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출판문화협회 2000-2007년 ‘번역도서 발행현황’과 ‘도서 납본 통계’, 2006~2007년 문예연감 분석결과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국내문학 발행부수는 1천3백57만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천4백76만부에 비해 약 1백20만부(8%) 가량 줄었다. 지난해 국내문학이 출판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17% 증가했었다는 것에 비하면 안타까운 수치다.
올해 11월까지 출간된 번역문학도서는 5백97만부로 집계됐다. 이는 2000년대 들어 최고치이며 지난해 동기대비 28%(1백30만권)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번역도서 증가분 중 53%(70만권)는 일본문학 작품으로 나타나 일본문학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미국문학을 제치고 번역문학도서 분야 1위를 차지한 일본문학은 올해 2배25만부가 출간돼 작년 대비 30% 이상 급성장했다.
일본문학의 발행 종수도 늘어나고 있다. 인터파크도서에서 올해 9~11월에 팔린 일본문학 작품은 8백61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백9종보다 29% 늘었다.
문학평론가 유임하씨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출판시장을 파이에 비유해 생각해 볼 때 한국소설이 출판사들의 선택을, 더 나아가 시장(독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번역문학도서 597만부 2000년대 들어 최고치
번역도서 증가분 중 53% 225만부 일본문학
유씨는 “최근 한국 독자들이 갈수록 일본소설과 같은 외국소설을 찾고 있는 현상은 한국문학의 서사 약화 현상과 맞물려 있다. 유명작가들과 그렇지 못한 작가들 간의 빈익빈부익부 현상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판계도 작가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올해 출판 흐름 중에서 국내소설의 약진이 돋보였다. 그것은 소설시장 전반의 약진이라기보다는 몇몇 중견작가들의 신작이 인기를 끈 덕분”이라며 “인기 브랜드 작가들의 작품을 물량공세로 밀어붙이다보니 일부 작가들의 과점 체제가 형성됐고 신인 작가들은 등장하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일본문학의 강세의 원인을 살피면 국내문학의 문제점은 더욱 커진다. 일본문학의 강세에 대해 많은 이들이 신진 작가들의 독특한 감수성이 어필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문고 한 관계자는 “예전엔 일본문학 시장도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 등 인기 작가 편중현상을 보였지만, 요즘은 다양한 작가들이 발굴돼 시장 기반을 더욱 튼튼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문학의 가파른 성장세를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일본문학의 성공에 기대를 건 이들이 많아지다 보니 기존에 일본문학을 취급하던 출판사 외에도 많은 출판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일본문학을 선보이고 있다”며 “양적 성장은 이뤘을지 몰라도 질적으로 하향세를 걷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