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 하모 진해가 최고 아입니꺼"
"생선회 하모 진해가 최고 아입니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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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고소하게 쫄깃거리는 가을 맛 '모둠회'



쫄깃거리는 맛의 비법은 생선회를 뜰 때 마른 수건으로 닦아내는 것

"생선회 하모 진해가 최고 아입니꺼. 진해 앞바다에서 잡히는 생선은 부드럽고 쫄깃쫄깃하면서도 혀끝에 고소하게 감기는 맛이 기똥차지예(기막히지요). 손님들 중에서도 진해회를 한번 맛 본 사람들은 다른 생선회는 비릿하고 푸석푸석해서 못 먹는다고 그래예. 특히 요즈음 진해 앞바다에서 잡히는 생선은 그저 회가 아니라 말 그대로 보약 아입니꺼."

지난 2일(일) 오후 3시. 남녘의 잔잔한 겨울 바다와 그 바다 위에 보석처럼 촘촘촘 박힌 섬들을 보기 위해 진해 삼포마을에 들렀다가 우연찮게 들렀던 생선회 전문점 '만선횟집'(진해시 명동 109번지). 이 집 주인 장보근(32)씨는 진해 생선회 예찬론자다. 장씨는 진해 앞바다에서 금방 잡은 생선이 아니면 아예 장사조차 하지 않는단다.

그날, 나그네가 노을빛에 한껏 물든 삼포마을 앞바다를 뒤로 하고 그 횟집에 들어섰을 때 장씨는 주방에서 마구 팔딱거리는 생선을 날렵한 솜씨로 다듬고 있었다. 근데, 생선회를 뜨면서 자꾸만 마른 수건으로 포를 뜬 생선회를 깨끗하게 닦아내는 것이었다. 나그네가 장씨에게 "왜 그렇게 하느냐"라고 묻자 "이렇게 해야 생선살이 훨씬 부드러워지면서 쫄깃쫄깃하고 고소한 감칠맛이 난다"고 말한다.

나그네가 "포를 뜬 생선회를 그냥 물로 씻으면 더 편리하지 않느냐"라고 다시 묻자 장씨는 "생선회는 물로 씻으면 그 길로 끝장"이라며, "행여 마른 수건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물로 씻어내야 할 부득이 한 경우에는 바닷물에 살짝 씻어내는 것이 좋다"고 귀띔한다. 그렇게 해야 생선회가 스폰지처럼 푸석거리지 않고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난다는 것.

'모듬회'가 아니라 '모둠회'로 불러야

100여 평 남짓한 깨끗한 실내에는 맛깔스럽게 보이는 싱싱한 생선회와 소줏잔을 앞에 둔 젊은 연인 몇 쌍과 가족인 듯한 사람들이 몇몇 앉아 있다. 그들은 모두 싱싱한 생선회를 초고추장에 포옥 찍어 마늘과 함께 상추에 올려 입에 넣기에 바쁘다. 저만치 열살 남짓한 꼬마 아이 하나도 벌건 초고추장에 찍은 생선회가 맵지도 않은지 "엄마 또 싸 줘!"하며 칭얼댄다.

"요즈음 모둠회 한 접시에 얼마씩이나 해요?"
"그날 그날 시세에 따라 값이 많이 달라지지예. 특히 진해 앞바다에서 잡히는 생선은 다른 곳보다 좀 비싼 편입니더. 오늘은 모듬회(3~4인분) 한 접시에 6만 원이라예."
"주로 어떤 생선이 들어가지요?"
"오늘은 다른 날보다 물때가 조금 좋아 도미와 광어, 농어, 우럭, 전어가 골고루 들어갑니더."
"그러면 모둠회로 한 접시 주이소."

그때 주인 장씨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나그네에게 "손님께서는 왜 아까부터 모듬회를 자꾸 모둠회라고 부르느냐"고 묻는다. 나그네가 요즈음 대부분의 횟집에서 '모드다'의 준말인 '모듬'이라고 쓰고 있지만, '모드다'는 요즈음 쓰지 않는 말이므로, 표준말로는 '모두다' 의 준말인 '모둠'이라고 쓴다고 하자 "그게 그 말 아입니꺼"하며 빙긋 웃으며 주방으로 사라진다.

잠시 뒤, 나이가 2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주방 아주머니가 하얀 종이가 깔끔하게 덮힌 식탁 위에 파전, 단호박, 삶은 땅콩, 삶은 콩, 삶은 꽃게, 삶은 꼴뚜기, 마늘장아찌, 으깬 감자 샐러드, 삶은 소라와 고둥, 구운 꽁치 등 일일이 가지를 헤아리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은 밑반찬을 착착 올린다. 이어 하얀 접시에 수북이 담긴 모둠회와 상추, 깻잎, 토종 배추, 풋고추, 마늘, 초고추장, 참기름 된장을 차례대로 놓는다.



향긋한 내음과 함께 고소하게 착착 감기는 그 기막힌 맛

소주 한 잔 입에 털어넣고 도미 한 점 초고추장에 찍어 상추에 마늘과 함께 싸서 입에 넣고 몇 번 씹자 생선회 특유의 비릿한 내음은 온데간데 없고, 향긋하고도 쫄깃거리는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화악 번진다.

햐아! 이 기막힌 맛을 무어라 해야 할까. 진해 삼포마을 앞바다에 점점이 떠도는 섬들의 잔잔한 파도의 맛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저 푸르른 남녘 바다에 빠진 가을해가 예쁜 노을로 양념을 묻힌 가을바다의 맛이라고나 해야 할까.

혀 끝에 부드럽게 살살 녹아내리는 맛! 씹으면 씹을수록 향긋한 내음과 함께 고소하게 착착 감기는 맛! 평소 육고기든 생선이든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그네의 까다로운 입맛을 모둠회 몇 점이 이처럼 순식간에 사로잡을 수도 있다니! 하긴 생선회라고 해서 다 같은 생선회이겠는가. 맛이 이렇게 기막히니, 대부분 사람들이 '생선회는 진해!"라고 침 마르게 얘기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참기름 된장 찍어 광어 한 점 상추 위에 올려놓고 소주 한 잔. 초고추장 찍어 농어 한 점 깻잎 위에 올려놓고 소주 한 잔. 참기름 된장과 초고추장 비벼 우럭 한 점 찍어 토종 배추 위에 싸서 소주 한 잔. 초고추장에 듬뿍 묻힌 전어 한 점 그대로 입에 넣고 소주 한 잔. 그렇게 정신없이 먹다 보니, 세상사 부러울 게 없어진다.

생선회를 찍어먹는 틈틈이 심심풀이로 까먹는 소라와 고둥의 맛도 짭쪼롬한 게 바다의 숨겨진 감칠맛이 배어난다. 가끔 간장에 찍어먹는 구운 꽁치의 맛과 으깬 감자 샐러드의 아이스크림 같은 맛도 기막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돌솥밥. 생선알과 김가루, 옥수수가 골고루 섞인 그 돌솥밥의 고소한 맛과 입 속에서 가끔 톡톡 터지는 생선알이 씹히는 맛도 정말 일품이다.

"싱싱한 생선회는 맛이 담백하고 고소할 뿐만 아니라 무기질과 비타민 등 사람 몸에 필요한 영양가가 아주 풍부한 그야말로 건강음식이자 장수음식이지예. 특히 요즈음에는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피부미용과 비만에 좋다며 생선회를 더 즐기는 것 같아예. 손님께서도 잔병치레하지 않고 오래 사시려면 육고기보다 생선회를 많이 드이소. 건강이 최고 아입니꺼."



겨울이 깊어간다. 겨울이 점점 깊어지면서 살이 통통하게 오른 생선회의 맛도 점점 더 깊어만 간다. 올 겨울에는 바알간 노을 출렁대는 진해 행암 삼포마을에 가서 저물어가는 겨울바다를 바라보자.

그리하여 노을빛 바다에 어스럼이 질 때면 그 어스럼진 바다를 가슴에 품고 가까운 횟집에 가서 그 바다를 떠나온 싱싱한 생선회를 먹어보자. 겨울의 깊은 맛이 바로 그 곳에 숨어 있으리라.

☞가는 길/서울-대진고속도로-진주-남해고속도로-동마산 나들목-창원대로-안민터널-진해-명동-삼포마을-'만선횟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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