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면 떡볶이를 만들어야 하는 저의 사연을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시험 공부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어 오던 떡볶이를 몇 주 만에 만들었습니다. 주마다 만들어 오던 터라 떡볶이의 재료는 항상 준비되어 있는 상태이지요.
학원 가고 없는 딸아이를 위해 모처럼 더위에 흐르는 땀 식혀가며 가스레인지 앞에 섰습니다. 그냥 몇 천원 주고 사다 놓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몇 주 동안 떡볶이 해달라는 딸아이를 얼마나 타이르며 미루었던 일인데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고 준비된 재료를 냉장고에서 꺼내 놓았습니다. 이것저것 나만의 재료를 다 넣어야 제 맛을 낼 테지만 간략하게 생략을 하기로 하고 몇 가지만 준비했습니다.
떡볶이 떡이 없는 관계로 떡국 할 때 넣어 먹으려고 썰어둔 떡국 떡을 꺼내서 물에 담가 두었습니다. 저만의 요리이기에 제일 좋아하는 어묵을 가득 썰어 국물 맛을 내도록 미리 넣었습니다.
다시마와 새우로 미리 국물 맛을 우려낸 뒤 건져내었지요. 어머니께서 주신 태양초고추장 한 스푼 반에다 설탕 조금 넣고 양파 반쪽, 파 몇 뿌리를 넣어 푹 끓였습니다. 딸아이와 친구들이 먹을 것이기에 고춧가루는 넣지 않았습니다.
건더기가 너무 많이 들어가니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몇 가지는 빼고 했습니다. 한참 푹 끓이다가 떡을 넣고 양념이 배도록 조금 더 끓여주면 됩니다. 그렇게 대충 하는 데도 맛은 좋습니다. 딸아이와 딸아이 친구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는 저만의 요리인 셈이지요. 또 제가 자신 있어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번만은 다른 날과 달리 계란도 몇 개 삶았습니다. 언제 먹어 봤는지 가게에서 파는 떡볶이 속 계란이 맛이 있었다고 한 번씩 그런 얘기를 하던 딸아이의 말이 생각나 특별히 삶아 껍질을 벗기고 떡볶이 속으로 굴렸습니다. 그리곤 한참을 기다리니 일층 계단에서부터 웅성거리며 들려오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저의 유일한 떡볶이 손님들입니다.
예쁘게 상을 차렸습니다. 먼저 온 친구들부터 우유와 함께 상을 차려 올리고 작은 그릇에 따로 떡볶이를 담고 그 위에 계란 하나씩을 올려 아이들 앞에 내놓았습니다.
내심 그렇게 내 놓을 때마다 저의 떡볶이가 평가 받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흐뭇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지요. 맛있게 먹고 있는 아이들에게 맛있지, 맵지 않게 해서 맛있을 거야, 특별히 계란도 삶아 넣었으니 더욱 맛있을 텐데, 혼자서 저의 떡볶이가 맛있다는 얘기를 같이 먹으면서도 계속 했습니다.
조금 후, 떡볶이 먹으러 딸아이 친구들이 더 왔습니다. 그럴 줄 알아서면 더 신경을 쓸 것을 후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땀 흘리며 호호 불어가며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다음엔 더 맛있는 떡볶이 만들어 주겠노라는 약속을 하고 아이들은 돌아갔습니다.
설거지를 하고 있는 제게 딸아이는 으쓱해 하며 말합니다. 엄마가 만든 떡볶이가 제일 맛있고 최고라고 말입니다. 정말 그렇겠죠?
추운 겨울엔 뜨거운 어묵도 맛있고 추위도 가시게 해주겠지만 '순희표 떡볶이' 역시 어묵 못지않게 이 겨울을 따스하게 데워주리라 믿으며 우리 집 일품요리에 당당히 소개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