지지부진하다. 섣불리 다가갈 수 없다”고 말하고 급하게 자리를 피했다.

계속되는 부실공사 논란

▲ 매립된지 나흘만에 사체로 발견된 경비원 유모씨의 유가족들.
사고가 발생하고 현장을 수습하면서 주변 주민들의 이어지는 제보로 부실공사 여부가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현재 경찰에서는 설계도면대로 시공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을 집중 수사중이다.

19일 동탄에서 만난 주민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모(47·여)씨는 “사고가 발행한 날 오후부터 지반이 무너질 징후를 보여 공사가 중단됐다고 들었다”며 “사고 20일 전에는 철재 구조물 일부가 휘어지면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고 바로 며칠 전에는 도로가 내려앉아 민원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현장 인근 빌딩 관계자 김모(38)씨 역시 “평소 공사현장의 작업으로 인해 주변 식당과 학원 등에서 흔들림이 감지됐고 지난 달에는 위험을 느낀 주민들이 시청 등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특히 “공사현장 주변 2, 4차선 도로가 갈라져 일주일 가량 공사를 중단했다가 시멘트를 이용해 갈라진 부분을 임시로 메운 뒤 이달 초 공사를 다시 시작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사고 원인을 당일 내린 비 때문에 지반이 약해져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는 “사고 당일 비가 5mm도 내리지 않아 지반이 비의 영향을 받아 갑자기 약해진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예고된 인재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현재 부실시공에 대해 집중 수사하고 있으며 평소 인부들이 붕괴위험에 대해 항의했지만 업체측이 묵살했다는 제보에 대해서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붕괴현장 근처는 아직도 흔들림이 쉽게 감지됐다. 현장을 뒤로 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마음이 무거웠다. 시간단축과 경비절감을 이유로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이 할퀴고간 동탄. 싸늘하게 식어버린 그곳에 따뜻한 봄날이 다시 찾아올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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