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애민편의 마지막 조항은 ‘구재(救災)’입니다. 수재(水災)나 화재(火災)를 비롯한 천재지변으로 인한 뜻밖의 재난에는 반드시 국가가 책임지고 이재민들을 보살펴주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국법에도 나라에서 휼전(恤典 : 긍휼히 여겨 은혜를 베푸는 일)을 시행하도록 되어 있으나, 다산은 수령들이 특별조치를 취하여 법의 규정 이외의 구휼을 행하도록 신신당부하고 있습니다.
불에 타버리고 물에 잠기는 경우, 자신의 재산이 불에 타고 물에 침수된 것처럼 여기며, 온갖 정성을 다해서 재해에 빠진 백성들을 구제할 것을 부탁하고 있습니다. 더 간곡한 부탁은 환란(患難)을 당하고 나서야 일처리에 급급하기 보다는, 당하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요즘 말로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불을 끄려다 머리를 그슬리고 얼굴을 데는 수고는 미리 굴뚝을 돌리고 땔감을 불 가까이에서 치워버리는 것만 못하다”라는 다산의 주장은 예방의 효과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설명해줍니다.
수재를 막기 위해 둑을 쌓고 방죽을 만들어 수리(水利)를 일으키는 일은 예방의 효과도 있지만 생산을 늘리는 효과까지 겸할 수 있다고 하면서, 재난을 미리 막을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하는 일이야말로 지방을 책임 맡은 관리들의 의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재해를 모두 제거한 뒤에도 그것으로 임무를 마쳤다고 방관하지 말고 막심한 피해로 고통을 당했던 이재민들을 애정으로 보살펴주어 그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재기할 수 있는 힘을 돋아주는 것이 바로 어진 정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다산은 백성 사랑하는 내용들을 자상하고 치밀하게 열거하여, 그의 백성 사랑 정신을 뚜렷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전제군주 시대에, 천하고 힘이 없는 백성들에게 쏟은 다산의 애정은 정말로 깊었습니다.
오늘처럼 인권이 중요하고, 일반 백성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것만이 국가행정의 목표라고 볼 때, 우리는 다시 한 번 다산의 사회보장정책의 뛰어남을 새롭게 음미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