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서울시는 환영, 여권 당혹-충격속 대응책 마련 부심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8대 1로 위헌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 중인 수도이전은 국민투표 과정을 거치지 않는 한 힘들 전망이다.
이제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 절차를 계속 추진하려면 국민투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선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하지만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이같은 수치가 나오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행정수도이전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1일 정부의 신행정수도 이전은 단순히 행정수도 이전이 아닌 수도 이전의 문제임을 명확히 하면서 이 경우 국민투표가 필수적인 헌법개정 사항임에도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같이 결정했다.
이에따라 7월12일 접수된 이 사건은 심리 100여일만에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위헌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이번 위헌 결정으로 행정수도 추진계획은 전면 중단되게 됐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7명의 다수의견을 통해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헌법상 명문의 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선왕조 이래 600여년간 오랜 관습에 의해 형성된 관행이므로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헌법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는 헌법 개정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 만큼 위헌"이라고 말했다.
헌법개정을 위해서는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나 대통령 발의로 제안이 있으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통해 국회를 통과한 뒤 30일 이내 국민투표에 부쳐 과반수 투표에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김영일 재판관은 위헌 의견을 개진하면서도 "수도이전은 헌법 72조가 정한 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해당된다"며 "이 경우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함에도 이를 어긴 것은 72조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전효숙 재판관은 "서울을 수도로 한 관습헌법의 변경이 반드시 헌법개정을 요하는 문제라고 할 수 없다"며 "행정수도 이전정책 역시 국민투표를 요하는 사안이라고 볼 수 없어 헌법소원은 이유없다"는 각하 의견을 냈다.
청구인측 이석연 변호사는 선고 직후 "개혁이란 이름으로 헌법정신을 무시한 채 국가를 분열시키고 갈등으로 몰고가는 집권세력에게 헌법의 가치가 살아있음을 보여준 결정"이라고 평가하면서 "수도 이전을 추진하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정부는 원점에서부터 이 문제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헌재의 위헌판결에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매우 불행한 사태'라며 대책마련에 부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임종석 대변인은 “헌재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지만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가 초래됐다”면서 “법적효력 범위 내에서 분석 대응해 가겠다”고 밝혀 커다란 충격을 받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면서 “헌재가 정치적 공세만 의식해 법리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냐”고 성토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헌재의 위헌결정을 크게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헌재의 결정을 환영하고 위대한 결정을 내린 재판관에 존경을 표시한다'면서 “정부는 즉각 수도이전 계획을 포기하고 예산을 중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또 헌재의 위헌판결 이후 후속조치로 지방분권, 지방균형발전을 위한 방식을 논의하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도이전 반대에 가장 큰 목소리를 냈던 서울시는 “당연한 결과”라며 환영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위헌결정은 서울시민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승리”라며 “수도이전 반대는 지역이기주의가 아니고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깊은 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한편으로 기각이나 각하선고가 나올 것을 우려했는데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수도이전 반대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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