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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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서 이런 일이 1. ‘백혈병 공장’ 풀리지 않은 의혹 셋

“삼성전자를 가정파괴범으로 처벌해야 한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13개 시민사회노동단체와 정당 등은 지난 11월20일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엔 기흥공장에서 근무 중 백혈병 발생으로 사망한 유가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유가족은 이날 삼성전자의 산재은폐 시도를 주장했다. 대책위 역시 기흥공장에서 발생된 백혈병 사망사건에 의혹을 제기했다. 동일한 작업환경에서 동일한 질병으로 사망한 근로자들을 우연의 일치로 보기엔 의심쩍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완강히 부정하고 나섰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삼성전자의 주장은 첨예하게 상반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유가족 “진상규명보다는 사건의 확산을 처음부터 저지”
삼성 “근로복지공단의 재조사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

▲ 대책위 발족 기자회견 중에 다산인권센터가 선보인 퍼포먼스.
지난 3월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당시 23)씨의 부친 황상기(53)씨는 11월20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삼성전자가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씨에 따르면 황유미씨가 백혈병 발병 당시 삼성전자는 치료비와 보상비를 약속하고서 퇴사를 종용했으나 막상 황유미씨가 사망하자 태도를 달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황씨에게 “개인질병으로 발생한 병이기 때문에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며 “큰 회사를 상대로 이길 수 있으면 이겨보라”고 말했다.

의문 1. 산재 은폐 위해 문서 조작

황씨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모순된 행동은 산재를 은폐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불미스런 일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퇴사를 종용했고, 황유미씨의 동료들에게 함구령을 내리는 등 진상규명보다는 사건의 확산을 처음부터 저지해왔다는 것이 황씨의 설명이다.

황씨는 특히 삼성전자가 평택근로복지공단의 요구로 제출한 자료가 조작됐다고 지적했다. 황유미씨의 근무기간을 축소시켰다는 것. 황씨에 따르면 황유미씨는 속초상고를 졸업한 동시에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을 시작했으며, 2004년 12월 3라인 디퓨전 공정 중 3베이로 발령받아 근무했다. 이후 3베이로 발령된 지 7개월 만에 백혈병에 걸렸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평택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황유미씨는 3베이에서 3개월 근무한 것으로 돼있다. 유미씨의 경우 몇 번을 옮겨 다니면서 일을 했기 때문에 실제로 3베이에서 근무한 것은 3개월밖에 안 된다는 것이 삼성전자측의 주장이다.

황씨는 이를 반박하기 위해 황유미씨의 작업일지를 공개했다. 작업일지에는 정확한 일자가 기록돼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3개월 이상 근무한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게 황씨의 설명이다. 황씨와 대책위는 20일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평택근로복지공단을 찾아 황유미씨의 작업일지를 토대로 재조사를 요구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평택근로복지공단에 대책위 결성 소식과 삼성전자의 자료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며 “삼성전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작업일지를 통해 반박했다”고 밝혔다.

평택근로복지공단 담당자는 이에 따라 근무기간과 관련해 재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문서조작 의혹에 대해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함구령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가기관에서 조사하는데 조작이 있을 수 있겠냐”면서 “공단에 제출한 자료는 틀림없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근로복지공단의 재조사 방침에는 수긍했다. 재조사를 한다면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것이 삼성전자 관계자의 설명이다.

의문 2. 동일 작업환경서 동일 질병발생

대책위는 백혈병으로 사망한 근로자들에 대해 개인질병으로 몰아가는 삼성전자의 주장은 억측이라고 주장했다.

▲ 시민사회노동단체와 정당 등은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앞에서 대책위를 발족하고 백혈병 사망자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기흥공장에서 1997년부터 현재까지 백혈병이 발생한 건수는 6건. 그중에서 2006년 8월 황민웅씨가 사망했고, 2006년 8월 이숙영씨가 사망했다. 이어 올해 3월 황유미씨도 동일한 질병인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특히 이숙영씨와 황유미씨는 같은 공정에서 같은 일을 하던 동료였다는 것.

다산인권센터 관계자는 “황민웅씨를 제외하더라도 동일한 작업환경에서, 동일한 화학물질을 다룬 두 명의 근로자가 같은 질병으로 사망했던 것만큼 이 둘이 다루던 화학물질이 백혈병을 일으키는데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명백하게 증명하지 못한다면 삼성전자의 책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현재 유통되고 있는 화학물질의 수는 약 10만종에 이르며 각 화학물질은 어떠한 작업환경에서 어떠한 작업방법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유해성과 위험성은 다르게 된다.

결국 화학물질의 유해성은 일반화될 수 없는 것인 만큼 직업적 요소인 화학물질에 의해 백혈병이 발생했고, 이를 직업병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대책위의 주장이다.

또한 삼성전자의 근무일수 조작의혹은 이 같은 화학물질에 노출된 정도를 축소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사고 있는 상태다.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굳이 작업일수를 줄일 필요가 있었겠냐는 식의 논리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전면 반박했다. 해로운 물질을 사용하지 않을뿐더러 이 같은 사실은 산업안전관리공단에서 조사결과가 발표되면 곧 증명될 일이라는 것.

삼성전자 관계자는 “1년 사이 같은 라인에서 2명이 백혈병에 걸리자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며 “이번 일로 고객들과 시민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답했다.

의문 3. 기자 사칭한 삼성직원 왜?

대책위 발족 기자회견이 있던 20일, 삼성전자 반도체 총무부 직원 박모(43)씨가 뉴시스 기자를 사칭하고 참석자들의 활동 상황을 촬영하다 적발돼 말썽을 빚었다.

이날 참석한 민노당 경기도당 김용환 위원장은 “기자회견에 참석한 인사들 얼굴 사진을 모두 찍어서 나중에 위협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직원 박씨는 시민단체들과 몸싸움 끝에 용인 고매파출소로 연행됐다. 그는 자술서를 쓴 뒤 뒤쫓아 온 삼성전자 관계자들과 함께 돌아갔다.

박씨와 함께 파출소에 동행한 다산인권센터 관계자는 “박씨가 회사에서 시킨 일이 아니고 본인 스스로 판단해 촬영한 것으로 말했지만 이를 믿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삼성전자의 이 같은 행동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같은 날 시민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삼성의 파렴치한 행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며 “굳이 신분을 위장해 참가단에게 접근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관계자는 “사칭이란 말은 표현이 좀 과한 것 같다”며 “홍보부에서 박씨에게 지시한 사항은 맞지만 시민단체에서 생각하는 그런 목적으로 사진을 촬영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자료차원으로 보관하기 위한 촬영이었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회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데 당연히 어느 회사라도 자료차원으로 보관하기 위해 사진촬영을 했을 것”이라며 “다만 박씨가 당시 경황이 없고 당황하면서 객원기자라고 둘러댔던 것이 문제를 일으킨 것 같다”고 해명했다.


▶ <취재수첩> ‘김 부장’이 아니고 ‘이 부장’이잖아!

▲ 대책위 기자회견이 있던 11월20일, 삼성전자 직원이 뉴시스 기자로 사칭해 말썽을 빚었다.
공식적으로 대책위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서려는 찰라 이색풍경이 벌어졌다. 시민단체 관계자와 한 남자간의 언성이 점차 높아지는가 싶더니 끝내는 카메라를 가지고 몸싸움까지 벌어졌던 것이다.

상황은 이러했다. 시민단체 관계자가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진기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소속된 언론사를 묻고 있었는데, 한 남자가 뉴시스 객원기자라고 밝혔다. 때마침 뉴시스 기자도 함께 있었고 이를 이상히 여긴 기자가 그 남자에게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남자는 “김 부장의 연락을 받고 취재를 왔다”고 말했고, 뉴시스 기자는 김 부장의 연락처를 물었다. 그러자 남자는 “김 부장의 연락처를 모른다”고 말하고, 이에 화가 난 뉴시스 기자는 남자에게 “바른대로 말하라”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도통 앞뒤가 맞지 않은 주장에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촬영한 사진에 대해 삭제를 요구했고, 그래도 성이 안찼던지 메모리칩을 달라고 요구했다. 메모리칩을 주지 않겠다는 남자와 메모리칩을 꼭 사수해야겠다는 시민단체 관계자간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결과는 시민단체의 승. 빼앗다시피 가져온 메모리칩에는 삼성직원임을 알 수 있는 이메일 주소가 적혀있었다. 마침내 삼성전자 반도체 총무부 직원이라고 밝힌 그 남자. 결국 신고한지 29분 만에 현장으로 달려온 경찰에게 연행돼 본인의 직장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 그나마 삼성전자 홍보부의 이 부장 때문에 간신히 체면은 차렸으니 회사는 계속 다닐 수 있을지도. 파출소에 뒤따라간 이 부장은 “제가 시킨 일”이라며 “무리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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