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족벌세습경영 박살내자”, “삼성은 범죄조직, 이건희 회장을 처벌하라” 10년 넘게 ‘삼성 무노조 경영’에 맞서 투쟁해온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 그는 지난 1996년 삼성계열사 전압기 제조업체인 인천전기에서 노사협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다가 해고된 이후 삼성그룹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의장과 민주노총 전해투를 거쳐 삼성일반노조를 결성, 끊임없이 삼성의 부당함을 외쳤다. 2005년 삼성SDI 휴대폰 불법 위치 추적 의혹을 제기했으나 기소유예를 받고, 오히려 그가 펴낸 ‘삼성재벌 무노조 탄압백서’로 인해 명예훼손으로 구속됐다. 김 위원장은 이로 인해 3년5개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 영등포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비록 몸은 교도소에 있지만 삼성에 대한 투쟁은 멈추지 않았다. ‘골리앗 삼성재벌에 맞선 다윗의 투쟁’이라는 저서를 출간했고, 옥중투쟁으로 수차례 단식에 들어가기도 했다. 9번째 단식을 마친 김성환 위원장을 지난 12월6일 영등포교도소에서 만났다.
삼성과 싸운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썩은 냄새라도 나야”
무노조 경영은 개똥철학, 삼성의 족벌세습경영 위한 방침인 셈
“빨리 양심선언을 해라.” 김성환 위원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 삼성 비자금 의혹과 관련한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에 반가움을 표현했다. 김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세상이 아직은 살만하다’ 싶은 것이다.

“나와 같은 수순을 밟게 될 경우 김 변호사 역시 옥살이를 면할 수 없다. 삼성과 맞서기 시작하면 다른 동료들로부터 매도당하고, 가정사까지 들춰내 상처를 내는 삼성의 수법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빗겨간 적이 없다.”
삼성은 돈 줘야 안심하는 사람들
김 위원장은 김 변호사의 양심고백을 듣고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의 진정성이 마음에 와 닿았다는 것이다.
“삼성과 싸운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다. 물론 계란이 바위를 깰 수는 없다. 하지만 바위에 들러붙은 계란이 썩은 냄새는 낼 것이 아닌가. 썩은 냄새라도 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불법세습을 위한 비자금 형성 바탕에는 피와 땀으로 현장에서 일한 노동자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결국 김 변호사의 얘기가 지금까지 줄곧 자신이 주장해온 얘기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래서 그는 ‘한겨레’ 8면에 김 변호사를 적극 지지한다는 의견광고를 내고 X파일의 주범, 삼성에버랜드 불법주식 증여 몸통 삼성재벌을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무노조 경영은 개똥철학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 일가의 족벌세습경영을 위한 하나의 방침인 셈이다. 노동조합이 있었다면 삼성의 불법형태를 고발하고 시정토록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그래서 삼성은 처음부터 노조를 탄압해 왔다. 무노조 경영을 위해 불법도 서슴지 않았다. 김 변호사가 당한 것처럼 노동자들에게도 똑같이 매도하고, 돈으로 회유했다.”
김 위원장 역시 삼성의 회유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인천전기 노사협의회 의원으로 활동할 시에는 회사측 관계자가, 전해투 시절에서는 서울지방경찰청 소속이라고 밝힌 경찰관에 의해서 수차례 경고성 회유를 받았다.
“삼성은 돈을 줘야 안심하는 사람들이다. 약속이 잡히면 봉투를 준비한다. 한번 받기 시작하면 입에 자물쇠를 채우는 셈이 된다. 김 변호사가 퇴직 임원 예우차원에서 받았던 돈은 결국 예우가 아니라 감시를 위한 돈이다. 사후관리 아닌가. 돈으로 안 되면 삼성은 24시간 감시한다. 나는 1분 단위로 감시했더라. 삼성이 꼭 죄지은 사람처럼 발 못 뻗고 자는 것과 같지 않나.”
기회가 되면 삼성 관련 책 또…
삼성의 돈과 갖은 회유에도 김 위원장의 투쟁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러기엔 삼성 노동자들의 열악한 작업 환경이 그의 울분을 참을 수 없게 했다.
“2004년 국정감사를 위한 특별검사를 통해 삼성SDI 공장 3곳을 검사한 결과 2주간 무려 1천건의 불법을 적발했다. TV에서 보여 지는 삼성전자의 모습은 그야말로 언론과 귀빈 방문을 위한 VIP코스일 뿐 실체는 전혀 다르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1달 기간 동안 5백18시간을 근무한 직원 한 사람이 사망했으나 산재로 인정받지 못했다. 사망한 노동자는 하루 17시간이라는 강도 높은 일을 해왔으나 그가 받은 월급은 3백10만원이었다고.
보정작업을 장시간 근무한 한 여직원은 근육병에 고통을 호소했다. 그 여직원은 자신의 작업환경을 사진으로 촬영해 담당의사에게 보여줬더니 ‘대기업이란 회사의 작업환경이 중소사업장보다 못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또 삼성이 1998년 IMF 이후부터 명예퇴직이라는 허울아래 강제사직을 강요해왔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삼성생명 1천7백명은 삼성에서 적자·부도설을 빌미로 사직시켰다고 김 위원장은 설명했다.
사내부부는 여성이 그만 두게 하고, 야간대학을 다니는 직원에게는 학교를 다니지 말 것을 강요했다는 것. 부당한 사직에 대해 삼성 노동자들은 항의했으나 삼성의 무력 앞에서 여론에 주목을 받지 못했다.
“삼성과 열심히 싸운 흔적을 ‘삼성 전면광고’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게 현실 아닌가. 하지만 투쟁을 멈추진 않을 계획이다. 옥중에서도 삼성 노동자들의 근황을 계속 듣고 있다. 답답할 정도로 진도가 안 나가고 있지만 투쟁이 계속될수록 언젠가 활화산처럼 들고 일어설 것이라 생각한다.”

“삼성에서 증거를 가지고 얘기하라면 할 얘기는 없다. 하지만 나와 내 동지들은 몸소 몸으로 느낀 일이다. 삼성의 부당함을 얘기하려하면 막는 사람이 등장한다. 하다못해 공권력마저 집회에 방해를 놓는다. 이런 일련의 경험들이 삼성의 온갖 불법 비리를 비호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이 같은 사실은 김 변호사의 양심고백으로 드러났다고 본다.”
출소 후에도 삼성과 투쟁 계속
출소 후에도 이 시대의 모순을 갖고 있는 삼성과의 투쟁을 계속 하겠다는 김 위원장. 그는 최근 전태일기념사업회가 수여하는 제16회 전태일노동상을 수상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는 국제앰네스티 본부에 의해 양심수로 선정됐다. 국제앰네스티는 국가권력에 의해 처벌당하고 억압받는 각국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설치된 국제기구다.
김 위원장은 “죄송하고 부끄럽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그는 삼성과의 투쟁이 대중들에게 ‘또 싸운다’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같이 얘기할 수 있는 공감대를 이끌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다짐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에서는 3년 근무해야만 ‘삼성맨’ 소릴 듣는다. 이는 이 기간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삼성의 부정적인 측면을 바꾸는 데 힘쓸 수 있는 젊은 친구들이 삼성을 지원하고 또 열심히 뛰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