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약간 언덕진 길을 올라 식당으로 갔다. 간단히 점심을 떼우기 위해서였다. 좀 일찍이 온 탓인지 교직원 식당은 텅 비어 있었다. 출입구에 책상을 내놓고 앉아 있던 근로학생이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래, 방학 잘 보냈니?"
"네, 선생님, 선생님을 어떻게 보내셨어요?"
"으음, 그래 반갑구나."
홍 교수는 셀프서비스용 밥그릇판에 밥과 국을 떠담은 뒤 창가 자리에 앉았다. 정말 반찬이라고는 형편이 없는 식탁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도 조금은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라나는 아이들과 남편의 건강을 위해 매일 고기반찬을 해대던 지난 3개월동안, 그녀는 속으로 가끔 절간의 깨끗한 식단을 생각하곤 했다. 기름기가 가신 식탁, 채소들만의 식탁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꿈꾸었던 것이다.
사람은 영양분이 많은 음식물을 섭취한다고 해서 건강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운동과 마음의 안정이 요긴하다. 마음의 안정이란 결코 무사안일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무사안일은 어쩌면 마음의 안정을 해치고 오히려 괴로움을 끼칠지도 모른다.
마음의 안정이란 무엇일까? 천천히 밥을 입에다 떠넣으면서 그녀는 생각에 잠겨 보는 것이었다. 이 쉬운 단어의 참다운 뜻이 금방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까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갖가지 욕망의 끈을 애써 잘라버림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한 생각에 회의가 일었던 것이다. 인간이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욕망의 끈을 끊어 버림으로써 획득할 수 있는 마음의 안정이란 결국 도피자의 자기위안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인간은 욕망 성취의 길로 나서서 그것을 위해 노력할 때에, 그리고 어느 정도 그것을 성취하였을 때에만 다소간의 마음의 안정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