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VS이회창이라는 중도보수논쟁이 일고 있는 영남권은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의원을 끌어들임으로써 이회창 후보보다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개혁세력으로 지칭되는 호남권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난립해 혼전양상을 띠고 있으나 이들의 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순식간에 표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충청권은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양자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를 한나라당에 끌어들임으로써 또다시 혼전양상에 빠져들고 있다.
대선후보들의 ‘색깔’도 선명해지고 있다. 이명박 후보는 보수+중도로 나아가고 있고 이회창 후보는 보수대연합을 외쳐온 심대평 후보와 단일화함으로써 보수우익 색채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대선후보 중 몸집이 가장 큰 정동영 후보는 진보를 바탕으로 ‘이명박 대통령 안 돼’를 외치는 범민주개혁세력까지 몽땅 끌어들여 대선구도를 이명박VS정동영 양강구도로 밀어붙힌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양 ‘날개’를 달면서 얼굴이 환하게 펴지고 있다. 그동안 발목을 묶고 있었던 ‘BBK 의혹’이 ‘무혐의’ 처리된 데 이어 무소속 정몽준 의원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까지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한나라당에 입당했기 때문이다.
정몽준VS박근혜 기싸움
이명박 후보가 울산에 뿌리를 두고 있는 정몽준 의원과 충청권의 ‘대부’ 김종필 전 총재를 영입함으로써 충청권 표심의 향방에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충청권은 역대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트’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굳혔던 지역인 데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같은 충청권 출신의 심대평 후보와 단일화함으로써 이 후보로서는 최대의 취약지였다.
하지만 이 후보의 정 의원 영입은 영남권 표심잡기보다 다른 뜻이 숨어 있는 듯하다. 이는 이명박 박근혜 정몽준 이 세 사람이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 할 정도로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 후보와 정 의원은 한때 ‘현대가족’이었다. 하지만 1992년 대선을 앞두고 이 후보가 신한국당 김영삼 후보를, 정 의원은 부친인 정주영 국민당 후보를 지원하면서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정 의원과 박 전 대표는 서울 장충초등학교 동창이다. 정 의원은 2002년 국민통합21 대선후보로 나서며 한나라당을 탈당, 한국미래연합 대표로 있던 박 전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보기 좋게’ 거절당한 바 있다.
정 의원은 이에 대해 “민주화가 되면서 많은 분들이 누구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잘 못하고, 싫어한다 미워한다 그런 이야기는 많이 했다. 똑같은 사람에게도 복합적인 감정이 있는 법”이라며 묵은 감정을 애써 털어냈다. 박 전 대표는 “(정몽준 의원이) 입당하고 같이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말을 아꼈다.
JP 입당...정몽준 박근혜 ‘지분권’ ‘차기 대권주자’ 놓고 신경전
정동영 몸집 부풀리기, 문국현 후보단일화 놓고 물밑싸움 치열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 후보는 ‘대통령후보 이명박’의 바탕을 현대에서 닦았고, 현대나 정 의원, 박 전 대표는 박 전 대통령 없이는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세 사람 동행의 바탕에는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며 “이들이 화음을 연출할지, 마찰음을 낼지 지켜볼 대목”이라는 조심스런 입장을 내놓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차기 대권주자를 꿈꾸고 있는 박 전 대표와 정 의원을 경쟁시켜 ‘디바이드 앤드 룰’(divide & rule·분할통치)을 통해 당 장악력을 높이려는 것이라는 예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은 차기 대권주자를 확실하게 거머쥐기 위한 것이다. 이 후보로서는 박 전 대표에게 내년 총선지분권을, 정 의원에게는 차기 대권주자를 약속했을 수도 있다”라며 “(정 의원의 입당은) 총선지분권과 차기 대권주자를 한꺼번에 거머쥐려는 박 전 대표에게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가늠했다.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의 ‘덩치’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신국환 무소속 의원이 지지선언을 하면서 입당했는가 하면 화합과 도약을 위한 국민연대 이수성 후보도 정 후보 지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문국현 후보와 이인제 후보다. 하지만 민주당 이 후보는 “단 한 표가 나오더라도 끝까지 가겠다”는 말로 독자적으로 이번 대선을 치르겠다는 뜻을 분명히 내비쳤다. 문 후보와의 단일화는 미궁에 빠졌다.
게다가 정 후보가 文.李와 단일화해도 당권에 따른 당내 잡음이 일게 되면 지지율이 크게 오를 것 같지도 않다. ‘친노’ ‘비노‘ ’반노‘ 등 각 정파가 한꺼번에 모여 ‘덩치’는 그 어느 정당보다 크지만 실속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다면 대통합민주신당은 사분오열될 가능성도 높다. 이와 함께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 또한 커질 게 뻔하다. 대통합민주신당이란 간판을 들고 총선에 나서는 것이 득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 후보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범여권을 하나로 똘똘 뭉치자니 당권싸움이 문제이고, 그렇다고 ‘나 몰라라’ 하자니 범민주개혁세력이 ‘대권헌상론’을 들고 나온다. 여기에 ‘BBK 후폭풍’으로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을 수없이 문제 삼아도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DJ와 재야 원로까지 나서 “이명박 대통령 안 돼!”를 외치며 범민주개혁세력의 총결집을 호소해도 범여권 후보들은 저마다 다른 계산을 하고 있고, 민노당 권영길 후보는 독자의 길을 걷고 있다.
범민주개혁세력으로서는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너무 멀’기만 하다. 하지만 통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범여권 후보단일화로 가는 지름길은 정 후보와 문 후보, 이 후보의 ‘사심 없는’ 최후의 ‘결단’뿐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범여권은 총선준비를 하고 있는 듯하다”며 “범여권 후보들의 사분오열로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게 되면 내년 총선에서도 필패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세 후보가 사는 길은 하나로 똘똘 뭉치는 길뿐이다”고 충고한다.
이회창·이인제 ‘목하고민’ 중

이회창 후보와 이인제 후보는 대선 승리보다 내년 총선을 내다보고 있는 듯하다. 정치권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심대평 후보의 지지를 등에 업은 것은 이번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신당을 만들 기본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 중 한나라당 총선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탈당해 ‘이회창당’으로 몰릴 가능성도 높다.
이회창 캠프에서는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조순형 의원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이는 민주당 경선에서 조 의원 선대본부장을 맡았다가 함께 탈당한 유용태 전 의원이 “법대(서울 법대) 동문이고, 지금 뛰고 있는 대선후보 중에서는 가장 좋은 평가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昌, 범보수 충청권 기반 신당 창당…민주당 ‘자중지란’ 최대 위기
‘BBK 역풍’ 이회창 지지율 ‘휘청’…이명박 6.1% 상승 45.4%
안동선, 이윤수 전 의원 등 민주당 원외 당협위원장 30여명과 우민회, ‘고건대통령추대범국민운동본부’(회원 5만명) 간부 30여명, ‘희망한국21연합’ 회원 7백여 명도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여기에 참주인연합 정근모 후보 측도 “(이회창 후보로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투표일까지 열려있는 것 아니냐”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반면 이인제 후보 캠프는 썰렁하기 그지없다. 내년 총선을 향한 정당.정파 간 합종연횡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인사들이 한나라당과 무소속 이회창 후보에게로 몰려가면서 7석짜리 소수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인제 후보의 1~2%대 지지율도 문제다. 게다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범민주개혁세력의 ‘대권헌상론’에 따른 압박도 드세다. 이와 함께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저격수’로 나섰던 장전형 전 새천년민주당 대변인까지 한나라당에 입당,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인제 후보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정 후보와 손을 잡자니 ‘총선지분권이 울고’, 홀로 완주하자니 범민주개혁세력들의 ‘대권책임론’이 뒤따른다. 때문에 이 후보는 겉으로는 “민주당 노선에 기반한 중도개혁정권을 세우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다시 확인한다”고 내뱉고 있지만 속으로는 ‘목하고민’ 중이다.
李 고공비행, 昌 저공비행
검찰의 BBK 중간수사 결과 발표 이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CBS와 리얼미터가 최근 전화면접 방식으로 대선후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명박 후보는 지난주보다 6.1%포인트 오른 45.4%의 지지율을 보였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는 7.1%포인트가 떨어진 13.1%로 나타났다. 지지율 순위도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에게 밀려 3위로 떨어졌다. 정 후보는 지난 주보다 6.9%포인트 상승한 18.5%를 기록했다. 부동층은 13.6%.
한국경제신문의 여론조사에서도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42.6%를 기록 고공비행했다. 이는 지난 조사 38.5%보다 4.1%포인트 오른 수치이다. 이회창 후보는 7.5%포인트 떨어진 13.1%로 저공비행했다. 이는 지난 주 20.6%를 기록했던 지지율이 10%대 초반으로 뚝 떨어진 것.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은 큰 변화가 없었다. 지난 조사에서 12.5%를 기록했던 정 후보의 지지율은 1.5%포인트 떨어진 11%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공표는 13일(금지기간 선거일전 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