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신문>은 대선주자들의 선대위를 찾아 선대위가 어떤 이들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아봤다. 그 세 번째로 지난 4일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유일하게 무소속 대선후보로 뛰고 있는 이회창 후보 캠프를 찾았다. 이회창 후보의 사무실이 있던 단암빌딩에 마련된 이 후보 캠프는 최소의 인원들이 움직이고 있다.
지난 1997년,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뛸 때는 ‘메머드급’ 선대위를 거느렸던 이 후보지만 당시 이 후보를 돕던 이들은 대부분 이명박 후보를 위해 뛰고 있다. 때문에 이 후보는 곳곳에 흩어져 있던 최강 지지자들의 힘을 모아 움직이고 있다. “돈도 사람도 없다”고 말하는 이 후보지만 이 후보 캠프엔 사람이 넘친다.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와의 연대와 각계의 지지로 활기를 얻고 있기 때문. 이 후보의 확고한 의지만큼이나 활력 넘치는 캠프, 그 안으로 들어가보자.
무소속 이회창 후보에게 선거대책위원회라는 거창한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다.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아닌 무소속으로 대선에 임하는 만큼 간소하고 날쌘 ‘별동대’가 그의 무기다.
작은 고추가 맵다
이회창 후보와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가 이회창 후보로의 후보단일화를 선언한 다음날인 4일 <시사신문>은 이회창 캠프를 찾았다. 이 후보의 캠프는 이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기 전 사용하던 서울시 남대문로 단암빌딩. 이 후보는 이 빌딩의 2, 3, 5, 8, 21층을 선거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이회창 선대위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는 ‘메머드급’. 1997년과 2002년 이 후보가 대선에 임하며 함께한 이들은 ‘메머드급’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은 거대한 조직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 캠프는 이전과는 정반대의 모양새로 꾸려졌다.
‘단출’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新이회창표’ 캠프다. 이회창 후보가 장고 끝에 대선출마를 선언했을 때 그의 곁에 현직 국회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참모진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 부랴부랴 ‘이회창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선출마 선언 이틀 만에 선대위가 꾸려졌다.
당시 출범한 선대위는 5팀제. 강삼재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전략기획팀장을 맡아 사령탑에 앉았으며 홍보팀장에는 이흥주 전 총리 비서실장, 정책팀장에는 윤홍선 전 국무총리 정무비서관, 조직팀장에는 김원석 전 경남도지사, 공보팀장에는 박근혜 캠프에서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을 지냈던 이영덕씨가 선임됐다.
낮은 자세, 적은 인원 막강 소수정예 ‘新이회창 표’ 캠프
12명 팀장 ‘기동대’…좌 강삼재 우 이흥주 투톱체제 운영
이흥주 홍보팀장은 “이 후보의 선거활동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기능별로 팀을 구성해 지원하는 체제를 갖췄다. 우선 5개 팀이 만들어졌으며, 필요에 따라 몇 개 팀이 더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대책위원회나 선대본부의 개념이 아니라 굳이 명칭을 붙인다면 ‘17대 대통령선거대책기구’다. 선대위원장과 선대본부장 개념은 없고 팀장 위에 바로 후보가 있다. 5개 팀장은 수시로 팀장회의를 개최하며 선거준비를 진행하고 후보는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 선대위는 준비 기간이 짧았던 데다 돈과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먼저 꾸려지는 팀부터 가동을 시작한 것. 이후 선대위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12팀으로 정리됐다. 기존 팀 외에 대외협력팀장에는 이수광 전 자연보호중앙연맹총재, 국민서비스팀장에는 이순영 전 뉴라이트 바른정책포럼 공동대표, 정무팀장 허성우 전 국가디자인연구소장, 법률지원팀장은 이 후보 후원회장이었던 이정락씨가 맡았으며 함종한 전 국회의원이 직능팀장을, 이성희 전 한나라당 사무부총장이 유세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외에도 EBS방송작가 출신인 이혜연 대변인이 이 후보의 입이 되었으며 배우 심은하씨 남편인 지상욱 홍보특보, 최형철 총무특보, 이채관 수행특보 등 ‘단암팀’이라 불리는 가신그룹도 뭉쳤다.
지방은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한 조직들의 세력을 체계화해 선거연락 사무소 개념으로 활용하고 있다.
생동하는 사람들
이회창 후보 캠프에는 활기가 넘친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선대위에서 느껴지는 차분함,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선대위에서 느껴지는 묘한 긴장감과는 다른 기운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선을 눈앞에 맞닥뜨린 시점에서 급히 모인 이들은 이전부터 대선을 향해 달려가던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필사의 각오로 선거 전략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뒤늦게 대권가도에 뛰어들어 조직과 세력에서 열악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이 후보의 대선출마에 대해 고개를 내저으며 했던 말도 “이 전 총재 주위에는 사람이 없다”였다.

캠프 관계자는 “캠프에서 일하는 이들은 이 후보 한명만을 보고 모인 자원봉사자들이다. 단암빌딩도 이 후보 측근의 소유여서 여러 편의를 봐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단암빌딩은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인 정연씨의 장인 이봉서 전 상공부 장관 소유다.
이 후보 캠프가 활기를 띄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이 후보가 대선출마 선언 후 대선후보 지지율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이 여파를 몰아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와의 연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측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이 속속 캠프에 합류하며 힘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의 새 장?
<시사신문>이 이 후보 캠프를 찾은 날에도 정치권 인사들의 합류와 지지선언이 있었다. 이윤수, 안동선 전 민주당 의원 등 원외 당협위원장과 당직자 등 민주당 출신 인사 38명이 이 후보 캠프에 합류한 것이다.
이윤수 전 의원은 이날 이 후보 캠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회창 후보와 함께 정권교체를 위해 일조하겠다”며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또한 민주당을 탈당한 조순형 의원의 거취에 대해서도 “조순형 의원과도 논의를 했다. 우리가 먼저 (이회창 후보 캠프에) 왔기 때문에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며 합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날 조 의원은 “대선기간에 (특정후보) 지지라든가 입당이라든가 그런 계획은 전혀 없다”면서도 이회창 후보에 대해 “그 분이 내세우는 안보라든가 법치, 대한민국을 우선 반듯하게 세우겠다는 것은 제가 대선에 출마하면서 내세웠던 신념과 합치되는 점도 상당히 있다”고 말해 이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지선언도 이어졌다. 이날 이 후보 캠프에서 고건 전 국무총리의 팬클럽과 지지단체 등의 연합체인 ‘고건 대통령 추대 국민운동본부’ 관계자 20여 명이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또한 봉사단체인 ‘희망한국 21연합’ 관계자 7백여 명도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정치권은 이 후보 캠프에 줄 잇는 연대 움직임에 대해 ‘총선’을 주목하고 있다. 이 후보 캠프측 관계자는 “우리는 여유 있게 가고 있다. 대선이라는 게임에서 꼭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게임은 계속된다”며 총선까지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새로운 얼굴들 선대위 속속 합류…연대, 지지선언 줄이어
“대선이 끝? 총선까지” 서두르지도 함부로 나서지도 않아
이 후보도 심대평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선언 후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단일화를) 하는 것은 아니다. 대선 뒤에도 뜻을 같이 하면서 정치의 장을 열고자 한다”며 대선 후 창당의지를 보인 바 있다.
때문에 정치권은 이 후보가 그의 ‘사퇴’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의 목소리에도 불구,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참주인연합 정근모 후보, 무소속 조순형 의원 등과 손잡고 ‘총선’을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낮은 자리서 국민 섬기겠다”
이날 이회창 후보는 울산과 부산을 찾았다. 양복대신 점퍼를 걸치고 2천원짜리 백반과 1천5백원짜리 국수, 3천원짜리 국밥 등 소박한 식단으로 서민행보를 펼치고 있는 이 후보는 이날도 낮은 자세를 유지했다.
이 후보는 부산진시장 앞 거리유세에서 연설을 시작하려는 순간 마이크가 꺼지자 “돈도 조직도 없는 무소속 후보여서 싼 마이크를 사다 보니 자주 끊긴다”며 무소속이라 어렵다는 상황을 강조,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어 유세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긴 투표용지 전부 읽지 마시고 마지막 꼴찌 12번에 도장을 찍어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