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풍은 길 없는 하늘에서 울부짖고
배들은 자취없는 물살에서 파선하고 죽음은 널려 있고
그리고 아이들은 놀이합니다.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의 위대한 모임이 있습니다.”
(인도 시인 타고르, <바닷가에서> 중)
우리는 하루하루 경쟁심과 폭력을 호흡하며 인생을 채워나가고 있다. 멀리 돌아볼 것도 없이 이번 해만 돌이켜보아도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한 납치와 살해사건, 소말리아 해적 피랍 사건 등 굵직굵직한 폭력 사태들이 발생했다.
80년 광주민주화항쟁을 방불케 하는 미얀마 사태와 얼마 전의 프랑스 유혈폭동을 비롯, 세계 곳곳에서 죽음의 고통 속에서 터치는 아우성 소리가 우리의 안면을 방해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11월 사망한 민간인과 경찰 등 희생자는 718명으로 2006년 1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바그바드발 연합통신 보도를 보며 우리는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어리둥절하다.
우리 마음은 어느새 ‘죽음의 통계숫자’에 무감각해졌다. 죽음에 그러해졌으니 ‘삶’에도 무감각하게 되었다. 기계적인 일상과 사고의 단단한 틀거리 안에 갇혀 그 뜻과 활력을 잃어 유령 같이 허망한 목적과 목표들에 들린 삶. 전면적 사랑의 부재.
사상과 종교의 분열과 극단적인 대립 속에서 하루하루 개처럼 죽어가는 인간들의 단말마의 비명소리가 지구의식에 거대한 구름처럼 허공에 새겨진 시대이다. 진정 돌이켜 보건대 우리는 인도신화에서 말하는 암흑시대, 칼리유가(Kali Yuga)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러한 위기와 불안감이 대지를 누르고 있는 이때, 한인교류회(회장 송기원)와 인도를생각하는예술인모임(이하 ‘인생모’)는 타고르의 시에 나오듯 ‘죽음과 죽임이 널려 있는 세계의 바닷가에서 아이들의 위대한 모임’을 갖는다.
한인교류회와 인생모는 폭력과 비명소리로 신음하고 있는 이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예술인이자 인간의 이름으로 폭력과 폭력이 낳은 물리적인 소외와 고립, 그로 인해 자폐증적으로 흩어지고 있는 인간을 향해 깨고 열린 마음으로 손을 내미는 화합의 마당을 꿈꾸고 있다.
그 첫 번째 밤의 제목은 “계(界), 땡기는 존재들”이다. 경계를 초월해서 ‘이름불러주기’.
독일 철학자 니체는 경계들의 생성을 이렇게 노래했다. “모든 것은 가고 모든 것은 온다. 존재의 수레바퀴는 영원히 굴러간다”
‘인생모’가 준비하고 있는 이번 행사는 장르와 형식의 분열적 삶을 살면서 조심스럽게 ‘통합’의 가능성을 모색해 보는 한 계기로서 의미가 자못 깊다.

힌두교의 위대한 경전 <바가바드 기타>는 배우들의 몸짓과 육성으로 재해석되어 무대에 올려진다. 여기선 사촌과 할아버지와 스승을 죽여야 하는 아르주나의 인간적 고뇌와 아르주나를 설득하는 크리슈나의 이야기는 극적 재미를 넘어서 ‘우주의 생성과 변화의 필연성’을 느끼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외에도 인도의 대표적인 전통악기 시타르 연주와 국악인 이정래의 대금연주, 만트라를 노래에 실어 흥겨운 명상의 길로 인도하는 요기 사랄라의 만트라송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이번 행사는 표현의 가능한 다양성을 실험적으로 표현해봄으로써 역설적으로 근원적 일자로의 복귀를 꿈꾸려는 예술과 우리의 일상이 기실 '인드라의 그물망' 또는 화엄경의 장엄우주처럼 중층접속되어 있다는 힌두교적 우주철학의 작은 주름을 따라가보는, 우리네 인생에서 매우 ‘이질스런’ 밤으로 기억될 것이라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