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회의의 명칭 변경은 ‘민족(national)’이라는 단어가 해외에서 과격한 우파 단체로 오해를 산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명칭 변경을 주장한 한 회원은 “작가회의는 명실상부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단체이다. 하지만 ‘민족’이라는 단어 등으로 ‘좌편향적 진영의 일각’이라는 시선을 받고 있다”며 “젊은 신인작가들 사이에서는 단체 이름이 구시대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민족문학의 정신과 가치관은 지속적인 문학적 실천을 통해 이뤄져야 함에도 이를 명칭에 담는 것은 깃발을 세우고 줄서기를 요구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문학이 세계를 향하고 있는 시점에 ‘민족’에 얽매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 문학적 다양성을 포괄하는 단체로 거듭나야 독특한 상상력과 창조정신으로 작품활동을 하는 새로운 세대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내부서 명칭 변경 문제 꾸준히 제기돼
회원 74% 명칭변경 찬성, 설문조사서 ‘한국작가회의’ 유력
이 같은 의견들이 제기되자 작가회의는 지난 1월 총회에 명칭 변경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일부 회원들이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회의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이후 지난 2월 명칭변경과 관련해 회원들의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위해 ‘명칭변경소위원회(위원장 도종환)’가 결성됐다.
5월에는 명칭 변경에 대한 찬반 투표가 실시됐다. 투표에 참여한 회원 5백59명(총원 대비 41%) 중 명칭 변경 찬성 4백18명(74.8%), 반대 1백37명(24.5%), 무효 4명(0.7%)으로 명칭 변경 방침을 확정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제21차 정기총회 준비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어떤 명칭으로 개정할 것인지를 논의하게 됐다. ‘한국작가회의’와 ‘작가회의’ 두 안으로 의견이 모아졌으며 회원들에게 이 두 안과 기타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가 이뤄졌다.
민족문학작가회의 관계자는 “설문조사에서 ‘한국작가회의’를 지지하는 견해가 압도적이었다. ‘한국’이라는 명칭은 여러 지역 작가들의 색깔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매우 적합한 용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가회의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2007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 학술토론회 기조연설에서 “‘민족문학’은 더 이상 생산적 구호가 아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남한의 민주화가 일단 달성됐고 자본주의적 발전 또한 더욱 심화됐으며, 그 여파로 남한사회가 다민족·다문화 사회로 이행하고 있다”며 “오늘날 ‘민족문학’은 더이상 생산적인 구호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작가회의는 8일 서울 대한출판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전국 회원들이 참여하는 총회를 열고 명칭 변경에 대한 안건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새 단체명에 관한 회원들의 의견 수집 결과도 이날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