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에 대한 단상
"사실 어떤 한 시대에 대한 ‘기억’은 대부분 불편하고 곤혹스럽다. 왜냐하면 모든 기억에는 혹독하고 껄끄러운 반성적 계기가 필연적으로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 유성호
하물며 한국의 1980년대랴! 1980년대는 한국사에 있어서는 물론 역사와 맞물려있는 문학사적으로 상당한 흔적을 남겼다.
한국의 문학사에는 역사의 전면과 이면에서 각각의 길을 걸은 두 당파가 있었다. 이른바 문학의 순수성이 마치 정교분리政敎分離처럼 예술의 초월성을 숭상하여 정치와 문학을 분리시키려는 그룹과 분단사 정면에서 고통을 온 몸으로, 시로 풀어낸 마치 굿판 같이 신들린 마당패 그룹들이 있었다.
윤건차 교수가 “한국은 과거에 일본의 식민지였을 뿐 아니라 해방후에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미국의 지배 아래 있는 신식민지이며, 탈식민지주의의 과제는 과거의 식민지배 및 오늘의 피지배에서 탈식민화의 동시수행이다” 유성호, 문학수첩 2006봄호 267p 재인용
라고 말한 것처럼 80년대 한국시 주류는 이러한 역사적 관점의 연장선에서 ‘시와 리얼리즘’의 만남을 시도하고 성과와 좌절을 반복해 왔다.
1980년대가 시대작 영웅은 배출하였는지 모르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당시 문학의 실천적 리얼리즘이 문학적 성과와 업적을 이루었다고 평가되기에는 논의가 더 필요하겠지만 80년대 역사의 중심, 한국시의 중심에서 살아온 시인 고은을 그의 상징적 시집 『만인보』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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