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등급제 파문, 제 2라운드 돌입
고교등급제 파문, 제 2라운드 돌입
  • 이문원
  • 승인 2004.10.1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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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등급제'에서 '변칙 본고사' 의혹, 서울대의 '고교등급제' 검토까지
지난 주 교육계는 물론 한국사회 전체를 뒤흔들었던 '고교등급제' 파문. '고교등급제'를 실제로 행한 3개 대학에 대한 경고와 정치권에서의 수습 정도로 마무리 지어질 줄 알았던 이 사건이 소멸은커녕 오히려 확대되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적용 실태에 대한 첫 보고시 터져나왓던 갖은 불만과 야유는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적용해야 되는 상황이 온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잦아지는 상황에 이르렀고, 이제 사태의 국면은 전혀 예기치 못했던 지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고교등급제'로부터 시작된 우리 대학입시 제도의 문제점 노출, 과연 어떤 식으로 마무리 지어질 것인가. 대학 측의 불만과 변칙 본고사 실시 의혹 지난 주의 '몰매' 상황이 바뀌어가기 시작한 것은 '고교등급제' 적용 여부를 놓고 지적받았던 대학들이 '그렇다면 각급 고교들의 '내신 부풀리기'를 공개하겠다'고 나서면서부터.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실시하게 된 원인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각급 고교들의 '내신 부풀리기'로 인해 내신으로 인한 변별력이 확연히 떨어졌기 때문이어서 이런 제기는 고교등급제 둘러싼 논쟁의 '분위기'를 확 바꿔 놓을 수도 있을 법한 이슈였는데, 이렇듯 상황이 바뀌어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올바른 대학입시제도 수립을 위한 교육·시민·사회단체 대표자회의'(차후 '대표자회의')가 지난 11일, 일부 대학들이 변칙 본고사를 실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다시금 분위기가 뒤바뀌어 고교등급제를 둘러싼 파문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대표자회의는 "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이화여대·한양대 등 5개 대학이 1학기 수시모집 때 정규 수업수준을 넘어선 고난이도 문제, 획일적인 문항, 국·영·수 위주의 문제 등으로 사실상 변칙적인 방법의 본고사를 실시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자세한 예시까지도 들어 각 대학들을 맹렬히 공격했는데, 대학 측은 여전히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교육인전자원부 또한 올 입시가 끝나면 실태조사에 들어가겠다는 반응만을 보여 사태의 확산을 부추겼다. 한편, 대표자회의가 공개한 '서울지역 5개 대학 1학기 수시모집 논술 및 심층면접'의 분석에 의하면, 대부분 대학이 국어, 영어, 수학 등, 일반 본고사에서 실시하는 과목에 대해 논술을 행해 '변칙 본고사'의 형태를 보였음이 입증되었으며, 대표자회의 측은 "정상적인 고교 교육과정만 이수해서 심층면접과 논술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면 이는 별도의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는 명문대 합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뜻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또, 대표자회의 측은 "이런 논술고사는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해 교육여건이 좋고 학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좋은 강남권 학생들과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고사"이며 "이런 문제 때문에 과거에 시행됐던 본고사가 폐지되었지만 각 대학에서 여전히 변형된 본고사를 시행하고 있어 수시제도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고 말해 고교등급제와 별도로 '변칙 본고사'를 실시한 대학들에 따끔한 비판을 쏟아냈다. 서울대의 '학력 차이 반영 방안' 마련 요구 이러한 여러 단체들의 질타는 확실히 효과를 거두는 듯 보였다. 먼저,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의혹을 제기받은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2학기 수시모집 전형에서는 지적받은 부분을 완벽히 제어하겠다 나서, '대학 측의 패배'가 확정되는 듯 했기 때문이다. 연세대 김한중 행정대회부총장은 "1학기 수시모집에서 지적받은 어떤 방법도 2학기 수시 전형에는 적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총학생회장 등 학생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밝혔는데, "사회적 파장과 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 때문에 교육부가 지적한 부분을 전형에서 제외한 것이지 학교측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멘트도 함께 남겨, 여전히 일말의 '논쟁의 불씨'는 남기길 원하는 듯 했다. 연세대와 함께 지적받은 이화여대 역시 '2학기 수시모집에 대한 입장'을 통해 "아직 시행되지 않은 고교추천특별전형(250명)에서 고교간 학력 차이를 반영하지 않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는데, 2학기 수시 5개 전형 중 '고교추천특별전형'을 제외한 4개 전형은 본래 고교별 특성이 반영되지 않는 것이라 말하며, 300명을 뽑는 고교성적우수자전형 등의 2개 전형은 이미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있으므로, 이 전형들에 대해 재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렇듯 '어색하게나마' 정리가 될 듯 보였던 고교등급제 파문이 다시금 '불타오른 것'은 서울대가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에 학력 차이를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요구한 데서 비롯되었다. 서울대의 김완진 입학관리본부장은 지난 10월 12일 평화방송의 프로그램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하여 "2008학년도 입시안에 고교 학력 차이를 반영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해 흘러가던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는데, 이날 김완진 입학관리본부장은 "본고사 재도입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교육인적자원부의 대입 개선안을 지켜보겠다", "교육부의 '3불(不) 정책; 중 우리 정서상 아직 이른 기여입학제를 제외한 고교등급제와 본고사 금지조항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교간 학력차를 인정하고 이를 제대로 평가할 방법을 찾아야지 덮어두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예민한 발언들을 계속 쏟아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완진 입학관리본부장은 "대입 개선안에 이런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일 뿐"이라 말하며 다소간 강경한 무드를 완화시키려 했는데, 이미 불씨를 당겨진 상태였고, 교육계와 관련 단체들은 다시 한번 혼란 속에 빠지게 되었다. '대입제도 개선안' 10월 25일 경으로 발표 연기 이런 상황에서,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본고사가 시행되면 입시경쟁이 걷잡을수 없이 치열해질 것"이고 "특정 학교 뜻에 의해 실현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점을 명확히 한다"고 밝혀 서울대의 입장에 대해 정면대응하며, "졸업생의 최근 3년치 성적으로 고교간 성적 차별을 반영하면 학생 개개인의 능력은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한편, 10개 거점 국립대학 중 서울대를 제외한, 강원대, 경북대, 경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 등 9개 대학교 총장 일동 역시 "인재를 선발하는 방법은 다양해야 하고, 선발 기준도 사회적 통념과 가치에 어긋나서는 안된다"고 밝히며 "고교 등급제는 우리의 교육정책이 추구해온 평등성과 다양성이라는 기본방향을 역행하는 것"이라 말해 서울대의 입장에 대치하고 나섰는데, "교육부는 고교 등급제와 기여입학제, 본고사 부활 등을 허용하지 않는 3불 정책을 유지하고 나머지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라고 못박아 고교등급제에 대한 서울대의 입장은 그저 서울대라는 대학 한 곳의 입장일 뿐임을 명확히 했다. 이런 와중인 탓으로, 교육부는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을 교육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당초 예정보다 1주일 가량 늦어진 10월 25일 경에 확정발표하기로 했으며, 이와 함께 몇몇 대학 측이 제기한 '내신 부풀리기' 문제에 대한 개선안도 발표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25일까지 고교진학담당교사와 교장단 간담회, 시도교육감과 주요대학 총장과 논의, 교총, 전교조, 한교조와 개선안 논의 등을 연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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