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케이를 둘러싸고 정치공방이 한창이다. ‘김경준의 기획입국설’, ‘노명박 빅딜설’, ‘검찰 배후 거대음모설’, ‘남북정치기획설’ 등 '썰'이 제철 맞은 벚꽃처럼 피어나고 있다.
검찰의 비비케이(BBK) 수사 발표 후 여론조사는 비비케이 사건을 둘러싼 국민의 마음이 의혹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것이 드러났다.
국민은 왜 ‘국민검찰’의 엄정한 수사에 의심을 품게 된 것일까? 주가조작, 유령회사, 이면계약서 같은 용어에 익숙치 않은 보통 서민의 심정을 갖고그 핵심 의혹을 따라가본다.
11월5일 검찰은 김경준이 수사 초기에는 이면계약서를 진짜라고 주장하다 계약서에 찍힌 잉크의 종류, 이명박 도장의 경위 같은 여러 증거를 들이대자 그것은 작성일자보다 1년 뒤인 2001년 3월경 사실과 다른 내용의 문안을 만들어 이명박 후보의 날인을 받은 것이라며 진술을 번복했다는 것이 이면계약서에 관한 검찰수사 발표의 요지다.
검찰은 이명박의 서명 필체와 도장, 종이재질, 인쇄한 잉크의 종류 등을 감식한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의 도장은 2000년 6월 금감원 제출 서류에 찍힌 도장이나 이명박의 인감과 다르고, 2000년 9월 이후 김경준이 회사 업무용으로 보관 사용한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면계약서는 잉크젯 프린터로 인쇄됐는데 당시 비비케이 사무실에서는 레이저프린터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검찰 발표에선 계약서에 있는 이명박의 서명 필체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누락되어 있다. 또한 이면계약서의 종이가 국산인지 미국산인지에 대한 언급도 없다. 다만 프린터 잉크가 다르다는 말을 하고 있다.
검찰은 이면계약서 작성 당시 김씨가 사무실에서 잉크젯 프린터를 사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비비케이와 옵셔널벤처스에 근무한 직원’을 조사한 결과 사무실에 레이저 프린터만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고, 또한 비품구매내역장부도 확보해서 정밀 검토 분석한 결과 2000년 4월 이후에는 잉크젯 카트릿지를 구입한 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레이저프린터만 있는 사무실에 계약서는 잉크젯으로 출력한 것이라 위조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계약서는 반드시 회사 안에 비치된 프린터로 출력해야 진짜라는 효력이 된다는 말일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이는 김씨가 위조했을 의혹에 애초에 무게를 두고 기정사실로 몰고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냐는 의혹을 살 만하다.
또한 더욱 이상한 것은, 검찰의 주장대로 비비케이가 100% 김경준의 것이라면, 이명박이 김경준의 비비케이 주식매매 이면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이유는 무엇이냐는 것이다.

검찰은 계약서는 김경준씨가 위조한 것이라고 하면 될 것을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만들어서 이 후보의 날인을 받은 것이다"며 애매모호한 표현을 썼다. 그렇다면 사실과 다른 내용은 무엇인가? 이 후보는 무엇 때문에 사실과 다른 내용에 관해서 날인을 해주었나? 이런 의혹은 당연히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보다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점은 이것이다 : 검찰은 <동아> <중앙> <월간중앙> <일요신문>에 나오는 이명박의 언론 인터뷰 내용은 일체 무시했다. 당시 이명박 씨는 이 매체를 통하여 자신이 비비케이를 창업했다고 분명히 말했다.
이 기사를 쓴 기자 중 당시 일요신문 기자 김진령 씨는 이번 검찰 발표보다 7년 전 이명박 씨의 말을 더 믿는다고 한 보도까지 이미 나왔다.
이와 관련, 검찰은 비비케이 소유와 관련하여 비비케이 주식 지분 등 이명박의 혐의가 직접적으로 드러나기 쉽지 않은 자료와 증인들의 증언을 근거로 사건을 수사한 듯하다.

국민들이 알고 싶은 것은, 이명박이 비비케이를 합법적으로 소유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비비케이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해서 무수한 개미투자자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이득을 취했다면 그것이 대통령 후보로서 문제가 없느냐 하는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사실규명과 진실이었다.
이명박은 2000년 10월 16일 중앙일보 인터뷰, 2001년 3월호 월간중앙 인터뷰 등에 자신이 비비케이를 창업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은 당시 이명박의 발언을 오보라고 한다. 당시 이 기사를 취재한 기자들은 오보를 버젓이 게재한 기자가 된 셈이다.
검찰의 부실 수사에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기를 조사해서 진실을 밝히라고 공개적으로 조사에 응하겠다는 이장춘 전 대사를 소환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장춘 전 외무 대사가 이명박을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에게 직접 비비케이 명함을 받았다며 구체적으로 그 일자까지 언론에 발표를 했음에도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
김경준 누나 에리카 김은 검찰 수사가 ‘사실과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하면서 검찰의 발표문을 반박할 증거자료를 제출하겠다며 12월 6일 기자회견을 자청하였다. 그러던 에리카 김이 기자회견 1시간 30분 전에 돌연 회견을 취소했다.
에리카 김이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공표하자 에리카 김에 대한 범죄인 송환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에리카 김은 한국 송환 뒤에 구속될 것을 두려워해 막판에 언론과 국민과의 약속을 깨면서까지 침묵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궁지에 몰렸다는 의혹이 나올 법하다.
검찰은 7일 언론브리핑을 통해서 모든 것은 법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호언했다. 이 또한 밑바닥 민심을 모르고 한 소리다. 민심은 지금 ‘주가조작’이라는 중대범죄에 차기 수권 대통령 후보가 연관되어 있는지 사실관계를 알고 싶은 것이다. 법정에서 밝혀질 때면 너무 늦다. 그리고 지금 할 수 있었던 일을 나중으로 미룬다는 것 자체가 비경제적이며 반효율적이다. 한국은 지금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국민은 분노를 억누르고 있다. 권좌에 오를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고 해서 초법적인 존재가 아님을 국민의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검찰은 그 국민의 열망을 저버린 듯하다.
비비케이 검찰 수사 발표 후에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중대사안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복무해야 했을 검찰이 그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않아 의혹만 확대재생산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만일 의혹투성이 후보가 당선이 되면 국민적 신망을 얻기 힘들며 이는 정국불안으로 이어지게 된다. 국민들이 비비케이 의혹의 실체규명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단순한 정치적 이해득실을 고려한 아우성이 아님을 검찰은 똑바로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