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표정이 너무 풍부하고 멋지거든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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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젊음의 광장 2



"군대까지 갔다온 학생으로 보이지 않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나이를 먹을 대로 먹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난 말이야 사진에 대해서 아는 게 없어."

"사진에 대해서 많이 아실 필요가 없습니다. 혹시 그러시다면 저희들도 아는 게 없지만 가르쳐 드리죠 뭐."
"그래도 지도교수가 뭔가 좀 알아야 지도를 할 게 아니야?"
"선생님, 어렵게 생각하시지 마십시오. 선생님이 저희들의 지도교수가 되어 주시면 저희들은 참 기쁠 것 같아요."

"왜? 왜 그럴까?"
"선생님 표정이 너무 풍부하고 멋지거든요."
"······"

홍 교수는 잠시 말문을 잃었다. 다소 당황스럽고 불쾌하기조차 한 말이었다. 학생이 어떻게 교수인 자기에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가. 그것도 남학생이 서슴없이 그런 말을 하다니.

그러나 얼떨떨하고 다소의 저항감도 일었지만, 왠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처음 만난 학생이었지만 특이한 인상을 가진 학생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듣다니 조금은 가슴이 술렁이기조차 했다.

"야, 넌 학생이 선생한테 그런 식으로 말을 하냐?"
"죄송합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의 솔직한 마음입니다. 학생들의 숫자가 그렇게 많지도 않습니다. 선생님에게 아무런 짐도 되지 않을 겁니다. 선생님 꼭 좀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응, 그래 생각 좀 해보고, 내일 오전 중으로 들르라고."

김영길 학생은 알 수 없는 여운 짙은 미소를 뿌려놓고 연구실을 물러갔다. 그는 문을 열고 나가면서 천천히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고개를 숙여 예를 차렸는데, 그의 투명한 듯 새하얀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번져 있었다.

김영길 학생의 뒷모습은 경이적인 것이었다. 꽉 죄는 청바지와 푼수 있게 걸쳐 입은 티셔츠가 드러내는 그의 뒷모습은 젊음과 균형 바로 그것이었다. 그의 청바지는 운동선수의 그것과도 같은 윗다리의 근육질을 감추지 않았으며, 두 개의 다리가 받치고 있는 엉덩이의 강고한 근육질의 움직임을 감추지 못했다.

학생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홍 교수는 자신도 알 수 없는 설렘 속에 빠져 있었다. 날이면 날마다 만나게 되는 학생들이었다. 그러기에 그녀는 학생들을 거의 무감각하게 대하고 있다. 학생들과의 만남과 대화는 그러기에 거의 직업적이다.

개중에는 얼굴이 놀랄 정도로 아름다운 여학생이나, 이목구비가 탐스러울 정도로 수려한 남학생도 있다. 그러나 그럴 경우, 그러겠거니 하고 지나쳐 버린다. 그들의 젊음이 내뿜는 건강미와 선천적인 아름다움은 그들의 것이다. 그들 자신의 것이고, 그들 세대의 것이다.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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