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모델 전쟁’ 왜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모델 전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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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델 빼앗다니… 그럼 우리도”

국내 화장품 1, 2위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광고모델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샴푸 ‘미쟝센’과 남성화장품 ‘라네즈 옴므’ 모델로도 활동 중인 영화배우 조인성을 LG생활건강이 ‘페리오 치약’의 광고모델로 전격 영입한 것에 대한 뒷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양사는 지난해에도 자사 모델이었던 이영애와 김태희를 서로 맞바꿔 영입하면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일단 양사는 조인성의 ‘페리오 치약’ 모델 등장에 대해 직접적인 공방전은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아모레퍼시픽이 자사의 광고모델을 경쟁사가 영입했다는 점에서 또 한 번 모델 맞바꾸기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광고모델을 둘러싸고 불꽃 튀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속사정을 살펴봤다.


아모레퍼시픽 “이영애 이어 조인성까지, 어쩔 수 없지만…”
LG생활건강 “경쟁사 의식 안 해, 법적으로 아무 문제없다”


LG생활건강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11월29일 ‘페리오 치약’의 새로운 얼굴로 영화배우 조인성과 1년 전속 모델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이영애와 김태희에 이어 조인성으로 다시 한 번 광고모델 신경전을 예고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조인성의 영입한 이유에 대해 “전세대 골고루 인기 있는 배우를 기용함으로써 가족용 치약 이미지 및 구강전문 브랜드로서의 신뢰감을 이어감과 동시에 신개념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위상도 함께 가져가기 위함”으로 밝히며 “조인성이 화장품, 패션 등의 CF에서 보여줬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각시켜 제품의 차별화된 특성을 표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엔 남성 모델이냐”

이 같은 소식은 이미 5년전부터 ‘미래파’를 시작으로 조인성을 모델로 기용해왔던 아모레퍼시픽 입장에선 달가울 수가 없다. 조인성은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샴프 ‘미장센’과 남성화장품 ‘라네즈 옴므’ 모델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샴프와 치약이라는 생활용품 품목이 같긴 하지만 브랜드가 다른 만큼 손실을 끼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모델 겹치기는 업계 관행이라 할 정도로 자주 일어나고 있는데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조인성의 영입은 오래전부터 고려해 온 사항이라 경쟁사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선정했다”면서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일단 양사는 조인성의 ‘페리오 치약’ 모델 등장에 대해 직접적인 공방전을 피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엔 남성 모델이냐”는 식의 반응이다. 지난해 이영애와 김태희 사건 전력으로 보아 광고모델을 둔 양사간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또 한 번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영애와 김태희 사건의 핵심은 이렇다. LG생활건강이 여성화장품 ‘후’의 모델로 지난해 5월 이영애를 영입했다. 당시 이영애는 아모레퍼시픽의 ‘아이오페’ 모델로 지난 15년간 아모레퍼시픽의 간판 모델이었다. 이영애가 큰 인기를 끌었던 것도 1990년대 초반 아모레퍼시픽의 ‘마몽드’ 광고에서 ‘산소 같은 여자’란 광고 덕이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보란 듯이 여성화장품 ‘헤라’의 모델로 지난해 8월 김태희를 영입했다. 계약기간은 2년이며 금액은 업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표본 조사에서 특유의 지성미와 여성미를 고루 갖춘 모델로 건강하고 밝은 이미지의 김태희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지만 업계의 시선은 달랐다.

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은 이영애를 경쟁사에 빼앗기고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오죽했으면 웃돈을 주고라도 LG의 김태희를 데려왔겠느냐”고 말했다.

▲ LG생활건강은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의 모델 조인성을 영입한 것에 대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당시 LG생활건강의 ‘오휘’ 모델이었던 김태희는 LG 싸이언 등에 겹치기 출연하며 LG그룹의 대표 모델로 부각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당연히 아모레퍼시픽이 경쟁사 모델이던 김태희를 파격적인 조건으로 영입한 이유는 자사 간판 모델인 이영애를 LG생활건강에 빼앗긴 데 대한 대응 차원으로 해석했던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LG생활건강은 당시 3개월이나 남은 김태희의 재계약건을 두고 행여 김태희가 아모레퍼시픽으로 가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이에 대해 “김태희는 데뷔 초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 모델로 2년간 활동하는 등 인연이 각별하다”며 “젊은층의 고객층이 많다보니 모델 교체가 필요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LG생활건강도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화장품 모델을 할 수 있는 빅보델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보니 모델 선정과정에서 충분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며 “경쟁사의 모델을 빼오는 것도 아니고 브랜드별로 마케팅하고 있어 고객들이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광고모델 경쟁 소비자들에겐 눈살

업계 일각에서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광고모델 신경전이 지난해 여성 모델에서 이번엔 남성 모델로 이어진 것으로 전했다. ‘라네즈 옴므’의 조인성을 시작으로 ‘헤라 옴므’의 장동건, ‘오휘포맨’의 공유, ‘보닌Rx라인’의 조승우 등이 물망에 오르며 호시탐탐 경쟁사의 모델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이 같은 경쟁사들의 광고모델 영입이 소비자들에겐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제품 선택 시 혼란을 준다는 것. 일반 사람들은 제품명보다는 ‘~가 쓰는 제품’으로 기억하는 것이 보통인데, 판매자와 서로 오인해 잘못 구입하는 낭패를 보기도 한다.

시민 단체 한 관계자는 “몇몇 소수 톱스타들의 몸값만 높아질 뿐 이들의 몸값에 결국 소비자들의 부담만 커진 셈”이라며 “톱스타 모델만을 보고 제품을 선택하기보다 제품의 특성과 질적인 면을 보고 판단하는 현명한 소비패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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