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 내내 ‘BBK연루 의혹’에 시달리던 이 후보는 이제 ‘BBK 지뢰밭’에서 벗어나 ‘이명박 대세론’을 굳힐 수 있는 탄탄대로로 들어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네거티브 공세를 펴온 대통합민주신당과 정동영 후보는 국민에게 사과해야 하며, ‘범보수 대안론’을 내세우며 출마한 이회창 무소속 후보도 사퇴해야 한다고 맹공세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신당 정동영, 무소속 이회창, 민주노동당 권영길, 민주당 이인제, 창조한국당 문국현 등 비(非) 한나라당 진영 후보들은 입을 모아 검찰수사가 미흡하다고 비판하며 규탄집회 및 특별검사제 도입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는 ‘BBK 의혹’이 1차전으로 매듭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2차전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시사신문>은 1차전이 마무리 된 BBK에 따른 3가지 의혹을 심층 분석한다. 이와 함께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와의 단일화, 민주당 탈당 의원들의 합류 등으로 범보수세력의 결집에 나서고 있는 이회창 후보의 향후 거취와 반(反) 이명박 전선에 선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이인제 후보의 ‘BBK 후폭풍’에 따른 전략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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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昌의 남자’로 불리는 대표적 보수 논객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BBK 1차전 패배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이회창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조 대표는 검찰의 ‘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결과에 대해 “중요한 몇 대목이 빠져있다”며 3대 의혹을 끄집어냈다.
‘BBK 명함’ ‘도곡동 땅’ ‘언론인터뷰’
BBK 3대 의혹은 이명박 후보의 BBK 명함과 도곡동 땅 실소유주 여부, 이 후보의 ‘BBK는 내가 만들었다’는 언론 인터뷰가 그것.
조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www.chogabje.com)에 “이상은씨 명의의 도곡동 땅이 누구의 소유인가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이 땅의 실소유자가 이 후보가 아니고 이 후보의 친족인 이모씨라고 한다”고 밝혔다.
조 전 대표는 이와 함께 “지난 8월13일 검찰은 중간수사 발표를 통해 이상은 씨 명의의 땅 실소유자가 제3자인 이모씨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추후에 확인된 사안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검찰이 이 약속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이 후보에게 불리한 정보를 은폐했다는 의심을 살 우려가 있다”며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허점이 있음을 지적했다.
이 후보의 명함에 대해서도 조 전 대표는 “이장춘 대사가 공개했던 이명박 후보의 명함(이 후보가 LKe와 BBK의 대표이사 겸 회장이라고 적혀 있다)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이장춘 대사는 검찰에서 자신을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검찰이 이 후보에게 불리한 증인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는 것.
‘昌의 남자’ 조갑제 ‘이회창 살리기’ 최후 카드 '제2BBK 뇌관'
한나라 “BBK 사건은 대국민 사기극”, 이회창 후보 사퇴 요구
조 전 대표는 이 후보의 언론과의 인터뷰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2000년과 2001년에 걸쳐 세 차례 월간중앙,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BBK는 내가 만들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며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검찰을 옭죄고 있다.
조 전 대표의 글이 사실이라면 이 후보는 BBK의 실소유자가 아니면서도 BBK 대표이사 겸 회장이라는 명함을 사칭하고 돌아다녔다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검찰과 이 후보는 명함 과 언론 인터뷰에 대한 명쾌한 입장표명을 해야 ‘BBK 후폭풍’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조갑제 전 대표가 내놓은 세 가지 의혹은 ‘제2 BBK 뇌관’이 되어 대선이 끝난 뒤에도 끝없이 이 후보를 괴롭힐 것”이라며 “조 전 대표의 이같은 대응은 수세에 몰린 ‘이회창 살리기’의 일환이 아니겠느냐”고 가늠했다.
이명박 ‘대세론’ 이상 無

이명박 후보는 이에 대해 “늦었지만 진실이 밝혀져 국민의 마음의 짐을 덜어드린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고, 한나라당은 “법과 정의가 승리한 것”이라며 크게 반기고 있다.
하지만 범민주개혁세력과 무소속 이회창 후보 측에서 ‘BBK 3대 의혹’을 새롭게 제기하며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한 데 이어 이 후보의 ‘도덕성’ 문제를 중점 부각시키고 있어 ‘BBK 후폭풍’은 그리 쉬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재섭 대표가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BBK 사건이 결국 대국민 사기극으로 드러났다. 마침내 진실이 밝혀졌다”며 자축을 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에도 반성은커녕 억지와 트집잡기에 목숨 건 세력이 있다. 공작정치, 흑색선전과의 전쟁을 벌여나가겠다”는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 대표는 BBK 문제를 이 후보와 한나라당에게 불리하게 보도하고 있는 국내 언론에 대해서도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이는 강 대표가 “BBK사건을 둘러싼 일부 언론의 편파보도에 대해선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죄인을 의인처럼 미화하고, 거짓을 부풀려 국민 판단을 흐렸다”고 말한 것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이 “신당 등에서 수사발표를 수용하지 않으려는 것도 제2의 정치공작”이라며 “스페어 후보로 출마한 이회창 후보와 정치공작·거짓말을 일삼은 정동영 후보는 즉각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고 맹공을 퍼붓고 있는 것도 ‘BBK 후폭풍’에 따른 불안감 때문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검찰의 어정쩡한 중간수사 결과 발표로 인해 BBK는 언제든지 또아리를 치켜들고 이 후보의 대세론을 다시 물고 늘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신당 “우리가 검찰 수사해야”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화가 단단히 났다. ‘이명박 대세론’을 한번에 뒤집을 수도 있는 ‘BBK 의혹’이 검찰의 ‘이명박 무혐의’ 결정에 따라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정 후보가 검찰의 BBK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신뢰할 수도, 들을 가치도 없다”며 특검제 도입을 통해 BBK 의혹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충일 대표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검찰이 기여한 게 뭐가 있느냐. 민청학련과 인혁당 사건 때 힘에 의해 조정 받아가며 장난했던 검찰이 이번에는 정치적 압력과 권력의 이해관계 앞에서 또다시 장난하는 시대가 왔다”며 검찰을 강력하게 비판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김효석 원내대표도 “이제는 더 이상 이 후보를 무서워하는 검찰의 수사내용을 기대할 수 없다.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을 뺀 모든 정당과 후보가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며 ‘이명박 특검법’으로 ‘정치검찰’과 맞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검찰과의 전쟁’ 선포…‘이명박 특검법’ 발의
“검찰=이명박 캠프…완전 짜맞춘 수사” ‘국민정서법’ 걸릴 것
정 후보는 이번 검찰수사를 ‘정치검찰이 이명박 후보를 노골적으로 편든 짜맞추기 수사’로 규정짓고 범민주개혁세력의 총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 특검법’ 발의가 추진되고, 명동과 광화문 등지에서 신당, 민주당, 민노당, 창조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총동원되어 검찰수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계속해서 가지게 되면 ‘BBK 의혹’은 ‘제2 BBK 돌풍’이 되어 또다시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은 “다시 파쇼시대로 돌아간다는 불길한 조짐을 갖고 있다. 다시 민주투사를 필요로 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라며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탄핵소추까지 갈 수도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昌·李 ‘국민정서법’ 용서 안 해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와 이인제 민주당 대선후보도 “검찰 수사 결과를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거친 목소리를 냈다.
이회창 후보는 자신의 팬클럽인 ‘창사랑’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팬클럽인 ‘박사모’ 등을 포함한 지지자들을 총동원해 촛불시위, 검찰 항의방문 등을 시도하고 있다. 이 후보는 특히 검찰이 자신을 회유하려 했다는 김경준씨의 자필 메모 보도에 대해 “사실이라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보는 관점은 국민이 보는 것과 똑같다”며 검찰과의 전면전을 펼칠 계획이다.
이 후보 측 이혜연 대변인도 “보도 내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범국민저항운동 등을 포함한 중대 결정을 하겠다. BBK 사건에 대해 대통합민주신당과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反 이명박’ 전선에 범진보개혁세력과 함께 나설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인제 민주당 대선후보도 “검찰의 판단과 국민의 판단은 명백히 다르다. 검찰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교도소에 갈 범죄가 있는지 없는지 사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지만 국민은 지금 과연 이명박 후보를 청와대에 보낼 수 있을지, 없을지 정치적 판단을 하는 것”이라며 검찰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와 함께 “국민이 주권자로서 판단을 할 수 있게 검찰은 김씨가 이 후보와 관련해 무슨 말을 했는지 토씨 한마디도 빼지 않고 공개해야 한다”며 특검법보다 상위의 법은 ‘국민정서법’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