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을 실학의 집대성자라고 칭함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정확한 말입니다. 세상에서 중요하고 뜻있는 일이 과거(科擧)에 응시하여 합격한 뒤 임금을 섬기고 백성을 돌보는 일이고,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치산(治産)인데 먹고 사는 일을 해결하는 경제활동에 마음을 기울이는 일이라고 다산은 주장했습니다.
요약하면 정치와 경제의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고, 정성과 마음을 다해서 그 두 가지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다산은 실학자임에 분명합니다.
과거제도가 매우 나쁜 제도이고, 거기에는 온갖 비리와 부정이 개재되어 과거공부에 열중하라고 권하기 어렵지만, 현실적으로 그 길이 아니고는 사회에 나가서 정치활동을 할 수 없으니 어떻게 하겠느냐는 다산의 말에 그의 생각이 들어 있습니다.
공자의 문하에서 재리(財利)를 이야기하기를 부끄럽게 여겼지만, 재리에 마음을 기울이지 않으면 먹고 살아갈 길이 없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 다산의 경제관이었습니다.
인간이 살아서 숨을 쉬는 동안에 떨어질 수 없는 것이 정치와 경제라는 것이 바로 실학자 다산의 입장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산은 공자나 맹자 같은 성현도 천하를 돌아다니면서 벼슬을 구하려고 애썼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과거공부를 어떻게 하느냐라는 것에 대한 다산의 탁견에 마음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치와 돈벌이에 매몰되지 않을 인격과 양식을 지닌 이후에 정치에 몸담고 돈벌이에 몸담아야만 진정한 선비이면서 현실적 능력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많은 공부가 있다. 제일 어려운 것이 과거 공부이고, 그 다음이 행정실무 공부이고, 그 다음이 고문(古文: 문사철)공부이다.
그러나 고문인 문사철(文史哲)을 익히 배운 뒤에 과거 공부나 행정실무 공부를 하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성공할 수 있으나, 고문에는 어두우면서 과거 공부만 한다면 뒷날 아는 것이 없어서 크게 고생만 한다.”(「위다산제생증언」(爲茶山諸生贈言))라는 것이 다산의 이야기입니다.
요즘 인문학이나 문사철(文史哲)에 하등의 조예도 없이 그냥 과거에만 합격하여 높은 벼슬에 오른 뒤, 저지르는 무서운 죄악을 보면서 다산의 말씀이 생각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