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해상화재보험(이하 현대해상) 이철영·서태창 대표이사가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 대표이사 고소 건의 혐의는 사문서 위조와 보험료 횡령. 고객의 보험료를 중간에서 가로채고 고객의 동의와 서명 없이 보험을 해지하고 재가입했다는 게 그의 사유다. 물론 이들 대표 스스로가 이같은 행위를 하지 않았지만 보험사의 책임자로서 고소를 당한 것이다. 반면 현대해상은 100%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협박과 사문서 위조에 대해선 “계약자가 잘못이 없는데 협박을 할 리 있느냐”며 반박하고 나섰다. <시사신문>에선 고소 당사자인 정모(40)씨를 직접 만나 이들 대표를 고소한 사연을 들어봤다.
고소인 “법무팀 운운하며 협박, 해명보다는 고객을 우롱했다”
현대해상 “고객의 미가입된 2개 보험을 원상 복귀한 것일 뿐”
“현대해상에서 자꾸 대리점의 잘못을 몰고 가는데 결국 대리점의 잘못도 업주와 계약 관계를 맺은 현대해상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냐. 고객은 대리점을 보고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해상이라는 이름을 보고 가입한 것인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질 의무가 있다.”

“법정다툼도 마다하지 않겠다”
정씨가 자동차 책임보험을 위해 현대해상 동일증권에 가입한 것은 지난 4월20일. 정씨에 따르면 그는 현대자동차주식회사 부천북부지점에서 ‘하늘인슈’라는 대리점 업주인 김씨를 소개받고 아무 의심 없이 1톤짜리 트럭 4대를 동일증권에 가입했다. 정씨는 4대에 해당하는 보험료 4백13만2천원을 김씨의 통장으로 한꺼번에 입금했다.
정씨는 당시 4장의 동일증권 납입 영수증을 받았으나 가입확인서는 2장을 받지 못했다. 이에 정씨는 김씨에게 지급되지 않은 나머지 2장의 가입확인서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동일증권에)가입하지 않았을 거라 꿈에도 생각 못했다. 사실 현대자동차 관계자가 소개해 줘서 믿고 맡긴 거지 보험대리점이라는 게 있는 줄도 전혀 몰랐다. 현대해상의 직원인 줄 알았지 대리점을 운영하는 업주일 줄 누가 알았겠나.”
정씨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25일. 구로구청으로부터 트럭 2대의 책임보험 가입을 촉구하는 고지서가 정씨의 사업장으로 날라 왔다. 정씨는 대리점 업주인 김씨에게 이 같은 사실을 전했으나 “가입돼 있으니 염려할 것 없다”며 안심시켰다.
그로부터 5개월 뒤인 10월24일, 정씨는 또 한 번 90만원짜리 과태료 2장을 받게 됐다. 화가 난 정씨는 구로구청 담당자에게 항의를 했고, 담당자는 “전산착오”로 설명했다. 하지만 구로구청 담당자가 현대해상에 직접 문의한 결과 정씨는 해당 보험사에 가입한 사실이 없더라는 것. 정씨는 그때서야 김씨가 트럭 2대의 동일증권 보험료인 2백16여만원을 중간에서 횡령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어이가 없었다. 김씨에게 항의했더니 내년치 보험을 무상으로 들어주겠다고 하더라. 대신 없던 일로 하자며 부탁했다. 그래서 내년치 보험비와 횡령한 보험비를 합산한 금액 7백만원에 합의를 하기로 했으나 김씨가 도중에 연락이 두절됐다.”
정씨는 업주도 업주지만 현대해상의 태도는 더욱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씨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고객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 가입 시 필요한 서명을 임의대로 작성했고 이는 명백하게 사문서 위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현대해상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정씨는 주장했다.
정씨가 현대해상과 구로구청을 문의한 결과, 대리점 업주인 김씨는 이번 사태를 수습하고자 지난 10월24일 미가입된 트럭 2대의 동일증권 보험료를 수납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뒤늦게 가입한 동일증권 2개는 곧 해지가 됐고, 4월25일자로 재가입됐다. 또 정씨도 모르게 과태료도 지불됐다. 정씨는 구로구청을 통해 현대해상에서 과태료를 납부한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현대해상은 이후 정씨의 영업장에까지 찾아와서 2백만원에 합의할 것을 다시 한 번 요구했다고 정씨는 말했다. 그러나 정씨는 현대해상의 요구를 거절했다. 보험 업계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라도 현대해상과 법정다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계약자들 손실 없도록 조치 중
현대해상은 이번 사태에 대해 과실을 100% 인정하고 있다. 현대해상 한 관계자는 “고객의 시간적, 정신적 피해에 대해 이해는 하지만 현대해상도 정씨를 비롯해 다른 계약자들의 손실이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씨가 주장한 현대해상의 협박과 사문서위조에 대해서는 반박했다. 관계자는 “정씨가 4개의 보험을 가입한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만큼 대리점 업주를 대신해 미가입된 2개의 보험을 원상 복귀한 것일 뿐”이라면서 “계약자가 잘못이 없는데 협박할 리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현대해상은 현재 법적으로 보험회사 대리점에서도 영수 권한이 있지만 이 시스템에 문제가있다면 면밀히 검토한 후 시정할 것이며 대리점을 대상으로 하는 업주들의 교육에도 더욱 신경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 현대해상화재보험 입장 “왜 우리만 갖고 그래~”
현대해상 관계자는 정씨의 고소에 대해 당혹스러워했다. 회사 측이 잘못을 인정하고 정씨를 비롯해 계약자들의 손실이 없도록 조치를 취하는 등 사고 처리 과정에 있는 만큼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고객의 손실이 없도록 하기 위한 방침이었는데 사문서위조라니 말도 안 된다”면서 “정씨가 현대해상에 대한 불신감과 서운함으로 감정이 상하자 오해를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현대해상이 집중타깃이 된 것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다. 그는 “정확한 집계는 아니지만 피해고객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회사에서도 업주인 김씨를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고객이 모두 현대해상 고객은 아니다. 김씨는 현대해상뿐만 아니라 다른 보험회사 상품도 함께 판매했기 때문에 경찰 조사 중 피해를 입은 다른 보험회사 고객들도 밝혀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