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에게 지하철은 무법지대인가. 지하철 내 여성 성추행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지하철 신종테러가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젊은 여성의 머리카락에 본드를 뿌리고 달아나는 일명 ‘지하철 본드테러’가 그것이다.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본드테러’의 경우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 2호선 잠실역, 8호선 가락시장 역 등에서 관련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피해자는 하나같이 긴 생머리의 여성이다. 아무 이유없이 불특정다수를 노린 미스테리한 사건의 가해자는 과연 누구일까.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지하철 본드테러는 이달 초 한 피해자가 인터넷 게시판에 자신의 사례와 피해 사진을 올려놓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왜 하필 나냐고…”

급한 마음에 물을 묻혀 닦아도보고 약국에 달려가 도움을 구해봤지만 모두 허사였다.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가 울먹이며 근처 미용실을 찾았다. 그녀는 머리를 자르지 않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복구해 줄 것을 부탁했다.
미용실 원장을 비롯한 직원 3명이 모두 그녀의 머리카락에 달라붙어 3시간이 넘도록 본드를 떼어내기 위해 노력지만 본드는 말끔히 떨어지지 않았다. 겨우 엉킨 부분만 손 볼 수 있었다. 이날 그녀가 머리 손질에 지출한 비용은 10만원.
피해여성은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이후 같은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이 속출했다.
범인은 ‘오리무중’
‘본드테러’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이유는 범인이 특별한 이유없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여성들은 하나같이 긴 생머리이고 피해장소는 2호선 잠실역과 8호선 가락시장 역이 가장 많았고 5호선 아차산역과 모란, 단대오거리 등 분당선도 포함되어 있다. 지하철 노선도를 살펴보면 아차산과 가락시장은 잠실역을 중간에 두고 반대방향으로 잠실역에서 그리 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범인이 5호선과 8호선을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잠실역에서 만난 최모(25·여)씨는 “지하철에서는 성추행이 가장 무서운 범죄인줄 알았는데 본드테러라니 끔찍하다. 피해자도 많다고 하는데 범인이 빨리 잡혔으면 좋겠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하고 다니는지 알고싶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범인의 심리상태가 어떤지 알 수는 없지만 피해자들의 신고가 있으면 수사가 시작되고 범인이 잡힌다면 상해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잠실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신고된 건은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불특정다수를 대상을 한 범죄를 살펴보면 가해자가 정신적인 장애를 앓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이번 본드테러의 가해자 역시 비슷한 상황이 아니겠느냐는 조심스러운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긴 머리의 여성을 질투해 벌인 범죄가 아니겠느냐”며 같은 여성을 가해자로 추측하기도 한다.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당했는지조차 알 수 없어 피해자들은 신고도 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 9월 잠실역에서 본드테러를 당한 피해여성은 당시 지하철경찰대를 거쳐 CCTV까지 확인했지만 수상한 사람은 발견하지 못했다.
불특정다수 노린 ‘증오범죄’?

지금까지 지하철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행위는 성추행에 국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본드테러’와 같이 젊은 여성들의 신변을 위협하는 등 테러가 점점 악랄해지고 있다. 최씨는 “본드였길래 망정이지 염산같은 화학물질이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본드테러’와 같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를 ‘증오범죄’라고 부른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범죄라는 것은 대부분 돈을 노리거나 원한에 의한 것들이었지만 사회가 점차 계급화되고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사회에 대한 불만과 증오는 불특정 다수를 향해 폭발하는 증오범죄의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증오범죄’는 말 그대로 용의자 내면의 분노와 열등감, 거기에 따른 증오와 우울감에서 비롯된다. 증오범죄가 다른 범죄와 다른 것은 용의자의 범죄 인식이다. 증오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적은 정해진 목표로서가 아니라 그들과 다르게 구분되는 모든 사람들이 된다. 그들의 무차별적인 테러는 여기서 발단이 된다.
한 심리전문가는 “증오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의 대부분은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정신병질자라는 뜻의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성격의 소유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사이코패스는 자제심, 양심, 도덕성 등 통제기제가 미약해 순간적인 충동으로 반도덕적, 반사회적 행위를 저지른다. 사이코패스의 이런 특성은 주변 사람, 심지어 가족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이중성을 들키지 않게 철저하게 관리 때문에 이러한 특성은 자기 내부에 잠재되어 있다가 범행을 통해서야 비로소 밖으로 드러난다.
‘본드테러’의 가해자 역시 불특성다수를 대상으로 증오범죄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에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심리전문가는 “우리 사회도 증오범죄를 잉태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증오범죄에 대한 처방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생존경쟁에서 좌절과 소외를 막기 위한 사회통합의 기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또 범죄자를 더 큰 범죄자로 몰아가는 우리의 편견을 없앰과 동시에 범죄자의 재사회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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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테러 당했을때 응급조치 요령
본드테러는 지하철역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피해 여성들은 낯설은 환경에 더욱 당황하게 된다. 그렇다고 집으로 돌아간다면 그 시간 동안 본드가 다 굳어버려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목공본드를 포함한 일반 본드는 보통 아세톤으로 지울 수 있지만 순간접착제는 아세톤으로도 제거가 힘들다. 접착제리무버가 판매되고 있지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특히나 머리카락에 묻은 본드는 접촉면이 적어 제거가 더욱 힘들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머리카락에 본드가 묻은 것을 발견하는 즉시 약국에 가서 아세톤 원액을 구입한 후 근처 미용실로 향해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미용실의 약품을 이용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할 수 있고 결과는 아세톤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므로 아세톤 원액을 구입해 미용실을 찾아간 뒤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도움을 받는 정도로 마무리 해야 한다.
괜한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면 과감하게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