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걸고 남한으로 탈북했지만 ‘먹고사는’ 문제 걱정에 밤 잠을 못 이룬다는 새터민들. ‘취업’을 하더라도 남한사람과 비교해 차별받는 자신들의 처지에 말없이 ‘분통’만 터뜨린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일을 하고 있는 ‘K’(47)씨는 “하루 14시간 정도 일하고 월급으로 1백40만원을 받는다. 같은일을 하는 남한 동료는 일을 더 적게 하고도 2백만원씩 받는다”면서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차별을 받으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지난해 입국한 ‘J’(46·여)씨는 “새터민들은 남한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이미 많이 지쳐있다. 그런데 남한에 와보니 생활비가 너무 많이 든다. 집세와 가족 부양, 의료비 등의 지출이 많아 힘들다. 사회적으로 사는 게 낫기는 하지만 교육이나 의료, 주거가 모두 공짜인 북한을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많다”고 털어놨다.
60대 새터민 ‘P’(61)씨는 “남한에는 친구도 많지 않고 흔히 말하는 ‘인맥’도 없는 데다 우리 같은 60세 이상은 직업을 얻는 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65세 미만은 직업을 갖게 되면 정부에서 생계지원비도 끊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먹고사는’ 일도 걱정이지만 탈북과정에서 겪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한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으로 고생하는 새터민이 많다고 전했다. 또 새로운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불안심리로 인해 우울증, 두통, 만성 소화장애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일부 탈북자들의 경우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마약·범죄의 유혹에 시달리기도 하고 다시 북한으로 되돌아가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는 충격적인 말도 덧붙였다.
남한 사람과 차별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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